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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언론 이야기/지역언론을 말하다

촌지, 그리고 기자들의 어려운 사정

수희씨 2010. 7. 31. 13:06
새전북신문의 어느 기자가 “더 이상 앵벌이 기자로 살 수 없다” 고 고백해 논란이 일었다. 앵벌이 기자 논란은 사실 우리지역에서 먼저 제기되었다. 충청일보 노조원들이 파업을 시작하면서 지역언론이 처한 현실을 고백 했다. 사실상 공론화되지 않았을 뿐이지 모두 짐작하고도 남는 그런 내용이었다. 최근 우리 지역에서도 일부기자들이 촌지를 받은 사실이 밝혀져 지역주민들에게 실망을 주고 있다.

관행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 도교육청 뇌물수수 사건, 그리고 충주시청 시정홍보비 유용 건. 이 두 사건의 관계자들은 ‘ 늘 줘왔던 것인데, 일 있을 때마다 줘왔는데, 기자들 어려운 거 아는데…, 다른 데도 마찬가지라고, 우리만 특별한 게 아니다’ 라고 했다. 뭘 새삼스럽게 문제 삼느냐는 투다. 도교육청 출입기자단이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고, 뼈를 깎는 자정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고, 몇몇 신문사는 자정결의대회를 갖고 촌지를 받지 않겠노라고 선언했다. 그런데 이번 추석에 또 다시 ‘떡값’ 명목으로 불투명한 거래가 있었다.

이 두 사건 모두 출입처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현재의 취재시스템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출입기자단과 기관이 폐쇄적이고 밀착된 형태로 관계를 맺고 있어 촌지를 주고받는 비리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기자들은 출입처에서 만들어진 보도자료에 의존해 발표하는 식으로 취재활동을 벌이다보니 자연스럽게 비판감시의 기능은 소홀해지고 있다. 여기에다 기관으로부터 특별한 경우에 취재비를 지원받고, 홍보 잘해줬다고 대가를 제공받고, 기관장과는 간담회 명목으로 함께 밥을 먹고… 말 그대로 관언유착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시정홍보비로 기자들에게 돈을 제공한 것이 무슨 문제냐는 식으로 말하고 있는 기관 관계자들이나 해당 기자들 모두 관행이라는 이름아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돈을 받는 기자들의 자질 문제도 있지만 현실적인 임금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더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기자들의 어려운 사정은 회사 경영진이 챙겨야 할 몫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그야말로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뛰고 있는 기자들도 많을 것이다. 그렇게 고민하는 많은 기자들을 자존심 상하게 하는 이런 일들이 자꾸 반복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지역주민의 신뢰를 잃는 것도 문제지만 성취감 없이 패배감만 쌓이는 현실에서 기자정신을 지켜내며 버텨나가는 것은 더욱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피해는 지역주민들에게 고스란히 되돌려진다. 지역언론의 어려운 현실을 공론화해야 하는 이유이다.

(05.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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