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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언론 이야기/지역언론을 말하다

비판, 신문의 힘

수희씨 2010. 7. 31. 12:59
사람들은 대체로 지역신문(지방일간지와 지역주간신문)을 보지 않는다. 종이신문 자체에 대한 관심도도 떨어졌지만, 지역신문을 보지 않아도 사는 데 별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 이르기까지 여러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최근 지역신문이 각 자치단체장의 치적 홍보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역신문의 위기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역민들 목소리 아로새겨, 민원현장 찾아 발로 뛴다, ‘위기를 기회로’ 잘사는 영동건설 박차, 청원 생명 쌀 전국 최고! 앞서가는 청원 군정, 활력 넘치는 ‘21세기 복지 옥천 건설’ 매진 ……” 등의 제목과 홍보용 사진이 지면을 채우고 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연말 결산, 신년 맞이 등의 타이틀을 걸고 단체장들은 지역신문에 나들이를 하고 있다. 2주년 기념 자치단체 평가를 탓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언론사로서는 충분히 기획보도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문제는 결산기사의 내용과 지면에 실리기까지의 과정이다.

각각의 신문에 각기 다른 기자가 작성한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비슷한 형식과 내용으로 채워진 결산기사는 잘한 일, 상 받은 일, 칭찬 받은 일로만 채워지고 있으며 자치단체장들이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 밤낮으로 애쓰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실질적인 평가 없이 오로지 자치단체장 띄우기에만 급급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내용들을 지역주민들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든다. 자치단체의 행정을 평가하고자 한다면 지역주민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우선일 텐데, 지역주민보다는 관에 더 가까운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지역신문에는 광고성의 홍보용 기사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모 일간지에서는 중소업체 탐방을 하면서 똑같은 회사를 한달 간격으로 두 번이나 소개한 적도 있었다.

신문이 이런 기사를 싣는 그 속내에는 경영상의 어려움과 광고수주의 어려운 현실이 존재하고 있다. 또한 주재기자들이 처한 현실도 존재하고 있다. 지역신문의 경영사정은 계속 악화되고 있으며, 기자는 언론인으로서 대접받기 보다는 영업사원쯤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경영이 어렵다고 해서, 당장에 광고수주가 이뤄진다 해서 이런 홍보성 기사를 계속 싣는 것은 신문 스스로 언론의 기능을 져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악순환에 신문의 위기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사적인 자리에서 만난 지역일간지의 한 기자는 충북민언련의 신문모니터 활동을 두고 언론개혁을 위해 해야 할 일 들이 산적한데 왜 지역신문만 못살게 구냐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맞는 말이다. 언론개혁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많다. 그러나 제일 중요하고 급한 일이 바로 지역언론의 활성화이다.

지역신문도 이제 살아남기 위해서, 독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 어떻게 달라져야 할 것인지 고민하고 보여줘야 한다. 지역신문의 성실한 독자로서 무엇보다 비판의 기능을 살려달라는 주문을 하고 싶다. 비판은 신문의 힘이다. 이것이 살아있을 때 신문 볼 맛이 나는 것이다. 비판이 살아있는 그런 신문을 보고 싶다, 아니 읽고 싶다.

                                                                                 (2005년, 충청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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