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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언론 이야기/지역언론을 말하다

언론, 권력을 감시하라

수희씨 2010. 7. 31. 13:07

청주MBC의 <경찰청장 출근길 신호조작> 추적보도는 오랜만에 뉴스 보는 맛을 일깨웠다. 신호도 무시한 채 달리는 경찰청장의 출근 차, 신호 작동기 옆에서 무전을 주고받는 경찰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카메라 영상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리고 다시는 이렇게 하지 않을 테니 보도하지 말라는 누군가의 인터뷰도 생생하게 전파를 탔다.

경찰청과 관련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국감에서는 호화경찰청장실이 지적되었다. 시정하겠다고 했으니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국민에게 서비스하고, 신뢰받는 경찰이 되겠다고 다짐했던 그들의 외침은 호화경찰청장실과 경찰청장 출근길을 엄호하는 이 두 단면만으로도 설득력을 잃고 있다.

최근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지고 있는 김남원 전 총경 사건도 마찬가지다. 이 사건은 54억이라는 돈을 카지노 도박을 통해서 날렸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보도되었지만 경찰 조직의 문제를 검증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그가 총경시절에 지위를 이용해 부하직원들에게 돈을 빌린 과정에서 상납이나 인사청탁 등의 비리가 있었는지의 여부와 1년이 넘는 도주기간 동안 경찰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려는 의지가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전 상관의 비리는 은근슬쩍 넘어가려하면서 노동자나 서민에게는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과도한 권한을 휘두른 것은 아니었는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주말 KBS 탐사보도팀은 넉달동안에 걸친 취재결과 <고위공직자, 그들의 재산을 공개하다>를 방송했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재산을 취득한 과정을 제대로 공개하기를 거부했던 ‘고위공직자’들은 사생활 캐지 말라며 오히려 취재진을 나무랐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취재진의 노력과 언론의 역할에 박수를 보냈다. 모처럼 감동받았다는 것이다.

고위공직자의 재산공개 보도나 경찰청장 출근길 관련 보도는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 본연의 역할이 제 기능을 했기에 감동을 주고 시청자의 지지를 얻은 것이다.

경찰청장실이, 경찰청장의 출근길이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대한 후속보도를 기대한다. 한번 터뜨리고 지나갈 일이 아니다. 감시의 눈길, 날카롭게 빛낼 때이다. ‘감동’할 준비는 언제든 되어 있다.

(새충청 2005.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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