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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자치 10년, 지역언론의 자화상 본문

지역언론 이야기/지역언론을 말하다

민선자치 10년, 지역언론의 자화상

수희씨 2010. 7. 31. 13:06
얼마 전 지역의 한 일간지는 괴산군의 실정(失政)을 연이어 보도했다. 세계최대 가마솥과 축구장 조성, 그리고 군내에 도로 조성을 둘러싼 예산낭비에 대한 지적이었다.

타당한 지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신문에서는 괴산군 고추축제 홍보성 기사만 실렸을 뿐이다. 이쯤되면 ‘ 혹시 광고 때문에…’ 와 ‘알고도 안 썼겠지’ 하는 의견이 제대로 비판을 했느냐, 못했느냐 보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지역언론의 실태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언론이 맺고 있는 관계(?) 즉 관언유착 현상은 지역언론의 성격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지역신문을 보면 공무원을 위한, 공무원에 의한 신문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대개가 행정기관에서 보내오는 보도자료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사진과 기사를 발견하는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 자치단체장 치적 홍보 기사를 대할 때마다 관의 홍보지 역할에 충실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게 된다. ‘신년맞이, 연말결산, ○주년 기념, ○○를 맞아 인터뷰 하다… ’ 라는 식으로 자치단체장들이 지역신문에 일정한 주기마다 얼굴을 내밀고 있다.

자치단체장 인터뷰가 문제가 아니라 그 내용이 지역주민들을 위한 것이 아닌 자치단체장 띄우기라는 것이 문제다. 지역에 있는 일간지의 수만큼 같은 내용의 기사가 반복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치적 홍보 기사가 실리면 며칠사이 전후로 해당 자치단체의 광고가 신문에 실리고 있다. 지역주민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신문에 홍보용 기사를 싣고 광고까지 챙겨주다니 이 거래를 ‘구태’라는 이름으로 적당히 지적하고 넘길 일이 아니다.

민선자치 10년을 맞았다지만 지역언론은 여전히 자치단체 홍보에 앞장서고 있는 꼴이다. 자치단체 결산 평가 기사 하나 제대로 못써내는 한심한(?) 수준으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어떻게 발전시켜나갈 수 있겠는가. 지방정부를 감시해야 할 언론의 역할은 교과서에나 나올법한 말이 되었다. 지역주민들 역시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아마도 지역주민들은 지역신문을 아예 안보니까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거나 혹은 본다 해도 지역신문은 원래 그러니까 하면서 그냥 넘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무관심과 냉소라는 이름으로 혈세가 버젓이 낭비되고 있는 것을 허락해주고 있는 것이다.
(2005.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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