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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씨 이야기/오마이베이비

어버이날을 보내며

수희씨 2013. 5. 9. 14:53

어제는 어버이날이었다. 어버이날이니 어린이날이 이런 날들이 왜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날만큼은 어버이 은혜를 되새기라는 뜻에 평소보다는 마음을 쓴다. 부모님께 용돈을 보내드리고 전화 한통을 건다.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은 꺼내지도 않는다. 그런 말 솔직히 못하겠다. 그저 내 맘 아시겠지, 생각한다.

 

나이를 먹어가니 어버이날에 생겨나는 마음이 또 하나 있다. 어버이날 전날 밤, 잠자리에 누워 남편과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남편이 말했다. 자신은 어버이날이라고 꽃 받는 거 솔직히 부럽다고. 나는 뭘 그걸 부러워 해, 우리도 행복하잖아라고 대꾸했지만 당황스럽긴 했다. 사실 나도 의식하진 못했지만 어느덧 어버이가 된 친구들, 사람들이 늘어놓는 자랑을 부러워하는 마음이 없던 건 아니었다. 꼬맹이들이 편지도 써오고, 종이 카네이션도 만들어왔다는 자랑이 스마트폰을 열면 쏟아지니 말이다. 아이들이 연필로 꾹꾹 눌러 쓴 편지만 봐도 입가에 미소가 절로 그려지고, 귀여워 미칠 것만 같은데 그걸 직접 받는 부모들 마음이야 오죽할까.

 

                                       <조카녀석이 제 부모에게 쓴 편지> 

어린이날도 마찬가지다. 어린이날에 애들 데리고 어딜 갈까 고민하는 부모들, 고생이지 뭐 하면서도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준 것 같아 뿌듯해하는 모습도 부럽긴 마찬가지다. 누구나 평범하게 누리고 있는 행복도 어떤 이들에겐 꿈이란 걸 알는지 모르겠다.

 

오월, 가정의 달이 맞긴 맞나 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 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입양의 날까지 숨차게 많다. 무슨 날이라고 그날을 특별히 기념하며 살지는 않는데도 이래저래 마음이 쓰인다. 나는 잘 살고 있고 행복한데, 뭔가 부족한 것 같고 완성된 삶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만 같아 불편하다. 아이가 없는 부부들이 다 우리 같진 않겠지만.....한해한해 오월을 보내는 소회가 남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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