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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씨 이야기/세상에 말걸기

선거 이후가 두려워지는 이유

수희씨 2010. 6. 18. 23:08
맥빠지고 재미가 없다. 이번 6.2 지방선거 얘기다. 선거 때면 팽팽히 흐르던 긴장감도 없다.모두 답을 알고 있는 사람들처럼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왜일까. 정말 이 모든 게 천안함 때문일까. 선거분위기가 나지 않는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정작 분위기를 만들지도 않았으면서 분위기 탓을 하고 있는 양상이다.

나에게도 선거는 매우 중요하다. 민언련은 선거보도 모니터를 하고 있다. 언론모니터야 늘 일상적으로 하고는 있지만 선거 때는 보다 특별하다. 열심히 한다.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심혈을 기울여 언론모니터를 한다. 바로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 받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별로 관심 없어 하던 사람들도 선거 때만 되면 우리가 내는 모니터 보고서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존재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몸부림이다. 그런데 맥 빠지고 너무나 힘이 든다. 모니터가 힘든 게 아니라 아무 이야기도 만들어지지 않는 선거판이 힘들게 한다.

이번 지방선거를 준비하면서 야심찬 계획들을 세웠다. 유권자 중심의 보도를 적극적으로 찾아보겠다, 잘 한 보도는 칭찬하고 상도 주고 많은 사람들에게 전국적으로 알려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들이다. 처음엔 너무 실망스러웠다. 왠일인지 지역언론사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것처럼 보였다. 한 게 있다면 특별취재반을 만들고 선거보도준칙 정도를 제시한 게 전부라고 할까. 분위기가 이상하다. 선거보도량도 예전에 비하면 현저히 줄어들었다. 후보들 동정 보도는 빠짐없이 나오고 있고, 선거구별 판세분석도 실리고 있다. 후보자 인터뷰도 싣는다. 그런데 언론이 선거를 이끄는 게 아니라 마지못해 따라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경우에는 선거운동을 자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왜 기획보도를 하지 않는 것인지 의아할 정도다. 6.2지방선거만큼 찬반 쟁점이 확실히 부각된 선거도 없을 것이다. 쟁점들은 널렸는데 이를 파헤치진 않는다. 찬반이 확연하니 보도가 필요없다고 여긴 걸까. 유권자들이 판단을 내리기까지 언론이 끊임없이 물어주고, 따져줘야 한다. 그러면서 선거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언론이 판을 만들고 그 위에서 후보나 정당들의 정책을 검증하고 경쟁하게끔 해야 하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

지방선거 이후를 생각하면 좀 끔찍해진다. 6월 한달은 월드컵 광풍으로 또 모든 것이 잊혀진 채 지나갈 테고, MBC가 다시 파업에 나서기도 힘들어질 테고, 종합편성채널 선정이 구체화되면 그토록 반대해왔던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과 조중동 방송이 고스란히 실현된다. 지역신문발전지원법을 개정하고, 방송발전법을 만들어 지역방송을 보호한다고 한들 과연 버텨낼 수 있을까. ‘지역언론이 없으면 지역이 죽는다’ 라고 말해왔다. 지역언론을 지키는 게 지역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말이다. 그나마 지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 선거라는 시기에 지역언론이 지역민에게 가치와 존재이유를 제대로 알려내지 못한다면, 판이 바뀐 이후에도 이런 주장을 힘차게 해낼 수 있게 될까.

지역언론을 지키는 문제만큼 당장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 대한민국 사회의 현실도 우울하게 한다. 집회도, 인터넷 글쓰기도, 생각도 통제시켜버리려는 듯한 사회분위기에 억눌려 힘이 빠진 건가. 정말 중요한 건 무엇일까. 창 밖에 비는 내리고 잠도 오지 않는 밤에 생각만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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