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수희씨닷컴

재미없는 신문, 이야기기사가 답일까? 본문

지역언론 이야기/미디어의 미래

재미없는 신문, 이야기기사가 답일까?

수희씨 2010. 8. 30. 11:16

대부분의 보도 기사가 스트레이트 기사다. 역삼각형 구조를 갖고 있는 스트레이트 기사는 신문 기사의 전형이 되었다. 시대에 따라 다양한 기사 스타일이 있었지만 스트레이트 기사만큼 막강한 스타일도 없단다. 여전히 많은 기자들은 스트레이트 기사를 쓴다. 때로는 가끔씩 피처기사를 쓰기도 하지만, 스트레이트 기사가 정수라고 믿는 눈치다.

스트레이트 기사 만큼 재미없는 기사도 없다. 너무 평면적이고, 때로는 허술하기도 하다. 리드 부분은 거창하지만, 취재 내용이 빈약해 근거 제시도 제대로 하지못하는 기사들이 수두룩하다. 어떤 기사에는 한명의 취재원도 등장하지 않는다. "지역 정가에서는" 뭐 이런 식의 에둘러서 쓴 관계자들이 등장한다. 지역여론이 그렇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지역여론을 주체가 누구인지 기사에는 등장하지도 않는다.

나 역시 이런 기사들 읽기가 별로다. 너무나 허술하기 때문이다. 기자들도 재미없어하고, 독자들도 재미없어하는 스트레이트 기사 이제는 바뀌어야하지 않을까.

한겨레 안수찬 기자는 <스트레이트를 넘어 내러티브로>라는 책에서 한국 언론이 스트레이트라는 장르에 머물고 있어 독자로부터 멀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말글 세계는 이미 이야기로 옮겨가고 있는데 언론만 스트레이트 기사를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긴 블로그 글이 인기를 끄는 이유도 이야기의 힘에 있지 않은가.

더불어 이 스트레이트라는 장르는 기자들을 실존적 문제까지 고민하게 한단다. 기자들은 매일같이 기사를 써야 하는데 특종만 바라보고 기계적이고 관성적으로 써내려가는 스트레이트 기사에 기자는 별다른 감흥을 받지 못한다는 것. 기자들 스스로도 그 기사들을 읽고 독자들이 희로애락의 풍부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독자들 역시 스트레이트 기사를 싫어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스트레이 기사는 오로지 신문사 데스크 때문에, 소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하기 위해서 쓴다고 한다. 안수찬 기자는 기자들이 매일매일의 노동에서 가치와 재미를 함께 일구려는 각 기자들의 실존적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절실하고 그 방법이 이야기 기사에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야기 기사는 어떤 매력을 갖고 있는 것일까. 이야기 기사는 쉽게 말해 한인물에 대한 다큐를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하는 게 매력이다. 사건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인물을 중심으로 사건을 풀어나가면서 그 안에 얽힌 모순과 구조를 보여줌으로써 현안에 대한 직접적인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무엇보다 '힘있는 기사', '사람이 중심인 기사' , '읽는 재미가 있는 기사' 라는 게 큰 매력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이야기에 익숙하고, 이야기를 좋아한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유도,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도 마찬가지 아닐까. 기사도 이제 스타일을 바꿔야 할 때.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야기 방식 기사가 독자를 잃어가는 신문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생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늘 출입처에 매달려 있는 기자들만 봐도 그렇다. 하루하루 기사를 써내야 하는 그들이 한 주제를 파고들기에는 역부족이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성으로, 습관처럼 쓰는게 역력한 기사를 보는 것도 독자로서는 고역이다. 일이 아니라면 나도 신문을 멀리 할 것 같다. 

안수찬 기자가 제안한 이야기 기사쓰기는 한국언론의 현실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이제 바뀌어야 하지 않겠는가와 과연 가능할까 사이에서 말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