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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씨 이야기/삶의 향기

이제 어디로 가야하는거죠?

수희씨 2014. 8. 18. 14:11

나는 재스민이예요. 이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어요. 잠시 여기에 앉아서 숨 좀 고를게요. 미처 약도 챙기지 않고 나왔는걸요. 당신들은 나를 비난하겠지요. 잠시만요. 숨이 또 가빠오네요. 당신이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다 알아요. 그렇지만 내게도 다 이유가 있었다구요. 가만 있어봐요. 그이랑 처음 만날 때 들었던 블루문이 흐르는 군요. 이 노래가 흐를 때 우린 운명처럼 만났어요. 못다한 내 이야기를 좀 해도 될까요? 이렇게 묻는 건 나로서도 처음이예요. 늘 내 곁에는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젠 아무도 없군요. 그렇지만 당신이라도 들어줘야 해요.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까요? 아, 남편 할을 만난 이야기부터 해야겠군요. 입양돼서 한때 행복하기도 했지만 편한 삶은 아니었어요. 내가 꿈꿔왔던 삶은 이런 삶이 아니었는데 현실은 가혹했죠. 아이들 돌보는 아르바이트도 했어요. 공부는 그다지 취미가 없었어요. 특히 컴퓨터는 배우기가 싫었죠. 복잡했어요. 그렇지만 나는 나를 꾸미는 데에는 관심이 많았답니다. 상류층 여자들처럼 되고 싶었죠. 난 어떡해서든 기회를 잡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남편을 만났죠. 나는 한 눈에 그 사람이 나를 다른 세계로 데려가줄거라고 확신했어요.

남편은 사업도 크게 하고 돈이 많았어요. 무엇보다 그는 나를 기쁘게 해주었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다 살 수 있게 해줬어요. 그리고 내 생일 때마다 뉴욕에 친구들을 불러모아 근사한 파티를 열어줬죠. 최고급 요리와 음악, 드레스에 보석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어요. 그이는 나를 사랑했어요. 물론 나도 그이를 사랑했죠. 내가 원하는 걸 다 해주는 그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부부사이요? 우리 부부는 처음엔 뜨거웠지만 결혼 후 몇 년이 지나선 시들했죠. 원래 부부들은 다 그런 거 아닌가요? 언제까지 뜨겁기만 한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그치만 난 불만은 없었어요. 불만을 가질 틈이 없을만큼 즐거운 일이 많았거든요. 그랬는데 어쩌다 난 혼자가 됐을까요?

여동생 이야길 해야겠네요. 진저는 참 형편없는 남자들만 만났죠. 뭐라 얘기해주고 싶었지만 솔직히 신경쓰고 싶지 않았어요. 진저의 인생이니까…. 그런데 지금 진저 옆에는 한심스럽긴하지만 찰리가 있고, 내 옆에는 아무도 없죠. 진저가 행복하길 바라요. 행복해야죠. 힘들게 살아왔으니까요. 난 드와이트랑 결혼해서 진저에게 다시 멋진 삶을 사는 내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진저에 첫 남편만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나저나 드와이트는 나를 사랑해서 결혼하려한 게 아닌 것 같아요. 그냥 내가 필요했던 거예요. 그럴싸한 그림처럼… 그러고보니 나도 어쩌면 할을…다시 생각해봐야할 거 같군요. 할이 가진 돈을 더 좋아했던 건 아닐까요. 아니 아니예요. 나는 할을 사랑했어요. 그이가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았을때 죽을만큼 괴로웠다구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FBI에 전화했죠. 다 나 때문에 망친거라구요! 아니예요. 난 잘못한 게 없어요. 나는 얼마나 할에게 충실했는데요. 그에게 완벽한 아내이고 싶었어요. 그의 아들에게도 친 엄마 못지 않은 사랑을 줬단 말이예요. 그런데 모두가 나를 원망하죠. 할도 죽어가며 날 원망했겠죠. 대니도 그러더라구요. 모든 게 나 때문이라고…….

모두 새 삶을 시작하네요. 좋아보여요. 그런데 왠일인지 내게도 새로운 삶이란 미래가 있을까요? 난 새로워질 수 있을까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하죠. 당신은 내게 말해줄 수 있나요? 내 잘못이 아니라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고, 용기를 내 보라고 말이죠.

아, 블루문이 흐르는군요. 술 한잔 마시면 잠을 잘 수 있겠는데,  자고 싶은데 어떡하죠. 어디로 가야하는걸까요?  당신, 나를 이해할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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