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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에게 추석이란..... 본문

수희씨 이야기/삶의 향기

며느리에게 추석이란.....

수희씨 2011. 9. 14. 11:30
시부모님과 함께 한 추억여행?

지난 추석 연휴, 부산에 다녀왔다. 간만에 차례도 지내고, 부산도 다녀오고 그래서 그런지 이번 명절이 좀 특별했다. 그리고 이런저런 생각들로 복잡하기도 했다.

시댁의 큰 댁이 부산이다. 결혼한지 6년째지만 명절을 쇠러 간 것은 이번이 두번째, 오랜만에 갔다.
가는 길은 여유로웠다. 10일 오전 9시에 출발해 4시간만에 부산에 도착.
할아버지 묘에 성묘를 하고, 범어사를 구경하고, 동래해물파전까지 맛봤다. 



범어사는 대학 때 답사로 왔었고, 동래해물파전은 처음 맛봤다.
부산에 도착해 돌아다니면서 시부모님과 남편은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예전 모습과 지금 모습을 비교하며 많이 변했구나, 하신다.
명절 전이라 길이 복잡했지만 일부러 찾아가서 동래해물파전을 먹었다.
다소 비싼 가격이 흠이었지만, 80년 전통의 파전이라기에 그러려니 했다.
동래해물파전은 좀 독특했다. 쪽파에 각종 해물 대합, 새우, 굴, 홍합, 조갯살 등이 그냥 걸쭉하게 버무려져 익힌 듯한 모습이다. 보통의 파전보다 질게 느껴졌다. 그러나 해물맛과 파의 조화가 맛깔났다.


파전까지 먹고, 저녁때가 되어서 큰집에 도착. 큰집 식구들이 간만에 왔다며 반가워하신다.
큰아버님과 어머님의 밭농사 이야기를 들으며 저녁을 먹었다. 손수 농사지은 콩, 호박, 가지, 깻잎, 노각으로 갖가지 반찬을 만드셨다.

남편의 사촌형과 누나, 형님들과 저녁때는 잠시 나와 맥주도 한잔 마셨다. 큰집은 부산 남구 용호동이었는데, 아파트 아래에 상가들이 줄지어 있었다. 테라스에 나와서 술마시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게 부산의 유행이라나?!

이튿날, 아침을 먹고 해운대를 구경했다.
바닷가를 산책하고, 커피 한잔을 마시며 바다를 봤다.
남편이 말한다. " 이번 추석 연휴, 완전 부산 여행하네~ 좋지?" 
맞다. 시부모님과 과거로의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이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차례상 준비

오후부터는 본격적인 차례음식 준비가 이어졌다. 전을 부치고, 송편을 만들고, 중간중간에 밥을 해서 차려먹고, 술한잔 나눠마시며 일했다. 큰어머님과 작은 어머님, 그리고 우리 어머님이 하시는 일에 비하면 내가 하는 일은 뭐 정말 별건 아니었지만 어느새 내 입에서는 "아이고 정말 끝이 없다"는 소리가 나왔다. 쉴 틈 없이 일하고 일한다. 며느리의 입장에서는 모든 게 신경 쓰인다. 설거지도 깔끔하게 해야지 하고 신경쓰이고, 송편을 만드는 일도 솜씨 있어 보이게 하고 싶다. 잘 보이고 싶은 마음 때문일까?!

여자들이 일을 하는 동안 남자분들은 나가서 술을 드시고 오셨다. 어머님들은 아버님들이 사온 회를 안주 삼아 다시 소주 한잔씩을 마셨다. " 남자들만 나가면 어떡하냐"는 원망도 잠시였다. 복잡한 집안에서 서로 각각의 역할을 나눠서 일사분란하게 명절 준비가 이어진다. 

추석날 아침, 차례를 지내는데....주방쪽에서 여자들은 차례를 지내는 모습을 지켜본다.
잘 차려진 차례상을 보며 뿌듯한 마음일까, 아니면 고생했네 하는 마음일까.
차례가 끝난 후 다시 상을 차리고 음복을 한다.
이렇게 많은 가족들이 모여 맛있는 음식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 정말 많은 수고가 있다.
간소하게, 정성스럽게 지내는 차례지만 그래도 모든 일을 관장해야 하는 큰어머님은 힘드실거다.
평등 명절, 즐거운 연휴, 이런 건 여자들에게는 너무나 먼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즐겁지만 힘든 게 사실

추석을 보내고 다시 돌아오는 길! 늘 뉴스에서나 보던 귀경길 정체, 온 몸으로 확인했다.
장장 10시간에 걸쳐 집으로 돌아왔다. 일년에 한두번이니까 이렇게 하지, 가족들이 함께 모이는 즐거움이 있으니 이런 고생을 하는 거지, 싶은 마음도 있지만, 힘들긴 했다.

명절때마다 많은 가족들이 모이면 좋기도 하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언성이 높아지기도 하고 갈등을 겪기도 한다. 만났으니 하고 싶은 이야기도 더 많은 게다. 그래도 나쁘진 않다.  

그런데 아무리 좋아도 시댁보다는 친정이 좋고, 친정보다는 내집이 좋다.
며느리로서 시댁에서 일하는 것 보다 친정에 있는게 맘이나 몸이 편하긴 하다. 

 

 
                                <모든 피로를 잊게 해주는 조카들 , 2011년 추석 기념으로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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