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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씨 이야기/삶의 향기

사람답게 산다는 건....

수희씨 2014. 12. 24. 13:03

76만명이 카트를 봤다. 백만을 넘지 못했다. 손익분기점을 넘으려면 160만명에 관객이 들어야 한다는데 절반도 채 안됐으니 상업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한 셈이다. 그러나 카트가 거둔 성과를 고작 관객수로 헤아리긴 어렵다. 나는 영화 카트가 성공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영화를 보기 전에는 사실 걱정이 많았다. 과연 노동자들 이야기에, 파업하는 이야기를 상업 영화로 잘 풀어낸다는 게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작품을 보기 전에는 미리 걱정도 했다. 너무 뻔하게 그리지 않았을까.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내 얄팍한 걱정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 깨달았다. 카트를 만든 부지영 감독은 너무나 멋지게 작품을 만들어냈다.

 여성 감독이 만든 여성 노동자들에 이야기 영화 카트는 실제 이랜드 홈에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이야기를 담아냈다. 영화 속 대형 마트는 실제 대형마트로 착각하게 할 만큼 세트 구현을 잘했다. 계산대에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서 있다. 그들은 항상 밝은 얼굴로 고객님을 대한다. 갑질을 하는 고객 앞에서도, 여고 동창생 앞에서도 항상 을에 입장임을 강요당하며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고 만다. 빨간 립스틱과 유니폼에 가려진 그녀들은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언뜻 잘 드러나지 않는다.


 마트를 넘기려는 회사측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잘라내려고 한다. 이에 분개해 그녀들은 노조를 결성한다. 노조를 만들자고 나선 싱글맘 혜미는 노조 가입을 망설이는 동료들을 이끌어낸다. 영화 카트에 주인공 선희는 정규직이 될 줄 알았는데 잘릴 처지에 이르자 망설이다가 노조에 가입하고 결국 앞장서기까지 한다. 혜미와 선희, 그리고 20년째 청소일을 해온 순례 이렇게 그녀들이 회사측 사람들과 교섭을 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그들은 여사님들 하면서 반찬값이나 벌자고 하는 일인데 왜들 그러느냐며 빈정거리기 일쑤다.

 영화는 노조를 결성하고 투쟁을 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처음엔 서로를 몰랐던 그녀들은 함께 모여 밥을 지어 먹고 서로에 삶을 이야기한다. 이제 그녀들은 인 마트 점원이 아니라 하나하나의 삶을 사는 사람처럼 보인다. 사측이 농성을 벌이는 마트에 전기를 끊은 그날 밤 혜미와 선희가 촛불하나를 밝히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따뜻하기까지 했다. 그녀들은 이제 삶을 나누는 동료가 되어 있었다.

 '카트속 그녀들은 어느 누구 하나 편한 삶을 사는 것 같지 않다. 자신이 나서서 돈을 벌지 않으면 당장 생계가 막막하다. 그녀들은 노동자이면서 엄마이고 아내이기도 하다. 일곱 살짜리 아들을 키우며 혼자 사는 혜미도, 라면을 끓여먹으며 TV를 친구 삼아 지내는 선희에 아이들, 늦게 집에 들어와 또다시 어질러진 집안을 치워야 하는 선희에 몸에서 풍겨오는 고단함은 그녀들이 처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래서였을까. 그녀들을 회유하고 협박하고 용역깡패까지 동원해 노조에 투쟁을 방해하게 되자 결국 하나 둘 자리를 지키지 못한 노동자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떻게든 살아내야 할테니 그녀들을 쉽게 비난할 수 없다.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던 혜미도 아이가 다치자 다시 계산대에 서야만 했다. 최악의 조건 속에서 투쟁을 하며 견뎌낸다는 것은 쉽지 않았으리라.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빼앗긴 건 그녀들만이 아니다. 정규직 노동자였던 이들도 자리를 빼앗길 위험에 처하자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하겠다고 나선다. 사실 현실에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싸우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카트는 달랐다. 영화 카트는 단순히 여성노동자들에 삶을 잘 그려낸 영화라고만 단정지을 수 없다. 영화 카트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동자들이, 아니 우리들이 처한 현실을 잘 그려내며 어떻게 해야 사람답게 살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하는 영화다. 우리 이야기이면서도 정작 모른 척 해왔던 현실, 내게 닥쳐야 부당함을 알게 된 사람들,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노조를 만들 수조차 없거나 노조를 만들어도 싸워내기가 녹록치 않음을 알게 해줬다. 영화 카트는 성공한 영화다. 자 이제 우리 노동현실은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까. 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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