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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수희씨 이야기 (168)
수희씨닷컴
처음으로 아침 산책길을 홀로 나섰다. 등산이라고 할 것도 없는 야트막한 산책로를 따라 올라갔다. 산엘 혼자 가는 데에 두려움이 있던 터라 선뜻 나서지 못했는데....연수원 안에 있는 산책로라 마음 편하게 걸을 수 있었다. 이른 아침 일곱시 숲속은 온통 안개였다. 안개속에서 연둣잎들이, 꽃들이 빛나고 있었다. 숲은 참 신기하다. 모든 걸 잊게 만든다. 걷고 또 걸어도 지치지도 않는다. 숲속을 폴짝폴짝 뛰다니며 나는 모처럼 몸이 가벼워졌다.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은 지난 토요일 아침 숲 속에서.......!
이 책 은 너무나 재미나다. 읽다가 깔깔깔 웃다가 뒤로 넘어갈 정도다. 그런데 실상은 아픈 이야기다. 누군가에게 거절당해본 사람들은 안다. 거절당한 그 순간이 얼마나 쓰라린 지를…. 특히 글은 더하다. 내 모든 걸 쏟아부었는데 외면받는다면 정말 미칠 것이다. 이 책은 편집자가 소설 원고를 거절하는 99가지 방법을 담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거절 방법은 아마도 “원고는 잘 받았고, 검토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원고를 출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행운이 있길 빈다”정도 아닐까 했는데, 99가지라니 놀랍다. 을 쓴 카밀리앵 루아는 고백한다. 첫 소설을 내기 위해 야심차게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지만 세 달이 흘러도 묵묵부답이다. 모욕감은 극에 달하지만 어느새 자존감을 되찾고 다른 출판사, 그러니까 비교적 만만한 출..
지난 월요일 아침, 아침 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전화 벨이 울렸다. 시어머니 전화다. " 언제 출근하니?" "9시쯤 나가는데요." "지금 청주가고 있다. 너줄려고 약초 달여서 간다" "아니 택배로 보내시죠." "그냥 간다" 어머니가 오신다니 마음이 바빠졌다. 어머니가 들고 오신 약초달인 물은 양이 꽤 많았다. 몸이 따뜻해진다는 약초 구절초, 익모초, 인진쑥 등등을 넣고 밤새 달이셨단다. 밤새 달여서 그걸 들고 아침에 달려오신거다. 정말 몸둘 바를 모르겠다. 내 시어머니는 아이를 무척이나 기다리신다. 그동안 나와 눈만 마추치면 얼른 병원에 가라고 늘 말씀하셨다. 나는 어머니 앞에선 언제나 죄송스럽기만 해 답답하다. 아이를 기다리는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어머니 말씀이 듣기 싫을 때도 있다. 밤새 ..
여전히 어리다고만 생각했는데 내 나이도 어느덧 마흔이다. 마흔, 참 당혹스럽다. "뭐 아직 만으론 38세야" 라고 외친다한들 달라질 게 없다. 마흔을 맞고 보니 또 다시 부딪치게 되는 질문이 한 둘이 아니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 혹은 이게 사는 건가 싶은 허무맹랑한 질문에서부터 나는 무엇을 성취했나, 내 꿈은 무엇이었나, 나는 자유로운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등등 복잡하다. 한마디로 싱숭생숭하다. 뭐 특별한 이유 없이 마음이 푹푹 꺾인다고 해야 할까. 좀 그렇다. 얼마 전 장석주가 쓴 책 를 읽었다. 서점에 나가보니 제목에 ‘마흔’이 들어간 책들이 참 많았다. 마흔엔 어쩌구 저쩌구 하는 책들이다. 예전에 장석주 책을 잘 읽었던 기억이 나 선뜻 집었다. 장석주 글은 여전히 좋았다. 는 옆에 두고..
내 조카 민석이는 비행기를 한번도 타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번 제주 4.3기행에 따라 나섰다. 부모님도 함께 가지 못하는데도 이모와 이모부만을 믿고 따라 나선 것이다. 출발하는 날 만난 민석이는 발을 동동 굴렀다. 비행기 타는 게 너무나 기대가 됐기에 단 한 숨도 자지 못했다고 했다. 민석이는 먹는 것을 무지무지 좋아하고, 게임도 좋아한다.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민석이는 이번 제주 여행 가서 뭘 할거냐고 우리 재미난 거 타고 그럴 거냐고 묻는다. 너무나 들떠있는 민석이에게 살짝 미안해졌다. 4.3 기행은 좀 어렵지 않나 싶기도 했다. 첫날 올레길을 걸으면서도 왜 차를 타지 않고 걷는거냐며 투덜거렸지만 열심히 사진도 찍고, 초콜릿도 까 먹어 가며 올레 길을 걸었다. 사진도 찍고 얘기도 나누고 그러다..
