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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씨 이야기/세상에 말걸기

이명박 정부 시대를 사는 법

수희씨 2010. 6. 18. 23:03

어떤 이는 이명박 정부 2년이 꼭 15년 같다고 칼럼에 썼다. 나 역시 동감이다. 인수위원회 3개월 동안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3개월이 아니라 꼭 3년이 지난 것 같다고 우스개처럼 말하곤 했다. 2년 하면 24개월이니 내게는 한 24년쯤 되는 것 같은 체감이다. 너무 과한가? 결론을 말하자면 참으로 피곤하다는 것이다. 이 피곤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과연 이명박 시대를 잘 사는 방법이 있기나 한 건지 궁금하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 시대를 잘 살아내려면, 눈감고 귀막고 사는 방법이 최고일 듯하다. 세상이 뭐라 떠든다 해도 “안들려 안들려”를 외치는 것이다. 아주 말도 안 되는 기 막히는 장면은 아예 보지 않는 것이다. 부러 봐서 속상하면 나만 손해다. 그런데 이렇게 살려니 억울하기도 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못된 시어미가 아닐진대 왜 고생스런 며느리 역할을 국민들이 해야 하는 것일까. 그러니 이 방법은 실행하기도 쉽지 않은, 그리고 정말 이 시대에 맞지 않는 방법이다. 보이면 보이는 대로 들리면 들리는 대로 느껴야 한다. 이건 거의 ‘본능’이기 때문에, 억지로 안하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이 방법엔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가진 게 많아야 한다. 집도 2,3채 정도 있고, 부동산도 있고, 현금도 많으면 더 좋고, 없어야 될 것이 있다면 인정사정이 아닐까 싶다. 소위 1% 라 불리는 그룹에 들어가면 된다. 그러면 이명박 정부가 하는 정책이 모두 마음에 쏙들어올 것이니 잘 살 수 있으리라. 그런데 이 1%에 들어가는 일은 아마 다시 태어나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러니 이방법도 쓸모 있는 방법은 아닐 터.

다음으로는 서울로 이사를 가는 방법이다. 왠만하면 수도권으로 말이다. 이 나라는 수도권에만 특혜를 주는 기상천외한 방법들을 개발하는데 온통 혈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자본가가 아닌 이상 수도권으로 적을 옮긴다한들 내 삶에 규제완화가 무슨 도움이 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아마 지금보다 더 못한 생활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이방법도 말도 안 된다.

또 하나 어떤 조직이든, 모임이든 나서지 않는 것이다. 특히 노조활동은 더더욱 안 된다. 민중의 지팡이가 몽둥이가 되어 두들겨 패는 세상이다. 내가 낸 세금으로 밥 먹는 그들에게 맞아 죽을 수도 있는 날이 온 것이다. 자신이 불이익을 당해도, 어려움을 당해도 사람들을 모아서 뭘 해결해보려고 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러면 욕먹는다. 밥그릇싸움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 세상에 밥그릇 싸움 만큼 중요한 싸움이 또 있을지 의문이긴 하다. 이제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저들은 뭉치는 것을 싫어하나,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것이 만고의 진리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 소개한 방법 모두 허당이다. 나는 그렇게 할 자신이 없다. 나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두려운 것도 사실이다. 국가가 저지르는 폭력 앞에 속수무책인 나와 같은 수많은 우리들이 이 시대를 견뎌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난 “ 저항만이 살 길이다” 라고 쓰고 싶다. 이런 저항의 움직임이 연대로 나아간다면 더 좋겠다. 촌스럽지만 깨어있는 지성이, 실천하는 지성이 지금 꼭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하긴 수많은 사람들이 시국선언을 해도 ‘너는 떠들어라, 나는 잘하고 있다’를 외치는 이명박 대통령을 생각하면, 아니 이제 말도 못하게 억압하려는 그를 보면 역겹기도 하지만, 어쨋거나 짜증내면 나만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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