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수희씨닷컴

나는 행복한 독자인가? 본문

지역언론 이야기/지역언론을 말하다

나는 행복한 독자인가?

수희씨 2010. 7. 31. 13:12


나는 신문 읽기를 좋아한다. 어쩌다 하루 거르는 날이면 세상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다. 요즘에야 인터넷이 있어서 뉴스가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나는 인터넷 포털 뉴스보다 신문 읽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고 굳게 생각하는 독자이다.

신문을 읽는 맛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세상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들은 무엇인지, 이러한 이슈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론의 흐름이 무엇인지 등을 알게 해주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을 통해서 만나는 재미는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그리고 뒤틀린 세상에 한방 먹여주는 펀치 같은 날카로운 비판과 편집자의 의도를 알아차렸을 때 입가에 미소가 절로 그려진다. 이렇게 즐거운 것이 신문 읽는 맛이다.


그러나 나는 요즘 신문 읽는 일이 그리 행복하지 않다. 나는 지역신문을 읽는다. 지역사회에서 일하고 있는 나에게 지역신문 읽기는 꼭 필요한 작업이다. 우리 지역사회 돌아가는 사정을 어디에서 볼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지역신문을 읽는 나는 신문읽기의 즐거움을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만 솟는다.

언제부터인가 청주에서 발행되는 일간지들이 대전 충남권 영역으로 지면을 넓혔다. 광고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지역신문사 관계자들의 입장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성을 기반으로 해야 할 지역신문이 오히려 지역성을 잃고 있다는 것이 아쉽다. 6~7개 면이 모두 관급 보도자료로 채워지니 나에게는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지면이 되어버렸다. 넓은 권역을 다 다루려다 보니 취재인력이 부족해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한 기사가 많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8월에 발행되고 있는 충북일보를 살펴보니 뉴스브리핑이라는 지면에서 아예 각 시군에서 보내오고 있는 보도자료를 그대로 싣고 있다. 이를 두고 한참을 고민했다. 어차피 보도자료인데 차라리 보도자료라고 솔직히 밝힌 편집자를 칭찬해야 하는 것인지 말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제 기자들이 스스로 취재를 하지 않고도 지면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매우 위험한 보도태도이다. 기자의 취재가 우선이어야 하지 관보가 아닌 이상 보도자료를 그대로 싣는 것은 아무래도 신뢰도를 떨어뜨리게 되고 독자들을 멀어지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그리고 사설의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사설은 신문의 얼굴이나 다름없다. 개혁언론을 표방하며 노동자 서민을 대변하겠다는 새충청일보는 사설과 기사에서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편집태도로 계속 엇박자를 내며 독자를 헛갈리게 한다. 한미 FTA를 우려한다며 기획시리즈로 기사를 내보내는 한편에서는 한미 FTA를 찬성하는 몇몇 인사들의 발언을 소신에 찬 비판이라 주목받는다며 사설을 통해 소개했다. 비정규직의 문제를 얘기하면서 한편에서는 노동자들의 불법 파업 운운하며 노동자들의 파업을 비난하기도 했다. 정우택 지사의 인사형식은 존중되어야 한다며 찍소리도 하지 말라고 훈계하기도 했다. 이런 사설을 읽을 때마다 지역신문을 계속 읽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내가 불행한 독자라고 생각한다.


나도 행복한 독자이고 싶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