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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종이 한국을 떠났다. 4박5일간 프란치스코 교종이 보여준 사랑은 놀라움 그 자체다. 신자가 아닌 나같은 이에게도 감동은 고스란히 전해졌다. 무엇보다 교황이 세월호 유가족들을 챙기는 모습이 참 고마웠다. 기사들을 보면서 또 눈물을 흘렸다. 세월호 유가족분들도 치유를 받았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다행이다. 지옥같은 시간들일텐데 짧은 순간이나마 위로가 되었다니......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에 갔다. 이튿날 열릴 시복식 준비가 한창인 광화문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영화 때문이었을까. 이순신 장군 동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도 꽤 많았다. 이순신 장군 동상을 지나 아래쪽에는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가 단식하는 천막이 있다. 오늘로 36일째 단식을 하고 있는 김영오씨를 처음 봤..
나는 재스민이예요. 이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어요. 잠시 여기에 앉아서 숨 좀 고를게요. 미처 약도 챙기지 않고 나왔는걸요. 당신들은 나를 비난하겠지요. 잠시만요. 숨이 또 가빠오네요. 당신이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다 알아요. 그렇지만 내게도 다 이유가 있었다구요. 가만 있어봐요. 그이랑 처음 만날 때 들었던 블루문이 흐르는 군요. 이 노래가 흐를 때 우린 운명처럼 만났어요. 못다한 내 이야기를 좀 해도 될까요? 이렇게 묻는 건 나로서도 처음이예요. 늘 내 곁에는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젠 아무도 없군요. 그렇지만 당신이라도 들어줘야 해요.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까요? 아, 남편 할을 만난 이야기부터 해야겠군요. 입양돼서 한때 행복하기도 했지만 편한 삶은 아니었어요. 내가 꿈꿔왔..
용산, 제주 강정, 밀양, 그리고 쌍용자동차. 국가 폭력에 짓밟힌 현장들. 여기에 세월호까지… 너무나 아픈 곳들이다. 삶의 현장에 아프지 않은 곳이 없지만 최근 몇 년 간 이어진 ‘잔인한’ 저 현장들을 들여다보며 무엇보다 가장 아팠던 건 ‘사람’ 이었다. “여기 사람이 있다, 함께 살자, 이대로 살게 해달라, 우리 아이들을 잊지 말아 달라”는 외침에 울어야 했다. 엄기호 책 를 읽었을 때 나를 멍하게 했던 대목이 있었다. 엄기호는 ‘곁이 있는 글’은 다르다고 말했다. 곁은 말하는 자리가 아니라 듣는 자리라고. 말이 되지 못한 말까지 말로 들릴 때까지 곱씹고 끊임없이 물으며 들어야 한다고. 나는 이 ‘곁이 있는 글’이라는 말이 맘에 걸려 몇 번이나 곱씹었다. 현장에서 활동하며 연대하는 차원을 넘어 그 사람..
이근규 제천시장에 대한 비판 기사가 지방선거 직후부터 현재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근규 시장과 출입기자단이 서로를 길들이기 위한 행태라는 얘기까지 하고 있다. 제천시청 출입기자단이 거의 같은 내용에 기사를 연일 똑같이 보도하고 있다. 출입기지단이 공동 취재한 풀기사로 볼 수도 있지만 흐름을 살펴보면 기자단 대응에도 어떤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근규 제천 시장도 일부 기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등 법적 대응을 했으며 자치단체 언론홍보예산 지급 중단 결정을 내리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갈등에 발단은 인수위원회 활동에 대한 보도로 시작됐다. ‘점령군’ 처음 보도한 곳은 갈등에 시작은 인수위원회를(이하 인수위) 점령군에 빗댄 보도였다. ‘점령군’ 이라는 표현을 제일 먼저 쓴 ..
지난 주 목요일, 청주에 세월호 유가족들이 왔다. 청주에 도착한 유가족들은 도지사도 만나고 길거리에서 서명전도 벌이고 기자회견을 하고 저녁무렵에는 촛불집회까지 함께 했다. 나는 유가족 분들을 그날 오전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만났다. 고개를 푹 숙이고 걸어오는 분들을 보는 순간 가슴에서 무언가가 치미는 것 같았다. 눈물도 살짝 났다. 나는 차마 나설 수 없어서 뒷모습만 봤다. 그런데 그 뒷 모습에는 아이들이 살아 있었다. 아이들 이름이 하나하나 적혀있는 티셔츠를 입은 2학년 3반 학부모님들이다. 아, 얼마나 힘들었을까. 신문이나 방송 뉴스로 세월호 사건을 접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에 아픔이 느껴졌다. 어머님에 등에서 박예슬 이라는 이름도 눈에 들어왔다. 구두 디자이너가 꿈이라는 예..
