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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씨 이야기/세상에 말걸기

'빵꾸똥꾸'를 허하라

수희씨 2010. 6. 18. 23:05
요즘 유일하게 TV 보는 즐거움을 주는 것이 바로 ‘지붕 뚫고 하이킥’ 이다. 연말이라 저녁 약속이 많아지면 하이킥 못 본다는 생각에 살짝 아쉬움 마음마저 들 정도다. 이 프로그램은 시트콤 잘 만들기로 소문난 김병욱 PD작품이다. 재밌다, 감동도 있다, 그리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도 툭툭 건드려준다. 그러나 무엇보다 재밌던 것은 바로 하이킥에서 해리가 내뱉는 말 ‘빵꾸똥꾸’다. 해리는 제 맘에 들지 않을 때 빵꾸똥꾸를 외친다. 자신의 요구가 묵살될때 말이다. 나도 ‘빵꾸똥꾸’를 아주 가끔 쓴다. 해리처럼 나도 나의 요구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을 때 내가 이만큼 분노(?)했다는 것을 표현할 때 혹은 어처구니 없는 일들을 접할 때 (나의 상식에 반하는 일들 말이다) 그럴 때 “빵꾸똥꾸야” 한다. 그러면 금방 웃음이 터지면서 잠시지만 속 시원해진다.

아니, 그런데 빵꾸똥꾸를 쓰지 말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극중 해리가 ‘빵꾸똥꾸’라는 용어를 반복사용하고 주변 사람에게 버릇없이 행동하면서 반말하는 모습은 어린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로 ‘권고’라는 제재조치를 내렸다는 것이다. 참 별 걸 다 신경쓰는구나 싶다. 우리도 그쯤은 헤아릴 수 있는 수준 있는 시청자인데 말이다. 아, 남 이사 쓰건 말건 무슨 상관이셔~ 빵꾸똥꾸 같으니라고, 절로 한마디가 터진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이 같은 결정을 두고 인터넷 세상은 난리가 났다. 한 앵커는 이 뉴스를 전하다가 웃음보를 터뜨려 화제가 되었고(빵꾸똥꾸의 마력이다!), 시대를 거스르는 조치라는 의견들도 많다. 도대체 우리가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데 이런 식의 검열(?)을 하느냐고 난리다.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다는 걱정도 많다.

문제는 빵꾸똥꾸에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스스로 자기검열에 익숙해지고 있다. 미네르바 사건을 보면서 인터넷에서 글쓰기도 만만치 않다는 걸 절감했고, 정치인들의 빵꾸똥꾸같은 행태에 비판조차 하지 못하게 하려는 사이버모욕죄도 예고되어 있다. 인터넷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맘껏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게 우리는 길들여지고 있다. 얼마 전 한 선생님이 그래도 어른들은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판단할 테지만, 아이들은 아예 비판의식마저 모르고 자랄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여기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쿵’ 했다.

내 의사를 맘껏 표현하지 못하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걸 절감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오늘도 촛불문화제에 참여했다고 벌금을 때린 법원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이 열린다. 어이쿠, 빵꾸똥꾸 같은 일들은 계속되고 있다. ‘빵꾸똥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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