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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언론 이야기/지역언론을 말하다

똥물 사건 이후

수희씨 2010. 7. 31. 13:16
PD수첩 방송 효과는 놀라웠다. 부천시 기자단 똥물 사건 얘기다. 사건은 이렇다. 부천시에는 수십여 개 지역신문이 있고, 80여명의 시청출입기자단이 있다. 이들은 회장과 총무를 두고 광고를 배분해 왔다고 한다. 그런데 풀광고 조차도 공평하게 배분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평소 부천시장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써온 신문과 그렇지 않은 대다수 기자들 간의 갈등이 만만치 않았나보다. 시와 우호적인 ‘관계’를 다져가고 있는 기자들은 똥물 세례를 받았다. 그로부터 얼마 뒤 부천시장은 자신을 죽이는데 일부 언론이 앞장서고 있다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시장의 골프 외유에 대한 비판을 자신을 음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시장도 상식을 넘어섰지만, 일부 기자들의 태도는 더 놀랍다. 언론의 권력감시 역할은 그들에게는 먼 얘기였다.

부천시청 홈페이지와 PD수첩 시청자의견 게시판은 불이 났다. 포털 아고라 광장에도 관언유착 문제에 대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정말 놀라운 반응이다. (지역언론 문제에 대해 별 관심 없어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실태와 해법, 그리고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으며, 주민의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부천시민들로서는 상당히 기분 나빴을 것이다. 주민세금으로 배불리고 있는 기자단의 태도는 정말 뻔뻔스러움 그 자체였다. 공보관 담당자 역시 뭘 그런 걸 갖고 문제제기를 하느냐는 투였다. 발행 부수도 적고, 정작 주민들에게는 읽혀지지도 않는 지역신문에 시정을 홍보한다는 명목으로 예산을 쓰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 전혀 문제가 없다는 태도였다.

부천시 기자단 똥물 사건은 자치단체와 언론의 공생관계를 되돌아보게 해주고 있다. 자치단체가 언론에 쓰는 홍보예산은 지역신문들의 주요수입원이 되고 있다. 광고시장이 작은 지역일수록 자치단체가 제일 큰 광고주 노릇을 하는 셈이다. 자치단체에서 쓰는 예산은 주민 세금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언론은 자치단체가 아니라 주민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 정상적인 것이다. 별다른 예산 지원 기준 없이 그저 골치 아프니 너희들 끼라 나눠가져라, 혹은 귀찮은 일이 생겨날까봐 하는 생각에 나눠주기를 하는 것이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부천시 기자단은 그 뜻(?)을 받들어 회장과 총무를 두고 광고를 나누고, 점심 스케줄을 짰는지 모른다.

자치단체마다 기자실을 둬( 혹은 브리핑룸이건 간에) 기자들을 위해 편의를 제공하고, 홍보예산을 집행하며 행정정책을 시민들에게 알렸다고 안위하는 그 순간, 주민 혈세는 펑펑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지역 신문이 부천보다 작으니 얼마나 다행이냐고 위안 삼을 일만은 아닌 것 같다. 구독자가 별로 없어도, 광고시장이 열악해도, 신문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도 시장에서 도태되는 신문이 없고 오히려 늘기만 한 최근 몇 년 간 상황을 되돌려보면 말이다.

(2008년 4월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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