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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수희씨 이야기/삶의 향기 (87)
수희씨닷컴
지난 2월부터 한달에 한번씩 걷기 여행을 하고 있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충북으로의 환상여행이라는 그룹을 만들었고 어느새 정을 쌓아가고 있다. 어제는 정기적인 도보여행날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모였다. 청원군 문의면에서 버스를 타고 후곡리로 들어가서 가호리까지 그리고 다시 후곡리에서 소전까지, 소전교에서 다시 벌랏마을, 그리고 벌랏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후곡리를 들려 문의면으로 나왔다. 하루종일 12km 정도를 걸었다. 후곡리로 들어가는 10시 50분 버스를 탔다. 버스 기사 아저씨는 걷기 위해 왔다는 우리들을 보며 이상해하셨다. 아니 왜 힘들게 걷느냐는 거다. 들어오면서 버스를 탔고, 걷는 중에 지나가던 버스를 두번 만나고, 마지막으로 또 이버스를고 나왔다. 기사 아저씨는 마지막에 "정말 걸어들 오셨네"..
어제는 일이 늦게 끝나 밤 11시가 넘어서야 집에 왔습니다. 퇴근하는 길에 야근하던 남편을 태워 함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남편 손에는 동화책이 한권 들려있었습니다. 직장선배가 선물한 책이랍니다. 직장선배 부부가 우리 부부에게 잠자리에 들기 전에 꼭 둘이 함께 책을 보라고 했답니다. 씻고 잠자리에 들려고 하니 남편이 안된다며 책을 보자고 합니다. 피곤함에 하품도 나고 눈꺼풀이 무거웠지만 거절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이 읽어줘" 라고 말했습니다. 잠자리에 누워 작은 불빛 하나로 동화책을 폅니다. 아름다운 그림 그리고 그보다 더 이쁜 글들......제 남편이 책을 읽어내려갑니다. 전 그림을 보면서 귀를 열어 이야기를 듣습니다. ( 결혼 생활의 특별한 즐거움중의 하나는 바로 남편이 읽어주는 책입니..
어제는 진천으로 두번째 걷기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사 정리와 청소로 지친 몸이었지만, 걷기의 매력을 놓치고 싶지 않아 다녀왔습니다. 진천 사석 삼거리에서 보탑사까지, 그리고 보탑사에서 다시 백곡과수원까지 걸었습니다. 20km넘게 걸었습니다. 보탑사에서 백곡과수원까지는 거의 산길이었습니다. 산을 넘어서, 둘레를 돌아서 내려온 듯 합니다. 보탑사는 아름다운 절이었습니다. 오래된 절집과는 또다른 맛이 있었습니다. 화려한 대웅보전, 그리과 와불, 여기저기 눈을 둘데가 많았습니다. 보탑사 앞 느티나무도 멋졌습니다. 파란하늘에 닿고 싶어하는 나무가지들처럼 저도 한참이나 올려다봤습니다. 나무 껍질도 세월의 무늬를 만들어냈습니다. 아무리 오래된 나무라도 이제 곧 새싹을 피워내겠죠. 느티나무처럼, 묵은 짐 훨훨 벗어내고..
걷기 열풍이 한창입니다. 그 유명하다는 제주 올레, 사람들이 그렇게 빠져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내가 사는 동네, 지역도 제대로 걸어보지 않았으면서, 제주 올레를 꿈꾸기만 했습니다. 어제는 도보여행을 하시는 분들과 함께 괴산 갈론마을을 걸었습니다. 괴산군 외사리 버스종점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여기는 산막이 옛길로 유명한 곳입니다. 괴산호를 끼고 갈론마을로 걸어들어갑니다. 갈론마을은 원래 갈은마을이었답니다. 이곳에는 갈은 구곡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계곡도 볼 수 있습니다. 계곡 사진은 담지 못했네요. 걷는 내내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꼈습니다. 맑은 하늘, 따스한 햇살, 싱그런 바람이 함께 했습니다. 갈론마을을 지나 갈은구곡에 접어드니 기암괴석과 하얀 눈풍경이 그대로였습니다. 봄을 걷다 겨울로 돌아온 듯 ..
