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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씨 이야기/세상에 말걸기

라스트뉴스를 지켜라!

수희씨 2010. 6. 18. 23:04
일본 만화에 라스트뉴스라는 게 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언론 이야기다. (읽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만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라스트뉴스는 도쿄에 있는 한 민영방송 프로그램이다. 그날 뉴스가운데 한 꼭지의 뉴스를 집중 조명하는 방식으로 매일 밤 11분정도를 방송한다. (우리식으로 하면 MBC 뉴스 후나 PD수첩 정도 될까.)

라스트뉴스팀 감독 히노는 그야말로 정의감이 철철 넘친다. 히노뿐만이 아니다. 라스트뉴스팀에 몸담은 사람들 모두 사명감이 투철하다. 처음엔 한직으로 쫓겨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지만 이들 모두 진실을 쫒는 매력에 푹 빠져버리게 되고 자부심을 갖게 된다. 라스트뉴스팀이 쫒는 건 사건의 진실이다. 그들에게 진실만큼 중요한 것은 없어 보일 만큼 철저하게 파헤친다. 그 과정에서는 정공법만 쓰이진 않는다. 인맥을 동원하기도 하고, 몰래카메라를 사용하기도 하고, 누군가의 약점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시청자들에게 사건의 진실을 알려야 한다, 즉 공공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서 무리수를 감행한다. 결과는 늘 빛난다. (만화니까?!)

그런 라스트뉴스팀에도 위기가 찾아온다. 늘 바른 말만 하고, 남들이 하기 싫은 일을 하니 라스트뉴스의 존재 자체가 걸끄러운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들은 라스트뉴스를 편향방송이라고 공격한다. 라스트뉴스에 광고를 하던 단 하나의 기업마저도 광고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방송사 간부마저도 니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광고를 따오지 못하면 프로그램은 더 이상 할 수 없을 거라고 차갑게 말할 뿐이다. 히노는 광고주를 찾기 위해 나서는데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이 방송법에 대해 얘기한다. 방송법 원안 방송법 제1조에는 방송의 불편부당 진실 및 자율을 보장함에 따라 방송에 의한 표현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이라 되어 있다고 히노에게 말해준다. 불편부당이라는 건 중립이 아니라 권력의 간섭이 있어도 입장을 왜곡시키지 않는다는 의미로 히노는 팀원들을 이해시킨다. 중립을 지키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진실을 쫓는 우리가 하는 일이 방송으로 표현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라스트뉴스팀은 고민하다가 직접 광고주를 찾아보자고 의견을 모은다. 방송 중에 앵커가 직접 방송법의 의미를 설명하며 광고주를 공개모집하고 나선다. 그리고 마침내 한 회사 대표가 라스트뉴스팀을 만난다. 그는 히노에게 묻는다. 만일 우리 회사 제품에 결함 상품이 나오면 그것을 보도할 것인가, 눈감고 넘어갈 것인가를 말이다. 히노는 아무리 광고주라 해도 다른 기업보다 특혜를 줄 수 없다고 단호히 얘기한다. 어떻게 됐을까. 다행히도 그 광고주는 자신의 회사 스캔들을 눈감아 주겠다고 했다면 광고주를 거절했을 것이라며 흔쾌히 라스트뉴스의 광고주가 된다. 라스트뉴스가 추구하는 진실을 위해 그 어떤 간섭도 하지 않겠다는 광고주, 불편해도 라스트뉴스가 밝히는 진실이 세상에 보탬이 된다고 생각하는 시청자들이 있기에 라스트뉴스는 계속될 수 있었다.

어떤가. 만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일까. 사실 모든 언론인들이 히노처럼, 라스트뉴스를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 간절할 것이다. 그런데 라스트뉴스를 자유롭게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주객관적인 상황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괴로운 것이다. 국민이 반대하는 언론악법 국회에서 재논의해야 하지 않겠냐고 외치던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이 경찰에 연행됐다. 내일 하루는 뜻을 같이하는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언론을 지키기 위해서 동조 단식을 하기로 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굶어서 지킬 수 있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라스트뉴스를 지키기 위해 뭘 해야 하는 것일까. 잠 못드는 밤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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