언젠가는 꼭 JS 이야기를 한번쯤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유주의자 고종석. 그는 한때 기자였지만 지금은 파워트위터리안이다. 그는 트위터에서 스스로를 JS라 칭한다. 나도 따라서 그를 JS라 부른다. 한때나마 기자를 꿈꿔왔던 내게 고종석은 참 멋진 기자였다. 한국말로 기사를 잘 쓰는 것도 모자라 그는 영어와 프랑스어 등 외국어도 잘 한다고 했다. 기사만 잘 쓰는 게 아니라 소설도 썼다. 참 그는 언어학 박사 학위 소유자이기도 하다. 내가 처음 고종석 소설을 읽은 게 「기자들」 이었다. ‘유럽의 기자들’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 소설은 고종석을 통해 본 유럽사회, 기자사회, 이방인과의 사랑 등 낭만 그 자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이후에는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 같은 우리말을 ..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가 곧 문을 연다. 오는 7월 공식 개관을 앞두고 지난 17일 시민들과 만나는 행사를 열었다. “미디어는 ○○○이다”를 주제로 독특한 릴레이 강연 이 펼쳐졌다. 이날 강연에는 공동체 라디오 금강FM에서 DJ를 맡고 있는 이원하씨, 카이스트 학내방송을 만들고 있는 최승훈씨, 대전 마을신문 오마을 권철씨, 소셜마케팅 활동을 하는 이현진씨, 그리고 시각장애인 영화감독 노동주씨가 강연을 펼쳤다. 지역에서 각기 미디어를 활용하는 그들에게 미디어란 무엇인가를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교통사고로 일년이나 병원생활을 해야 했던 이원하씨는 블로그를 하게 되면서 인기를 얻게 되고, 입담으로 공동체라디오 디제이까지 맡게 되었다며 미디어로 인해 달라진 자신의 삶을 소개했다. 그는 교통사고로 한 쪽 다..
‘탄생’ 이라는 기사 제목을 보고 ‘허걱’했다. 지난 11일 중부매일은 1면 머리기사 를, 충청타임즈 1면 를 실었다. 충북 출신 총리가 처음이라서 그랬으리라 이해해보려고 해도 ‘탄생’ 이라는 표현은 아니다 싶었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얘기다. 안대희 총리 후보자가 전관예우 논란 끝에 자진 사퇴한 이후에 총리후보로 물망에 오르내리던 사람들이 아니라 전혀 예상 밖 인물이었다. 문창극 후보는 청주 출신이기도 하지만 중앙일보 기자 출신이다. 충북에선 충북 출신 총리를 더 중요하게 여겼는지 몰라도 그가 오랫동안 중앙일보에 써왔던 보수적인 글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조중동을 평소에 보지 않아 나는 문창극씨가 어떤 글을 썼는지 몰랐다. 그러나 언론보도나 SNS에 오르내리는 그 칼럼들 내용을 보면서 한숨만 나왔다..
“나는 옷을 통해 여성의 몸의 움직임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고 자존심을 갖게끔 노력했다” 한국 패션에 살아있는 역사, 노라노 패션디자이너의 삶을 다룬 영화 를 봤다. 꼿꼿한 허리와 갸냘픈 몸매, 곱게 화장한 얼굴과 길게 붙인 속눈섭, 화려한 장신구.....여든 다섯에도 노라노는 참 멋진 모습이었다. 겉모습보다 그가 옷에 대해 가지고 있는 철학이나 당당하게 열심히 살아낸 삶에 존경심을 갖는 건 영화 속 스타일스트 서영은의 말처럼 당연했다. 서영은은 우리가 코코샤넬이나 비비안웨스트우드에 대해서는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정작 우리나라 패션을 있게한 노라노 디자이너 존재자체에 대해서도 모르고 있었다며 그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자 전시회를 기획한다. 영화 는 그 전시회 기획 과정을 보여주는 한 편으로 노라노의 패션에..
내가 경주엘 처음 간 게 국민학교 수학여행. 그리고 중학교,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다녀왔다. 사실 그 때는 경주의 맛, 멋을 잘 몰랐다. 대학에 들어가 답사로 다녀온 경주도 벅차긴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하루종일 남산을 오르락 내리락했던 기억도 나고, 한 밤중에 불국사를 산책했던 기억도 새롭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경주는 2,3년에 한번씩은 찾았다. 경주는 가면 갈수록 좋아지는 내가 좋아하는 곳이 되었다. 대학친구와 갑작스럽게 떠났던 경주도 좋았고, 조카들과 함께 시끌벅적하게 다녀왔던 경주도 좋았다. 우리 가족 모임에서도 경주로 두번이나 단체 여행을 하기도 했다. 재작년 봄 4월에도 가족 여행을 경주로 다녀왔는데.....경주에 봄을 기대하고 떠난 여행길에는 눈이 내렸고, 날씨가 너무 추운 나머지 차안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