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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씨 이야기/세상에 말걸기

지옥철과 세종시

수희씨 2010. 6. 18. 23:06

새해 아침, 눈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차를 끌고 나가서는 설설 기어가기 일쑤이고, 길을 걸을 때에도 혹시나 미끄러지지 않을까 싶어 온 몸에 긴장감이 흐른다. 그런데 우리가 하는 고생은 고생도 아니다. 뉴스를 보니 서울 사람들 참 불쌍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지하철이 아니라 지옥철이라는 말이 꽤 실감났다. 저러다 다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워낙 많은 눈이 내리고 날씨가 추워져 얼어붙었다지만 서울시가 제설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의심마저 생긴다. 나는 서울에 살고 있지 않으니 뭐 서울시의 제설작업을 탓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머릿속에서 지하철에서 고통 받고 있는 서울 시민들 모습이 떠나질 않는다. 먹고 살기 위해서 출근하는 사람들이다. 사는 곳은 달라도 힘들게 살고 있는 우리네 이웃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서울에 살거나, 서울 인근에 살면서 서울로, 서울로 향하고 있다. 그래야 살 수 있으니까. 서울에는 모든 것이 다 있으니까 말이다.

모두들 서울에 살고 싶어한다. 서울 사람들은 서울에 모든 것이 몰려 있는 이상한(?) 나라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다.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서울에 살지 못하는 지방 사람들은 기회만 되면 서울로 가고 싶어한다. 나도 그랬다. 대학을 들어갈 때에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고 싶어했고, 지방에 있는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는 직장을 구하기 위해 서울로 갔다. 그런데 나는 서울에서 그리 오래 버티지 못했다. 서울의 한 귀퉁이에서 버티고 있는 사람들은 아직도 많다. 그곳에 욕망도, 꿈도, 그야말로 모든 것이 있으니까 말이다. 한평 남짓한 쪽방에서 살아도 서울이 좋은지도 모른다.

땅값만 올려 놓았다, 선거용이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지난 참여정부 때 만들어진 지역균형발전 정책, 행정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다. 이제 거대해진 머리를 좀 지역으로 나눠야 하지 않느냐는 거였다. 그런데 만만치 않았다. 처음 신행정수도를 만들겠다는 계획은 관습헌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무산되었고, 행정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으로 규모가 작아졌다. 그러더니 정권이 바뀌자 이제 행정도시는 절대 안된다, 기업도시를 만들자, 혹은 과학도시를 만들자고 말한다. 사실 처음부터 행정도시 따위는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닐까. 이제는 정말 세종시가 만들어지긴 할까 하는 의구심도 떠나질 않는다. 세종시에 삼성이 온다는 걸로 모든 것이 용서될 수 있을까. 정말 삼성이 오기는 오는 걸까. 이건희 사면과 맞바꾼 대가라는 말도 들려온다.

이번 주 내내 눈 때문에 출퇴근길에 기진맥진했던 많은 사람들을 보니,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서로 죽겠다고 아우성 대는 모습을 보면서 계속해서 세종시가 떠올랐다. 이대로 가면 2,30년 후에는 지방엔 사람이 살지 않을 거라는 얘기도 곧 실감나게 다가올 거 같다. 재난의 관점에서만 볼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눈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박 터지는 서울, 정말 폭발해버리면 고통 받는 사람들은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 서민들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좀 더 시간이 흐르면, 눈도 녹을 것이고 지옥철도 지하철이 될 것이다. 세종시는 건설될까? 서울은 좀 나눠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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