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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언론 이야기/지역언론을 말하다

'지역언론'을 생각한다

수희씨 2010. 6. 18. 23:07
<삼성을 생각한다>를 읽었다.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 이후 2년 만에 책으로 나왔다. 삼성의 구질구질하고 기도 안차는 비리도 놀라웠지만, 책을 읽는 내내 언론자유 문제가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삼성에 관한 고발 기사는 고사하고 이 책 광고조차 싣지 못하는 형편이 오늘 대한민국 언론의 자화상이다. 삼성은 대한민국 언론에 최고의 광고주이다. 한때 삼성을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던 한겨레와 경향은 삼성 광고가 빠지고 나서 꽤 힘들었던 모양이다. 삼성뿐만이 아니다. 언론은 대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전국지들이 대기업 광고에 자유로울 수 없다면, 지역언론은 자치단체에 목을 매고 있다. 충북민언련에서 여러 차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살펴본 결과도 그랬다. 각 자치단체들마다 지역언론에 적지 않은 광고비와 행사 지원비를 쓰고 있다. 뚜렷한 기준 없이 아주 공평하게 나눠주고 있다. 이렇게 공식적으로 잡힌 예산도 그렇지만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밝힐 수 없는 예산도 꽤나 많다고 사람들이 말한다. 그야말로 언론사를 자치단체가 먹여 살리는 형국이다. 독자가 없어도 신문이 절대 망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치단체에 대한 비판 기사는 눈 씻고 찾아보기 어려울 지경이다. 어쩌다 비판기사가 나와도 자치단체들은 속된 말로 ‘생깐다’. 완전 개 무시다. 너희들은 짖어라, 아무 상관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비판기사가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일이다. 2010년 대충청방문의 해를 맞아 언론사들에 적지 않은 광고비가 풀렸나보다. 불만을 품은 몇몇 신문들이 그야말로 손발이 오그라드는 ‘까는’ 기사들을 썼다. 지역신문에선 종종 이런 기사들을 볼 수 있다. 광고를 따기 위해 ‘비판’ 아닌 비판기사를 쓰는 경우 말이다. 내용이 충실하다면 그래도 봐줄만 한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

또 한 신문은 돌아가면서 기관들을 ‘까는’ 기사들을 싣고 있다고 한다. 모두 다 광고 때문이라고 한다. 언론의 본령인 비판과 감시, 견제의 역할을 하기보다 언론사를 유지하기 위해 언론의 역할이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심정으로, 혹은 보험 든다는 생각에 광고집행이 이루어지는 것일까.

일반 기업체나 공사의 경우는 몰라도 자치단체장의 무분별한 홍보비 집행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제 돈도 아니면서 기자들에게 밥 사고, 촌지 아니 뇌물 돌리고, 언론사에 광고 주고 정말 맘대로 쓰고 있다면 말이다. 최근 전북도청에서 기자들에게 현금을 준 사건이 알려져 또 한 번 실망스럽게 했다. 끝없는 개혁과 자정 요구만으로 이런 일들을 막을 수는 없다. ‘생존’ 을 위해 그들도 나름 환경에 맞게 진화한 것이다. 독자들이, 지역주민들이 지역언론에 무관심하면 할수록 자치단체와 지역언론간의 부적절한 공생 관계는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우리가 지역언론이 제대로 자치단체를 감시할 수 있게 든든한 배경이 되어줘야 한다. 그래서 지역언론을 무시하는 것이 곧 지역주민을 무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자치단체들이 똑똑히 알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러니 지역언론들도 ‘정확하고, 공정하게, 핵심의제를 갖고’ 선거보도에 나서야 한다. 어디에 줄섰는지 티 좀 그만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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