난 영화광은 아니지만, 그래도 영화보러 자주 극장에 간다. 지난 주말에는 좀 특별한 경험을 했다. 씨네드쉐프라고, 영화보고, 밥도 먹고 뭐 그런 곳이란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것처럼 아주 특별한 분위기일거라 기대했다. 압구정 CGV에 있는데, 씨네드쉐프는 지하 5층이었다. 우선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영화관엘 들어가 영화를 본다. 편안한 의자와 다른 객석과 분리되어 있는 점, 음료서비스를 해준다는 점에서 특별했다. 맥주를 마시면서 영화를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막상 돈 주고 이용하겠느냐고 묻는다면 선뜻 내키지는 않는다. 좀 특별해보이고 편안한 분위기는 좋았지만 말이다. 그냥 한번 경험해본 것으로 만족할만 했다. 내가 주로 이용하는 곳은 동네극장이다. 가경동 드림플러스에 있는 프리머스 시네마, 이곳은..
추운 겨울 아침 네가 죽었다는 소식은 믿기 어렵더구다. 장례식장에, 화장장에, 묘지에 가서 보면서도 믿기지 않더구나. 그 어떤 말 한마디도 못하고 눈을 감았다니 얼마나 억울한 지.... 여섯살 난 딸, 여덟개월 된 딸....두딸을 어떻게 하고, 사랑하는 아내를 두고 어떻게 눈을 감았니.... 마음껏 울지도 못 한 채, 넋이 빠진 너의 아내는 너무나도 아팠다. 그 예전, 우리가 대학에서 만나 힘겹게 신문을 만들때.... 같이 이야기를 하고, 신문을 만들고, 고민을 나누고, 여행을 하고 그랬는데....네가 있어 그 시절을 버틸 수 있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나혼자 저절로 해 낸 것은 없었다. 뭐가 그리 바빠서 일년에 한번 만나 얼굴 보고 살지도 못했나, 마음을 나누지 못했나...싶어 안타깝다. 어쩌다 전화..
잘 살고 있어? 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별일없이 산다고 말해야겠다. 그렇게 산다. 사랑을 하고, 일을 하고, 드라마를 보고, 책을 읽고, 밥을 먹는다. 그렇게 하루 하루 산다. 왜 이렇게 시간은 빨리 흐르는지, 빠르다고 느끼는 건 온전히 내탓이지만.... 난 이제 서른 중반을 훌쩍 지나가는 중이다. 내 몸에는 살들이 덕지덕지 붙었고, 주름도 하나둘 늘어가는 반면, 내 맘에는 바라는 것들이 말라가고 있다. 영화를 봤다. ....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좀 복잡해졌다. 나는 나 자신에게 솔직한가? 내가 나를 속이면서 살지는 않았는가, 하는 생각에 말이다. 편안하고 안정적인(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나의 삶을 버릴 수 있는 용기가 있을까? 내 내면의 소리를 제대로 듣고 있는 것일까. 나 자신을 똑바로 마..
최종규의 책에서 밑줄 긋고 싶었던 부분을 찍어봤습니다. 나의 삶은 어떠한가. 나의 글은 어떠한가. 생각해봅니다. 말과 글이 다르지 않습니다. 내가 어떻게 사느냐, 생각하느냐에 따라 내글도 달라질 것입니다. 2011년 새해에도 이렇게 내가 바라는 대로 살게 되고, 그 삶이 곧 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외모만을 가꾸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나의 모습이 드러나는, 드러낼 수 있는 그런 날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눈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다시 그치고, 또다시 내립니다. 그사이 해도 나왔다 들어갔다 합니다. 눈 내리는 오후, 따뜻한 음악과 책이 있어 외롭지 않습니다.
어제 저녁 파리 나무십자가 소년 합창단 공연이 청주에서 열렸습니다. 세계적인 소년 합창단 명성을 갖고 있는 파리 나무십자가 소년 합창단. 그 첫 무대.... 작은 소년이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인사를 합니다. 이국에서 온 귀여운 소년의 한국말 인사에 관객들의 마음도 열리는 듯 합니다. 정말 소박한 무대였습니다. 아카펠라로 구성되어 악기 반주가 없이 오로지 소년들의 목소리만으로 홀을 가득채웠습니다. 맑고 고운 소리, 천사 같은 소리로 그들은 여러 곡을 노래했습니다. 음악을 잘 모르는 저에겐 그래도 그나마 들어본 장밋빛 인생과 샹송 파리의 하늘밑을 부를 때 제일 설레이더군요. 에디뜨피아쁘의 장밋빛 인생에는 회한과 열정,쓸쓸하면서도 굳건함이 보였다면, 소년이 부르는 장밋빛 인생은 맑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파리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