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수희씨닷컴

최고의 나를 찾아 떠난 여행 본문

수희씨 이야기/삶의 향기

최고의 나를 찾아 떠난 여행

수희씨 2015. 1. 30. 13:06

사막을 건너는 법을 알고 있다면 굳이 건너려하지 않을 것이다. 모르기 때문에 걷는 것이리라. 그 길에 누구를 만나게 될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끝이 있기나 한 것인지도 모르기 때문에 시작할 수 있다.

셰릴이 제 몸집보다 더 큰 배낭을 간신히 메고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PCT) 하이킹에 나선다.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까지 이르는 엄청난 트래킹 코스다. 사실 영화를 보러 가면서 트레킹을 떠나는 여정이니까 그 광경을 보기 위해서라도 큰 스크린으로 봐야겠다 마음 먹었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내내 엄청난 풍경에 마음을 빼앗기기 보다는 셰릴에게 온 마음을 내주어야 했다.


악마의 코스라 불리는 길,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그녀는 너무나 피폐해 보인다. 얼마나 힘든 삶을 건너왔기에 저런 얼굴을 하고 있는 걸까. 술주정뱅이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하던 엄마는 결국 병이 걸려 죽었다. 아버지에게 벗어나 학교도 다니고 제임스 미치너에 소설도 읽고 노래도 부르며 셰릴이 있어 행복하다는 엄마는 너무나 일찍 죽어버렸다.

어머니가 떠나자 셰릴은 아무 남자하고 섹스를 하고 마약까지 하며 자신을 버린 듯한 삶을 산다.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상태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듯 보인다. 아니 관심도 없다. 삶에 밑바닥까지 갔던 그런 그녀는 다시 일어나고 싶다. 엄마에게 자랑스런 딸에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최고로 자랑스러웠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녀는 길을 나섰다. 2분에 한 번씩 후회가 밀려오고, 연료를 잘못 가져와 차가운 죽을 먹어야 하고, 뭇 남자들에 노골적인 눈길이 두렵고, 발톱마저 빠져버리고 온 몸에 멍이 들만큼 괴롭지만 그래도 걷는다.

셰릴은 걸으면서 엄마를 생각한다. 셰릴이 걷는 중간 중간에 과거 그녀와 엄마와의 일상이 교차 편집된다. 셰릴의 엄마는 괴로워도 딸에게는 웃음을 보인다. 상황은 고통스러운데도 그녀에게는 어떤 힘이 있길래 저렇게 웃음 띤 얼굴로 딸에게 손을 내미는 것일까. 아마도 셰릴을 절망 속에서도 끌어올릴 수 있게 했던 것은 바로 어머니 힘이 아닐까 싶다

영화 내내 셰릴의 엄마와 셰릴이 흥얼거리는 노래들이 참 듣기 좋았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El Condor Pasa> 노래도 좋았다. 못이 되느니 망치가 되고 싶다는 말과 길이 아니라 숲이 되고 싶다는 부분에 노래가 나올 때면 든든했다.

 “ I'd rather be a hammer than a nail.못이 되느니 망치가 되고 싶어요.........I'd rather be a forest than a street.길이 되느니 차라리 숲이 되겠어요.Yes I would., 그럴 거에요. If I could, 만약 그럴 수 있다면, I surely would. 반드시 그렇게 할 거에요. I'd rather feel the earth beneath my feet, 차라리 발 아래 대지를 느끼겠어요,“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단다. 엄마가 자랑스러워하던 딸로 돌아가기 위해 94일간 악마의 코스를 걸은 셰릴 스트레이드가 써낸 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영화 끝부분에 PCT트레킹을 마친 셰릴에 이야기가 더 흘러나온다. 그녀는 새로운 남자를 만나 사랑하고 자식도 낳아 건강한 엄마가 되었다.



셰릴에게 행복을 가르쳐 준 엄마가 없었더라면, 셰릴이 94일간 그렇게 묵묵하게 걸어내지 못했다면 그녀는 다시 행복해질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이 많아졌다. 왜냐면 나도 이제 곧 엄마가 되기 때문이다. 내 딸에게 그렇게 힘을 주고 행복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줄 수 있으려면 나도 내 삶을 단단하게 지켜가야 한다. 누군가를 행복으로 이끌 그럴만한 삶을, 삶의 한가운데에서 절망에 빠져 힘들어하는 딸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