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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씨 이야기/오마이베이비

내나이 마흔에 드디어.....

수희씨 2014. 10. 20. 18:50

올해는 꼭 병원에 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다짐만 했다. 별다른 노력도 못했다. 병원 예약도 알아보지도 않았고, 본격적인 몸 만들기에도 나서지 않았다. 봄에는 바쁘니까, 여름에는 더우니까 그러면서 시간을 흘려보냈다. 

"병원엔 언제쯤 갈거야?" 묻는 남편에게는 막연하게 추석이후에 가겠노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술도 마시고, 맛난 음식도 많이 먹고 했다. 덕분에 몸무게도 늘었다. 지난 추석 이후에 시어머니가 편지를 보내 당부하셨다. 추석때도 병원에 가보라고 말씀하셔서 "갈거예요" 했는데, 편지까지 보내오셨다. 시어머니는 자식 없으면 서럽다고 하루 빨리 병원에 가라고 성화시다. 시어머니가 재촉하지 않으셔도 올해는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마흔을 지났다. 가임기간이 짧아지고 체력도 약해지니 하루라도 빨리 병원에 가는게 여러모로 낫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시험관 아기에 성공한지 벌써 30년이란다. 그림 출처: 동아사이언스>

이제 마흔, 더이상 미룰 수 없네 

이번엔 별 망설임없이 생리가 시작되자마자 병원에 갔다. 그때 내마음은 그랬다. "처음엔 잘 안될거야, 그러니 기대하지 말자" . 의사는 물었다. 왜 2012년 시험관 시술 이후에 또 시도를 해보지 않았느냐고..... 시험관 시술을 해 본 이들은 잘 알겠지만 이게 간단한 듯 싶으면서도 그렇지 않고, 막상 실패하게 되면 또 다시 마음을 다잡기가 쉽지 않았다. 의사는 "보통 세번정도까지 하면 성공합니다. 그러나 안되는 사람은 18번까지도 한 경우도 있답니다"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나도 세번까지는 해봐야지 속으로 생각했다. 18번까지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그렇게 해서 시험관 시술 일정을 시작했다. 9월에 생리일을 시작으로 과배란 주사를 맞았고, 지난달 27일 난자채취를 했다. 혈액검사로 난소나이가 나왔는데 딱 내나이 40세였다. 그런데 정상범위보다는 기능이 떨어지는 거라고 해서 살짝 우울해지기도 했다. (그러게 한살이라도 어릴때 이런 것도 할 수 있는 건데.....) 그래도 별다른 부작용없이 6개의 난자를 채취했다. 지난 2012년에는 8개였는데, 이번엔 6개였다. 6개 가운데 5개가 수정에 성공했다. 3개는 지난 10월4일 이식 받았고, 2개는 냉동시켰다. 지난번과는 달리 수정란이 잘 커서 냉동까지 시킬 수 있다니 다행이다 싶었다. 이번에 실패해도 난자채취없이 수정란을 다시 이식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도 좀 가벼워졌다.  

수정란을 이식하고 9일을 누워지냈다. 웬만하면 움직이지 않는게 좋겠다는 주변의 권유때문이었다. 남편은 출장때문에 바빴기에 여동생네 집에서 머물렀다. 시술을 받은 병원도 여동생이 사는 지역 천안에 있다. 서울에 유명한 난임 전문 병원에는 가지 않았다. 지난번에 너무 기다리다 지친 경험탓에 그냥 편한 곳으로 가자고 결정했다. 누워있는 기간 내내 많은 생각들이 오갔다. 인터넷을 뒤져 시험관 아기 검색을 하며 여러 사람들에 사연을 읽었다. 다들 힘들게 도전하고 열심히 아이를 기다리는 모습에 공감도 했다. 착상 증상이 어떠네 하는 이야기도 많았지만 나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배도 그다지 당기지 않았다. 잘 먹고, 잘잤다.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 

첫번째 피검사를 하기로 한 날, 전날 밤 잠을 설쳤다. 과연 임신이 됐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아침일찍 병원에 갔다. 검사 결과는 두시간 후에 알려준단다. 일단 집에 가 있으라고 했다. 병원에서 혼자 돌아와 전화를 기다리는 2시간 내내 안절부절했다. 전화가 왔다. 간호사가 "축하합니다. 임신됐습니다. 얼른 병원으로 오세요" 라고 분명히 말했다. 나는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병원으로 향했다. 의사선생님도 축하한다고 했다. 초음파로 난소를 보더니 그리 커지지 않았다며 배는 아프지 않을거라 했다. 

나는 의사에게 다시 물었다. "며칠 있다가 임신이 아니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요?" 너무나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검수치 결과는 63이었다. 이틀 후에 수치가 정상적으로 올라가면 더 확실해진다고 했다. 그래서 또 마음을 졸였다. 간호사는 내게 자꾸 불안해하고 믿지 못하면 피검 수치 결과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편안하게 마음먹으라고 했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틀후 피검 수치는 143 이었다. 이제는 마음을 놓아도 될 듯 싶어 시어머니께 전화로 알려드렸다. 전화기 너머 어머니가 우신다. 내게 고맙다고 하셨다. 나도 같이 울었다. 죄송하기도 하고 좋기도 했다. 살다보니 이런날도 오는구나 싶어 벅찼다. 

지난 토요일 남편과 다시 병원을 찾았다. 세번째 피검사를 했다. 피검수치는 388로 나왔다. 정말 임신이 된 걸까. 이제 일주일 후인 이번주 토요일엔 초음파를 보기로 했다. 아기집을 볼 수 있을까? 내 텅빈 자궁에 이제 정말 그렇게 기다리던 우리 아기가 찾아온 것일까. 요즘 잠을 제대로 못잔다. 내가 아이를 잉태했다는 사실에 생각이 많아져서다. 

2년만에 다시 시도한 두번째 시험관 시술에 성공했다. 모든 것이 다 고맙다. 내가 정말 '덕분에' 여기까지 온 듯 싶다. 정작 나는 아무것도 한게 없는데.......나를 위해 기도해주고 마음 써 주신 분들 덕분에, 뒷바라지를 해주는 가족들 덕분에, 일을 쉴 수 있게 배려해주시고 도와주신 분들 덕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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