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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씨 이야기/오마이베이비

매일 사과하는 초보 엄마

수희씨 2015. 8. 18. 14:45

쉬울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도 할 수 있다고, 해내야 한다고 늘 마음을 다잡곤 했다. 출산하고 본격적인 육아를 시작한지 이제 48일이다. 십년을 기다려온 아이이기에 기뻤다. 아직도 품안에 안긴 아이를 보면서도 믿기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데 좀 힘들다. 왜 뱃속에 있을 때가 편하다는 건지, 너도 애 낳아서 키워보면 알거다 그러는 건지 이제 너무 절절하게 알겠다. 육아는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매일 사과하는 초보 엄마 

나는 매일 매일 아기에게 사과한다. 근거 없는 자신감 하나 믿고 제대로 준비도 안한 초보 엄마인 나는 아이를 힘들게 한다. 잠투정 하는 아이를 달래는 것도 미숙하고, 목도 가누지 못하는 아이를 목욕시키는 일은 늘 진땀난다. 때 맞춰 먹이는 일도 쉽지 않다. 
아이는 만족하지 못하는 눈치인지 하루 종일 여러차례 울어 댄다. 울음이 아기에게 중요한 의사표현 수단이란 걸 알면서도 아이가 울면 나는 미안하다. 능숙하지 못한 엄마 때문에 안해도 될 고생을 하는가 싶어서다. 



기다려야 한다

아이을 돌보면서 내가 배운 것은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팔이 아파도 푹 잠들때까지는 내려놓아선 안된다. 아이가 잔다고 바로 내려 놓으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는 아이 시선에 머쓱해질 뿐이다. 분유를 먹일때도 트림을 시킬때도 기다려줘야 한다. 얕은 욕심을 부리면 잠시 쉴 시간이 더 줄어들뿐이다.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서 어서 아이가 잠들기를, 트림을 하기를 재촉하게 된다.

찡찡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

단 하루도 같은 날이 없었다. 어떤날은 신기하게 금방 자기도 하고, 어떤 날은 잠투정이 심하다. 대체로 한밤에는 그럭저럭 잘 자는 편이긴 한데 낮에는 잘 잘때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러 있다. 이때문에 아기가 잠을 잘자도 걱정, 잘 안자도 걱정이다. 참 쓸데 없는 걱정이다.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 일을.... 무엇보다 저녁때가 가장 힘들다. 자꾸 먹으려들고 울기 때문이다. 잠도 안자고 보채는 아이를 돌볼때면 진땀을 뺀다. 결국 아이에게 져서 분유를 또 물리곤 한다. 정해진 시간에 먹여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다. 

내가 깨달은 게 있다면 매일 매일이 다르지만 하루 종일 아기가 보채는 양은 비슷하다는 거다. 그러니 오늘 낮에 좀 수월했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밤에는 고생을 할테니까. 그렇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는 건 확실하다. 그만큼 나도 적응한 건지도 모른다.  

불안해해선 안된다

우리 아가는 무척 건강하다. 크게 태어났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싼다. 그래도 하루 종일 아이를 보다보면 또다시 쓸데 없는 걱정이 많다. 왜 저리 끙끙대는 건지, 버둥거리는 건지, 얼굴에 오돌토돌 튀어나온 것들은 정말 깨끗하게 사라지는 것인지, 왜 똑같은 분유를 먹는데 똥은 되기도 하고 묽기도 하는 건지, 왜이리 빨려고 하는 건지...... 정말 아이 상태에 따라 내 마음은 복잡해진다. 

내가 자꾸 불안해하고 걱정하면 안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아이 상태 뿐만 아니라 아이를 대할 때도 엄마가 좀 더 자신감을 가져야 아이도 더 편안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괜찮다, 괜찮아 하면서 아이에게 자신감을 보여야 아이도 불안해하지 않을텐데......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은 능력을 갖고 태어난다고 한다. 그러니 너무 불안해하지 말자고 하루에도 여러번 생각한다. 

힘들지만, 괜찮아

매일같이 진땀을 흘리며 허리, 발목, 손목 등 안 아픈 곳이 없다. 저녁무렵에 보채는 아이를 몇시간씩 달래다 보면 짜증도 난다. 산후우울증이 왜 생기는지도 충분히 알겠다. 하루종일 애를 달래며 집에 있노라면 문득문득 외롭다. 누군가 말 걸어주면 정말 좋겠다 싶다. 이런 내 맘을 아는지 선배 엄마들은 내게 전화해 힘들지 않냐고 물어준다. 고맙다.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를 보면 웃게 된다. 혼자보기에 아까울 정도로 다양한 배냇짓을 하며 내게 웃어주는 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참 행복하다. 이렇게 예쁘고 귀여운 아이가 내 딸이란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모든 것이 미숙한 초보 엄마를 만나서 고생하는 우리 딸이 그저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랄 뿐이다. 오늘도 나는 괜찮다, 괜찮아. 난 해낼 수 있다고 계속 주문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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