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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언론 이야기/지역언론을 말하다

지역신문과 독자가 함께 사는 법

수희씨 2012. 3. 6. 13:27

지난 2월 세계적인 미디어석학이라 불리는 저널리즘 학자 존라빈 교수가 한국을 찾아 와 미디어의 미래를 주제로 3일간 강연을 펼쳤다. 70세를 넘은 노학자가 3일 내내 한 이야기의 시작과 끝, 그리고 핵심은 바로 독자였다. 그는 저널리즘의 시작과 끝은 독자에게 달려있다고 말했다. 또 존라빈 교수는 매체를 성공시키려면 독자들의 경험을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수많은 미디어가 넘쳐나는 시대에 독자가 어떤 매체를 즐겨 선택하는 데에는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독자의 경험 즉 습관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한다. 독자가 그 매체에 갖고 있는 신뢰, 만족감, 그리고 자신에게 유용하다는 판단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게 참 쉽지 많은 않다.

                                                             <옥천신문 이미지>

지난 8년간 시민언론운동을 해오면서 귀가 닳도록 들었고, 입이 닳도록 했던 말이 지역언론의 위기. 아직도 해결나지 않은 화두다. 해결은커녕 이대로 가다간 지역언론이 없어질 거 같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한다. 지역언론이 위기 상황에 처한 절대적인 원인도 바로 독자에 답이 있다. 지역언론이 독자를 만족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외면 받게 된 것이니 오늘날의 이 위기에 대한 책임은 답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한 지역언론에 물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옥천신문은 좀 특별해보이기까지 한다. 적어도 옥천신문은 독자에게 읽히는 신문이다. 독자에게 욕도 먹고, 사랑도 먹는 신문이다.

나도 옥천신문의 나름 오래된 독자다. 옥천이 고향도 아니고 살고 있지도 않지만 내가 옥천신문을 구독하는 이유는 신문 보는 재미 때문이다. 옥천신문에는 지역주민들의 삶이 들어 있다. 따뜻하고 정감 넘치는 기사들도 좋지만, 기자들이 발품을 팔면서 취재한 지역의 현안에는 지역주민들의 치열한 고민이 묻어나서 더 좋다. 옥천신문의 보도 내용을 놓고 갑론을박 토론을 벌이는 모습도 부럽다. 또 옥천신문 보도 태도에 대해 너무 비판적이다, 밖의 사람들이 보면 옥천은 문제만 있다고 생각할 거 아니냐는 의견을 밝히는 수많은 지역주민들이 있다는 것도 반갑다.

옥천신문을 나의 신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적어도 옥천지역 주민들은 옥천신문을 가깝게 여기고 있고, 옥천신문을 신뢰하고 있다. 이 점은 옥천신문의 미래를 밝게 해주는 엄청난 자산이다. 옥천신문은 다른 어떤 신문보다도 독자참여를 훌륭하게 이끌어낼 수 있는 자산을 갖고 있는 셈이다. 옥천신문 독자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매체를 갖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옥천신문의 미래를 밝게 만들어가기 위해 옥천신문과 독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옥천신문은 편집국을 지역주민들에게 더 개방할 필요가 있다. 독자사랑방만을 만들어 놓을 게 아니라 독자들을 지면으로 더 끌어들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지역주민을 더 이상 취재대상에만 머무르게 해선 안된다. 취재대상으로서 만나는 독자만이 아니라, 지면에도 참여하는 독자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누구나 뉴스를 생산할 수 있는 1인 미디어시대가 아닌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사진으로, 영상으로 풀어내고 있다. 옥천주민들도 이제 신문을 읽고 의견을 밝히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직접 지면에 참여해보면 어떨까. 지역주민들이 보다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마련하는 것은 옥천신문 편집국의 몫이다. 지역언론의 주인은 지역사회다. 지역사회 구성원인 독자들이 내 신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신문, 지역주민들이 그 지역에 살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신문으로 만드는 일, 이제 신문과 독자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때다. 당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할 수 있는 지역신문을 갖는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제대로 느껴보시길!

  (* 옥천신문 1122호 3월2일치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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