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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이야기

세상의 모든 상식에 도전하는 치열한 삶 철학을 말하다

수희씨 2011. 4. 14. 13:19

살아있는 철학자 탁석산을 만나다


충청리뷰와 청주박물관이 인문학 강좌를 시작했다. 첫날 강연은 철학자 탁석산이 주인공이다. 그는 ‘역사에서 교훈을 배울 수 있는가?’ 라는 주제로 희망의 인문학 첫 강연을 시작했다. 역사에서 교훈을 배울 수 없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그 이유를 들어보자.
 


세상의 상식에 도전하는 것이 철학


그는 공자와 소크라테스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이들은 모두 세상의 상식에 도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철학이란 그런 것이다. 세상의 모든 상식에 도전하는 것이 철학이다. 우리가 아는 많은 철학자들은 모두 세상의 상식에 맞서 싸운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지구의 상식에 도전하는 철학자는 없다. 그러니 살아있는 철학자, 즉 상식에 도전하는 철학자를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 그렇게 탁석산은 상식에 도전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고백했다.그는 사는 게 고단하다고 했다. 철학은 온몸으로 싸우는 것이며, 치열하고, 거친 학문이라고 했다. 삶도 치열해야한다. 치열한 삶, 진짜로 잘 사는 법을 배우기 위한 것이 인문학인데, 요즘은 우아 떨고 여가선용쯤으로 인문학을 배우려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과거라는 낯선 나라 우리는 새로운 독자이다


역사에서 교훈을 배울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그는 과거를 새롭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광개토대왕비를 보면 그 비문은 현재의 우리를 위해 쓰인 게 아닌데 우리는 우리의 입맛에 맞게 해석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맞다. 우리는 과거를 보는 낯선 사람일 뿐이다. 그런데 이 단순한 사실을 잊고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확신을 갖고 말해왔다. 사실 역사라는 것은 유리하게 해석하기 마련이라며 전문가들의 지나친 확신이 부담스럽다고도 말했다.


사실은 줄거리 문맥에서만 존재 한다


사실들은 고립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줄거리라고 부르는 문맥에서만 존재할 뿐이다. 미래 사람들이 과거의 어떤 것에 대해 말할 때 이 줄거리를 알지 못한다면 제대로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모든 역사 서술은 주관적이다. 여러 해석의 하나일 뿐이다. 수많은 역사들이 있는 것이다. 어떻게 역사를 객관적으로 규명할 수 있겠는가. 탁석산은 단 하나만의 해석이 존재하는 국사를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우리는 객관적 사실에 접근할 수 없기에 옳으냐 그르냐를 말할 수 없고, 이 때문에 교훈을 배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역사는 집단의 기억이 기록되는 것이라며 자기에게 유리하고 편리한 것만 기억하려는 습성 때문에 이 사실들이 옳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인과관계 사람이 만들어 놓은 틀일 뿐이다


탁석산은 역사에선 인과법칙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우연에 의해 역사는 만들어졌다고도 했다. 이슬람에서는 14세기 이븐할둔이 등장하기 전까지 인과개념이 없었다며, 신의 세력이 약해지면서 인과관계에 대한 논의도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모든 법칙이 변하지 않는다고 잘못 믿고 있는 것일 뿐, 법칙을 바꾸면 기적은 더 이상 기적이 아니게 된다.


그는 강연을 시작하며 세상의 상식에 맞지 않는 이야길 하기 때문에 내 이야길 들으면 기분이 나빠질지도 모른다고 했다. 웬걸, 강연을 들으니 오히려 더 유쾌해졌다. 내가 착각하고 있는 것, 내가 옳다고 믿었던 것,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것들에 대한 각성과 나의 습성들을 생각한다. 상식에 도전하는 삶, 치열한 삶,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지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한 끝없는 의심과 탐구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인문학 첫 강좌 시작이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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