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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김보슬, 오선준 그리고 ‘나’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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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김보슬, 오선준 그리고 ‘나’

수희씨 2010. 7. 31. 13:17
한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꽃보다 남자> 출연 여배우가 어느 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힘없는 여배우로서 더 이상 고통을 견디기 힘들었다고 편지를 남겼다. 그런데 그 편지에는 어떤 식으로든 그를 착취한 사람들이 담겨져 있었다. 죽은 그는 말이 없지만, 그가 남긴 리스트는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그리고 그 리스트에는 00일보 대표도 있었다.

이종걸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실명을 거론하며 책임을 따져 물었다. 그랬더니 00일보는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00일보는 이 리스트와 관련해 책임을 묻는 모든 사람들을 고소할 예정인 것처럼 보인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고발되었다. 밤의 대통령이란 별칭답게 00일보의 권력은 대단했다. 세상도 그 권력이 무서운가보다. 경찰도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수사를 종결지었으며, <민중의 소리>를 제외한 어느 언론사도 실명을 보도하지 못했다.

여기 또 한사람이 있다. 광우병 위험을 보도했던 <PD수첩> 김보슬 PD. 그는 검찰의 강제구인을 피해 회사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결혼식을 며칠 남겨두지 않아 시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회사 밖으로 나왔다가 구속되었다. 그의 마음이 어땠을까 싶다. 곧 석방되어 무사히 결혼식을 마쳤다지만, 언론인을 잡아가는 일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이 현실, 참으로 답답하다. 검찰은 온갖 비판에도 불구하고 <PD수첩> 압수수색을 여전히 시도하고 있다. 정부정책 비판이 어째서 명예훼손이 될 수 있는가.

이명박 대통령은 광우병 협상을 잘못했다고 국민에게 두 번이나 사과했다. 그러나 농림부장관이었던 정운천씨는 정부에 비판적인 내용을 보도했다고 PD수첩 제작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이들은 명예훼손으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하고 있다. <PD수첩>은 국민들에게 광우병 위험을 알렸다. 왜곡, 과장 보도가 있었다면 그걸 따져 물으면 그만이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언론인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고, 겁박하고 있다.

여기 가당치 않은 이유로 명예훼손을 또 말하는 이가 있다. 충북도립오케스트라 지휘자로 선정된 오선준씨가 가진 학위가 석사학위가 아니라 전문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기자회견장에서 자신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며 법적대응을 하겠노라고 밝혔다. 그동안의 논란에 대해 청문회 과정으로 여기고 열심히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던 어제의 그는 이제 명예훼손을 부르짖고 있다. 정당한 문제제기가 순식간에 명예훼손 논란거리로 둔갑했다. 아마도 그에게 자신감을 준 건 총장 사인의 공문이 아니라 밀어붙이면 그만이라는 충북도의 행정과 몰상식한 사회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엔 그랬다. 이게 말이 되냐고 코웃음 쳤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따로 없다. 그런데 이건 개그가 아니라 우리들 삶의 현실이다.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고 언론인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고, 가해자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있는 사람이 아니 00일보가 나서서 명예가 훼손되었다며 사람들을 고발하고, 인사정책의 잘못을 따져 묻고 충북도가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학위 논란을 검증하려 한 시민단체의 문제제기에 명예훼손이 거론되고 있다.

‘나’는 생각한다. 당연하고도 상식적인 문제제기를 하는 집단에게 혹은 개인에게 명예가 훼손되었다며 공격하는 ‘그들’이 넘치는 천박한 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를 말이다. 아니 고민할 일도 아닌데 고민하게 만드는 이 현실이 짜증나기도 하고 더 솔직 하자면 끔찍하기도 하다. 별일 없이 살기 힘든, 야만의 시대를 살고 있는 수많은 ‘나’에게 건투를 빈다.

* 중부매일 4월24일자 독자위원 칼럼으로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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