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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이야기

"신행정수도 재미 좀 본 공약 절대 아니다"

수희씨 2010. 11. 26. 18:13
참여정부라는 말을 만든 이정우 경북대 교수, 그는 참여정부 초기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다. 평생 그 어디든 여행을 다녀보지도 못했다는 이정우 교수가 청주를 찾았다. 2010년 충북시민사회 포럼 기조강연을 위해서였다. 이정우 교수는 교수가 주로 하는데 반드시 그렇진 않다, 아무도 듣지 않는다, 짧을 수록 좋다는 점이 기조강연과 주례사의 비슷한 점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지난 26일 경북대 이정우 교수가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주최 시민사회포럼 기조강연에 나섰다>

50년전과 확연히 달라진 서울과 지방의 격차

수도권의 국토면적은 전체의 12%에 불과하지만, 수도권에 우리나라 인구의 48%가 살고 있다. 50년전만해도 전국에 골고루 사람이 살고 있었지만 이제는 서울로 서울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수도권 규제완화를 실시하면서부터는 대수도론, 지방분권을 규탄하는 말도 나왔다. 이정우 교수는 참여정부때 처음으로 대구를 떠나 서울에서 살아보니 서울 사람들 머리 속에는 지방이라는 개념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들은 서울 중심으로만 생각하더라는 것. 참여정부는 유일하게 지방을 생각한 정부였다고 강조했다. 지방의 관점에서, 지방에 대한 애정을 갖고 정책을 실행한 최초의 정부였다. 

"신행정수도로 재미좀 봤죠" 바로잡아야 할 말

이정우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신행정수도로 재미좀 봤죠" 라고 말했던 것에 대해 결과적으로는 해서는 안될 말이었다고 회고했다. 신행정수도 공약은 표에 도움이 되는 공약이 아니었다, 절대 재미보려고 한 공약이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공약은 서울사람들도 지방사람들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공약이었다는 것. 노무현 대통령이 약아빠진 사람이 아니었기에, 순진한 사람이었기에 재미 좀 봤다는 말을 한 것이라며 이는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행정수도 정책은 관습헌법에 막혀 좌절됐다. 이정우 교수는 이는 반대를 위한 반대에 불과했다며, 헌법재판소가 얼마나 논리가 없었으면 관습헌법을 이유로 들었겠느냐고 말했다. 신행정수도를 반대했던 것은 서울 패권주의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교수는 서울 특별주의, 서울 중심의 생각이 관행처럼 굳어버린 사례도 소개했다. 참여정부 초기 국무회의를 하는데 당시 이명박 서울 시장이 참석한 것을 보면서 왜 참석했을까 물어보니 관례라고 했단다. 왜 국무회의에 서울 시장만 특별히 참석해야 하는 가 싶어서 수석회의에서 논의를 거쳐 서울 시장을 배석시키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깨뜨린 이 관례는 오세훈 시장때 다시 부활 됐다고 한다. 이정우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모든 걸 뒤집고 있다고 다시 강조했다. 

서울패권주의는 아주 오래된 이야기 

서울중심주의는 아주 오래된 것이라며 이정우 교수는 그레고리 핸더슨과 이사벨라 비숍의 책 내용을 소개했다. 1967년에 쓰여진 그레고리 핸더슨의 책 <한국정치 소용돌이>에서도 서울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다며, 지방 발전에 대한 생각이 없어 국민들이 불쌍하다고 썼다. 1894년 이사벨라 비숍이라는 영국여성이 쓴 <조선과 그 이웃들>이라는 책에서는 우리민족이 우수하고 부지런하지만 흡혈귀들때문에 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썼다. 여기서 흡혈귀들이란 백성을 수탈하는데 앞장선 조선시대의 관리들을 말한다.  이정우 교수는 우리민족이 정말 불쌍한 민족이라며 지도층을 잘못 만나 고생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전통이 없기 때문에 지방자치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라고.

이정우 교수는 두보의 시 가운데 강류석부전’(江流石不轉)이라는 구절을 소개하며 개혁의 어려움을 얘기했다. 강류석부전이라함은 강은 흘러도 돌은 구르지 않는다는 뜻인데 여기서 돌은 지방관리들을 말하는 것이란다. 의식있는 관리가 개혁을 하려고 해도 지방의 하급관리들 즉 숙련되고 오랜시간 길들여진 관리들때문에 개혁을 가로막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정우 교수는 시민운동이 수천년 이어온 이런 악습을 타파하는 일이라며 어려워도 시대적 요구이고, 정당성이 있으니 잘 될 것이라며 시민사회포럼에 참가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을 격려했다. 

 당신이 나고 자란 곳은 나날이 쓸쓸해질 것이다

강연이 끝날 무렵, 이정우 교수는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글이 있다며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의 한 대목과 조만식 선생이 1923년에 개벽잡지에 기고한 글을 직접 읽어줬다. 다산 정약용은 아들들에게 "서울에 십리안에서만 살아라며, 만약 시골로 이사가면 무식하고 천한 백성으로 일생을 끝마칠 것이다" 라고 편지를 썼다.  반면, 조만식 선생은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살다가 무슨일이 잘못되면 다른 곳으로 달아나는 일이 있는데 이것은 확실히 잘못된 일이다. 지방의 연고자가 자기 지역을 버린다면 누가 그지역에서 일하겠는가. 형제여 당신들이 나고 자란 곳은 나날이 쓸쓸해질 것이다. 당신이 지금 있는 곳은 서울인가. 거기에 가려고 서성거리지 마오. 제각기 자신의 향토를 지키기로 합시다. 죽기까지 지켜봅시다."라고 썼다. 

이정우 교수는 "모든 면에서 다산 정약용이 조만식 선생보다 훌륭하다고 할 수 있지만, 자신이 나고 자란 곳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에서는 조만식 선생이 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며, "서울에 살지 않는 여러분들은 바보일지도 모르지만 지방분권의 소중함을 여러분은 알아야 한다"는 말로 강연을 끝맺었다. 

참여정부의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교수는 한시간 내내 서울패권주의의 위험을 강조했다. 비록 참여정부가 시도했던 지역균형발전정책이 이명박 정부 들어서 뒤집어시기 시작했지만 말이다. 우리 스스로 지역균형발전을 포기하면 그 누가 우리의 권리를 지켜줄 수 있을 것인가를 다시금 생각해본 강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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