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수희씨닷컴

굿바이, 꽃보다 더 아름다웠던 사람 본문

수희씨 이야기/삶의 향기

굿바이, 꽃보다 더 아름다웠던 사람

수희씨 2011. 9. 22. 22:05
"바야흐로 부음의 계절이다. 폭염의 여름이 지나가자마자 서늘한 가을이 왔다. 오랫동안 투병해온 난치병 환자들과 노환의 어르신들은 주로 환절기에 한 생애를 이 세상에 벗어놓는다. 계절이 돌아오는 것을 막을수 없듯, 죽음도 피할 수 없다"  - 한겨레 9월22일치 편집국에서 손준현 에디터부문장 <굿바이, 이 세상 마지막 미소> 가운데-

오늘 아침, 신문을 읽다가 이 대목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불길한 예감은 꼭 들어맞는다고 했던가.

점심무렵, 충북민언련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전한진 언니가 운명했다는 소식을 담은 문자가 왔다.
머리가 멍해졌다. 
언니를 처음 만난 건 지난 2007년 봄, 언니가 사무실로 찾아왔다. 
당신이 생각하기에 민언련이 정말 중요한 일을 하는 것 같다며 자원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정말 반가운 제안이었다. 그렇게 만난 인연이었다.

언니가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도 가슴이 덜컥했더랬다.
수술과 치료가 잘되었고, 새 사업까지 시작한 언니 모습이 마냥 행복해보여 좋았다.
한진 언니는 꽃가게와 카페를 열었다.
뒤늦게 배운 솜씨라지만 너무나 이뻐서  나는 꽃선물을 할 기회가 있음 가끔 이용하곤 했다. 























<사무실 이사를 축하한다며 언니가 만들어온 꽃다발이다>

그러던 어느날, 다시 암이 찾아왔고 요양원에서 지낸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가보고도 싶었다. 그런데 용기가 나질 않았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다.
언니에게 힘내라는 문자를 보내자는 친구의 제안에도 그러마 하고 약속했지만 결국 보내질 못했다.

그랬는데......
마지막일 수도 있었는데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문자 한번 남기지 못하고....이렇게 부음을 전해들었다.

이제 고통없는 곳으로 가셨으니 그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걸까.

생각해보니 언니에게 받은 게 너무나 많은데 나는 무엇을 줬을까 생각하니 괴롭다.

나, 참 나쁘다.  

한진 언니,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길 빕니다. 미안해요 .....고맙구요.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