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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이야기

김옥환 할머니 기자를 만났습니다!

수희씨 2010. 8. 19. 10:49
지난 주 화요일에 포스팅했던 글 <내가 김옥환 할머니 기자 팬이 된 이유http://goodwriting.tistory.com/entry/내가-김옥환-할머니-기자-팬이-된-이유>에 대한 반응은 정말 뜨거웠습니다.

다음 VIEW에서도 많은 분들이 봐주셨지만, 제가 살고 있는 청주와 할머니가 살고 계신 보은 지역이 떠들썩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할머니 글솜씨에 놀라고, 재밌어 했습니다. 지역 신문들도 기사를 싣겠다고 하고,서울의 한 방송국에서는 할머니를 취재하겠다고 한 모양입니다. 김옥환 할머니가 어떤 분인지 궁금해서 <보은사람들> 류영우 기자님께 전화했더니 제 덕분에 할머니가 전국스타가 되셨다고 보은에 놀러오라고 합니다. 할머니도 보고 싶고 해서 어제 할머니를 만나러 갔습니다. 

수요일은 기자수업이 있는 날

김옥환 할머니는 보은 흙사랑 한글학교에 다니십니다. 매주 수요일에 기자수업을 한다고 합니다. <보은사람들>류영우 기자가 선생님입니다. 마침 어제는 할머니가 써온 글로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수업은 할머니들이 써온 글을 선생님이 읽어주면 할머니들이 따라 쓰고, 맞춤법 검사를 하고, 그 이야기에 대해서 서로가 생각하는 바를 주고 받는 식으로 이루어집니다.



      < 김옥환 할머니가 쓴 글들입니다. 연필로 꾹꾹 눌러쓴 글씨도 정말 잘 쓰셨습니다. 글씨도 이쁘지만, 할머니의 글솜씨는 날이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이제 맞춤법도 거의 틀리지 않고 쓰십니다> 

"잃어버린 'ㅅ'을 찾아서" 

할머니들의 수업 정말 재밌습니다. 글씨가 잘 안보인다고 앞에 나가서 보시는 할머니도 있고, 선생님이 "텃밭 써보세요" 하니, 터에다 받침을 무엇을 써야하는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집니다. 텃밭 하나를 쓰는 데도 시간이 꽤 걸립니다. 터에다 ㅂ 도 써보고, ㄱ 도 써보면서 소리나는대로 읽고 또 쓰고 하면서 정답을 찾아나갑니다. 할머니들은 금방 써봐도 도 까먹는다며 웃으십니다. 김옥환 할머니가 써온 글로 수업을 하다보니, 다른 할머니들이 어떻게 쓰는거야 하고 묻기도 합니다. 그러면 할머니는 "내가 썼지만, 나도 몰라" 합니다. 교실엔 또 한바탕 웃음이 번집니다. 

유쾌하고, 다정다감하고, 시크한 김옥환 할머니

수업시간인데 밖에서 휴대폰 벨소리 "사랑은 아무나 하나"가 들려옵니다. 갑자기 김옥환할머니가 교실을 나가더니 전화를 들고 들어옵니다. 창가에 기대어 잠시 전화를 받는데, 서울 방송국에서 온 전화인 모양입니다. 그쪽에서 할머니 글이 좋다고 하자 할머니는 "좋기는 뭐" 하면서 "뭐하러 서울서 뭐 여기까지 오려구 그러냐, 오지말라"고 무심하게 얘기합니다. 

수업이 끝나고, 할머니들은 손수 점심 식사를 준비하셨습니다. 밥먹고 가라며 붙드십니다. 어제는 사정이 있어서 밥은 함께 못 먹었지만, 다음에는 꼭 밥도 먹고, 이야기도 제대로 나눠봐야겠습니다. 

실제 만나본 할머니는 할머니의 글 자체였습니다. 흙사랑학교내에서도 다른 할머니들이 시샘할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하십니다. 할머니의 말들이 유행어가 될 정도라네요. 긴 말 안 하시고, 딱 할 말만 하시고, 무심한 듯 시크하게 대답하시지만, 눈빛도 표정에도 정이 뚝뚝 묻어납니다.

사실 어제 할머니를 따로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기자수업 열심히 하시는 할머니들의 모습을 뒤에서 보면서 배웠습니다. 가을에 할머니들의 보도사진전이 열린다합니다. 그때를 약속하고 아쉽지만 발길을 돌렸습니다.

                                <할머니가 수업하시는 모습. 할머니는 분홍색을 좋아하나봅니다>

       < 흙사랑 학교 게시판을 보니 할머니들의 활동모습이 담긴 사진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촛불문화제에도 참여하신 모양입니다>
 < 흙사랑학교 할머니들과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이 웃고, 정을 담뿍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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