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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육아, 정답은 없다 그렇지만..... 본문

수희씨 이야기/오마이베이비

힘든 육아, 정답은 없다 그렇지만.....

수희씨 2015. 9. 24. 14:10

백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과연 백일의 기적이 우리에게도 찾아올까? 나는 요즘 아이 엄마들만 보면 빼놓지 않고 물어본다. 백일이 되면 정말 긴 밤이 찾아오는지 말이다. 백일이 가까워 오는데 우리 아가는 여전히 두 시간 간격으로 정확하게깨서 보챈다. 분유 좀 덜 먹여 볼라고 달래도 보고 보리차도 먹여봤지만 분유를 먹어야만 잔다. 그 전에는 세 시간도 잤는데 요즘엔 잠이 더 짧아진 것 같아 슬슬 불안하기까지 하다. 엄마들에 대답은 한결같다. 백일됐다고 딱 잠을 길게 자는 건 아니지만 어느 날 갑자기 그런 날이 찾아온다고.

태어날 때 보다 훌쩍 커진 아가를 나는 여전히 안아서 재운다. “수면교육을 할 때다, 낮에 많이 먹여 뱃고래를 늘려 밤중 수유를 중단하라고 책에는 분명 써져 있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 안고서라도 자 준다면 고맙다. 아가는 얕은 잠과 깊은 잠, 그리고 끙끙거림을 반복한다. 그나마 밤에는 분유를 먹고 바로 다시 자는 걸 고마워해야 하나 모르겠다.

                                                                                         <한겨레 유승하의 까치발 퍼옴> 

육아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책도 보고, 다른 엄마들에게도 물어보고하지만 경우에 따라 다 다르다 정도가 답이라고 할까. 육아는 어렵고 힘들다. 정말 힘들다. 이걸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것이다. 나도 예전엔 몰랐다.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아이기에 무척이나 벅차고 기쁘고 행복하고 그렇지만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긴 하다. 나도 모르게 아이를 안고 몇 번이나 울었다. 울고 싶어서 운 게 아니라 절로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

뱃속에 있을 때가 가장 편하다는 말로 육아에 고통을 표현하긴 부족하다. 미디어도 출산에 고통은 강조하면서 육아에 고통은 슬며시 외면한다. 최근에 육아 관련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나긴 했지만 현실적인 육아에 어려움을 다 보여주진 못한다. 일하는 엄마에 고충을 그나마 제대로 보여준 게 드라마 미생에 선차장 정도일 것이다. 육아에 비하면 출산은 아무것도 아닌 듯 싶다.

나는 주말을 손꼽아 기다린다. 남편과 함께 아이를 돌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 직장을 둔 남편은 출장도 잦고 일도 많다. 집에 온다고 해도 밤늦게 와서 새벽에 다시 나가야 한다. 아이를 보고 싶어도 시간이 없고, 밖에서 일을 많이 하니 아이를 돌 볼 체력이 없다. 남편이 육아휴직을 쓴다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먹고 살아야 하니 누군가는 돈을 벌어야 하는 문제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는 형편이 못 된다. 걸리는 게 많기 때문이다. 남편도 피곤하다는 걸 알지만 짜증난다. 왜 이 어려운 걸 나 혼자 해야 하나라는 억울한 마음이 불쑥 치민다. 시댁이나 친정 도움도 받을 수 없고 오롯이 내 혼자 힘으로 해내야 한다. 요즘 독박육아라는 말들을 하던데, 딱 내 이야기다.

육아에 고통을 말하다보니 엄마가 되기 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우리 사회에 잘못된 편견들이 하나씩 분노(?)를 일으킨다. 대표적인 게 아마도 집에서 애보는 게 뭐가 힘드냐라는 말들이다. 집에서 애보는 거 정말 힘들다. 그러니 엄마들에게 집에 가서 애나보라 따위의 말은 아예 꺼내지 않는 게 좋겠다. 요즘은 맘충이라는 말도 나왔다. 공공장소에서 아이를 데려와 몰지각한 행동을 하는 건 분명히 잘못된 일이지만 어떻게 엄마라는 이름 뒤에 벌레 충자를 붙일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말하는 너희들도 다 엄마가 힘들게 키웠다.) 엄마들을 탓하기 전에 엄마들이 아이와 함께 다니기에 편안한 환경부터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집에서 하루 종일 아이와 씨름하다보면 정말 애를 들춰 업고서라도 밖으로 나가고 싶다. 그러나 이 또한 만만찮은 일이다. 예전엔 왜 그리 백화점에 유모차 끌고 나오는 엄마들이 많은지 몰랐다. 그나마 백화점에는 엄마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있고, 유모차 끌고 다니기가 편하단다. 유모차만 끌어 봐도 수많은 장애물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정말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참 많다. 육아야말로 정말로 그러하다. 직접 해보지 않으면 이렇다, 저렇다 쉽게 말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힘들다 하면서도 또 다시 아이를 안는다. 예쁜 아가에 웃음소리가, 맑고 깊은 눈빛과 꼬물거리는 작은 몸짓들에 또 미소 짓는다. 그 힘으로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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