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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언론 이야기/지역언론을 말하다

왜냐고 물어보라!

수희씨 2010. 7. 31. 13:08

“ 차라리 다 죽여라” 덤프연대노동자들의 절규다. 처참하다. 죽기를 각오하고 투쟁에 나선 것이다. 먹고 살기 위해서,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으므로, 더 이상 이대로 살 수 없기에 말이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우리 가까이에도 지난 1년 동안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이 있다. 바로 하이닉스 매그나칩 사내 하청지회 노동자들이다. 그들은 1년여 동안 싸우면서 꿈을 잃었고, 웃음을 잃었고, 가정을 잃었고, 동료를 잃었다. 파업투쟁을 벌인 지 1주년 기념 투쟁에 나선 그들은 다시 두들겨 맞고, 구속되고 말았다.

10명의 노동자중 6명은 비정규직 노동자다. 그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가 아무리 심각하다고 해도 대다수 사람들은 하이닉스 매그나칩 노동자들의 투쟁을 나의 일처럼 여기지 않는다. 여기에는 언론이 큰 역할(?)을 했다. 그들이 투쟁에 나섰을 때 왜냐고 묻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의 투쟁이 거리로 나왔을 때 시민불편 운운하며 집회시위문화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악다구니를 써댔다.

공권력이 무너져 큰일이라고, 하이닉스 노동자들은 폭도 같다고 무서워서 못살겠다고 하는 시민들의 인터뷰만 골라서 보도했다. 경찰에 두들겨 맞아 피 흘리는 노동자들은 철저히 외면했다. 애초부터 비정규직 문제나 노사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보도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추석에도 쉬지 않고 일해요” 등등의 하이닉스사에 대한 홍보성 기사만을 보도하고 있었다.

다시 덤프연대 파업으로 돌아와서, 지난 10월18일 지역신문의 경제면 기사를 보자. 약속이라도 한 듯이 ‘물류대란 악몽 재연되나’ 라는 헤드라인을 뽑고 있다. 기사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없다. 덤프연대의 파업에 화물연대, 레미콘노동자들이 연대하겠다고 나서자 미리 나온 기사였다. 파업하는 노동자들을 얽매기 위해 언론이 나서서 대란이니 시민불편이니 외치며 마치 큰 난리라도 나는 양 호들갑을 떨며 노동자들을 몰아세운다.

파업하는 노동자들에 한번쯤은 물어보시라. 왜냐고 말이다. 언론의 객관성과 공정성은 필요할 때만 내세우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새충청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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