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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언론 이야기/지역언론을 말하다

누구를 위한 충북도청인가

수희씨 2010. 7. 31.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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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이원종 지사는 충청북도청을 총괄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충북도청에 근무하는 모든 공무원들의 노력도 이원종 지사를 돋보이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원종지사도, 도청공무원도 모두 충청북도를 위해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며, 그들이 섬겨야 할 사람은 바로 충북도민이다.

민언련은 충청북도청을 상대로 행정정보공개청구를 한 바 있다. 이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민언련 활동가로서 뿐만 아니라 충북도민의 한사람으로서 나는 우울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 우울함의 전말은 이렇다. 도청에서 언론사와 관련해 예산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혹시라도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자체에 대한 언론의 비판이 무딘 이유가 예산에 숨어있는지 충북도민들이 당연히 알아야 할 권리라 생각했다. 또한 말뿐인 지역언론개혁이 아니라 지역언론의 문제점을 개선해나가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기초자료도 필요했다.

자료를 받아보니 그동안 짐작했던 추측들이 여지없이 들어맞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도청의 기자실은 일부 전화비용을 제외하고는 모두 도청에서 운영비를 부담하고 있었다. 이 운영비에는 기자들의 업무를 돕기 위해 고용된 비정규직 직원 급여도 포함되어 있다.  도지사 해외순방에도 기자들이 한두명씩 공짜 해외취재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도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이정도로도 충청북도의 대(對) 기자 서비스 참으로 훌륭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관행아니냐, 당연한 거 아니냐라고들 말한다. 해외 취재가 필요하면 언론사에서 경비를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고, 관언유착의 폐해를 낳고 있는 기자실 폐지라는 개혁 요구는 이미 많은 자치단체에서 받아들여 개방형 브리핑룸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기자들의 밥값 얘기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도지사와 부지사는 지난 2년 동안 기자들과 152회 밥을 같이 먹었다. 그러니까 1년에 76번, 한달에 6번 정도 밥을 먹은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 밥 먹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간담회를 명목으로 해 자치단체장과 기자들의 식사자리가 빈번하다는 것도 그리 곱게 보이지는 않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언론사 간부진들이 안보현장 견학가는 길에 도지사는 격려물품을 주기도 했으며, 모 언론사의 사옥이전 기념으로 TV를 선물하기도 했다. 그리고 행정부지사는  신행정수도 건설 추진 홍보 관련 격려 명목으로 적지 않은 돈을 썼다. 충청북도의 기자 관리 안으로 밖으로 성실하게 이뤄진 셈이다. 도대체 왜라는 의문이 계속 남는다. 관계자들이 자료 공개를 꺼려하는 이유, 뭔가 있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민언련에서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는 자료는 언론사 주최행사에 대한 후원내역과 업무추진비에 대한 지출결의서 사본이었다. 그러나 이 두 사항은 절대 불가, 공개할 수 없다는 얘기만 들었다. 합의가 되지 않았다, 난감하다, 언론사에서 형평성을 문제제기하면 곤란하다 등의 이유를 들며 실무자의 고충(?)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지출결의서 사본을 보여달라고 요구하자 담당자는 ‘그게 왜 필요한거요? 도대체 궁금한게 뭐요’ 라고 되묻는다. 정확한 명칭도 제시되지 않은 채 이렇게 많은 돈이 쓰였는데 어떻게 쓰인 건지 궁금하다고 하자 몇 마디 대답한다. 언론사 간부진 안보현장 가는데 왜 격려물품 주는데요? 하니까 매년 그래왔으니까라고 대답한다. 간담회 비용이 이렇게 많이 들었나요 하니 사람이 많았단다. 기자들이 취재하고 보도하는 건 당연한데 홍보 관련 격려금은 뭔가요? 기자들이 수고가 많아서 특별히 챙긴거란다. 이 대답을 듣기까지 한달여의 시간이 지났다. 이들은 합의가 되지 않았다라는 이유로 미루고 미루다 법률적 검토를 하겠다는 공문에 마지못해 대답했다. 비공개 이유 답변을 공문으로 보내달라고 하자 알았다 하고 일주일이 지났고 담당 공무원에게 재차 전화를 하고 나서야 받을 수 있었다. 여기까지가 충북도청의 행정정보공개 서비스 시스템이다.


충북도청 공무원들이 누구 눈치를 보고 이런 식으로 대(對) 도민 서비스를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전화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윗분들과 상의해봐야 해서…’ 였다. 행정정보공개절차를 정당하게 지켜주면 그만이지 왜 그리 상의하고 협의해야 할 일이 많은 것일까. 지난 두 달 동안 충북도청의 행정정보공개 시스템을 체험한 맛은 영 개운치가 않다. 한 가지 깨달은 확실한 사실은 민언련의 예산감시운동이 충북도민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라는 것이다.  도정 시스템의 작은 부분이라 하지만 때로는 일부가 전체를 말해주기도 한다. 윗분들과 기자들 눈치 보느라 제대로 일하지 못하는 공무원 사회 그들 모두 과연 충북도민을 위해서 뛰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지 냉철히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관행이라는 핑계는 접어두는 것이 좋겠다.

지난 10년 동안 이원종 도지사가 만들어온 도정 시스템이 충북도의 발전을 꾀하고 있는지는 점검해봐야 할 것이다.  인물이 바뀐다고 해서 뭔가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개혁을 이끌어낼 수 있는 힘의 중심에 인물이 자리하기도 한다. 시대에 맞게 달라져야 할 낡은 관행은 뿌리 뽑고, 개혁해나가는 것이 옳지 않은가.  

이원종 도지사에 대한 높은 지지율, 출마만 하면 무조건 될 것이다를 알려주는 각종 여론조사.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는 명예, 이런 결과에 충북도민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나는 이런 결과가 ‘충북은 절대 변함 없을거다, 개혁은 멀었다’ 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아 우울했다. 민언련이 해야 할 일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절감한 시간이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새충청 200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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