지난 2월21일부터 24일까지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회원 가족들과 함께 제주 4.3 평화 기행을 다녀왔다. 첫날 여행은 쇠소깍에서 시작하는 올레길 6코스를 걸었다. 올레길은 처음이다. 게다가 아이들은 걷는 걸 좋아하지도 않는다. 쇠소깍 아름답고 슬픈 사랑 이야기를 간직한 쇠소깍. 내륙에서 흘러나가는 협곡이 바다와 만나는 이색적인 풍경이다. 서귀포 바다를 바라보며 걷다가 쉬다가 놀았다. 이런저런 이야기와 웃음꽃이 피어나는 길에서 봄을 만끽한다. 힘들다고 투덜거리는 아이들도 그럭저럭 두 시간을 넘게 걸었다. 바다와 봄꽃을 보며 걷는 길이 나쁘지 않았나보다. ▲ 길 위에서 나누는 이야기 봄꽃은 겸손한 자에게 얼굴을 내민다 서귀포는 벌써 봄이다. 서귀포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봄꽃을 볼 수 있을 거야 했지만 막..
누구를 위한 용서, 평화인가 우리와 함께 4.3 기행에 나선 송승호 선생님은 4.3 평화 기념관부터 둘러보자고 하신다. 4.3 평화 기념관은 제주 4.3 항쟁의 시작부터 지금까지를 전시하고 있다. 특히 당시 사건을 기리는 다양한 아트워크 작품들이 설치되어 있어 이해에 도움을 준다. 한국 현대사의 아픔, 끝나지 않은 역사 4.3 사건은 1947년 3월1일 경찰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해 경찰과 서북청년회 탄압에 대한 저항과 단선‧단정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년 9월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간 무력충돌과 토벌대가 진압하면서 수많은 주민들을 희생시킨 사건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한다. ▲ 4.3 사건의 ..
올 겨울 눈도 많이 내리고 참 추웠다. 나는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겨울이 좀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겨울은 가슴을 시리게 만드는 무엇이 있어 좋다. 겨울이 주는 쓸쓸한 느낌 말이다. 차가운 바람이 두 뺨에 와 닿는 느낌도 좋고.... 차가운 공기가 시원하게 느껴지는 순간도 참 좋다. 지난 1월 안동 병산서원 앞 강가에 섰을 때도 참 시원했다.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 햇빛에 반짝이는 강줄기를 바라보며 눈쌓인 강변을 걸었다. 설이 지나면서 봄느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어젯밤 드라마 를 봤다. 거짓말부터 빠짐없이 챙겨보고 있는 노희경 작가 드라마다. 드라마 첫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눈 쌓인 벌판에 외로이 서 있는 나무. 상처 투성이고 외로워하면서도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담담하게 서 있는 드라마..
나는 좀 미련하다. 꼭 겪어봐야 느낀다. 그렇다고 모든 걸 다 경험해볼 수는 없는 일이다. 이 때문에 여러 미디어를 이용해 세상을 배운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을 여러 매체를 통해 보고 듣고 읽지만 세상을 제대로 보여주는 게 맞는지 의심이 들 때가 참 많다. 게다가 요즘처럼 언론 형편이 좋지 않을 때에는 더더욱 그렇다. 사회를 감시하고 고발해야 하는 언론 역할을 생각하면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가 너무나 많다. 그런데 가끔 보석 같은 기사를 만날 때도 있다. 이 보도했던 노동OTL시리즈 기사도 그랬고, 가 보도했던 청주운천동 피란민촌 사람들 이야기가 그랬다. 이들 기사를 보면 단순한 보도가 아니라 기자가 현장에 뛰어들어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종류 기사들을 르포 기사라고 부른다..
70년대생 90년대 학번 나는 1974년생 93학번이다. 당시 사회는 우리더러 신세대라고 했다. 서태지를 좋아하고, 같은 트렌디드라마에 열광한다고 분석했다. 나는 내가 신세대라고는 생각하진 않았지만 선배들하고 좀 다른 분위기였다고 생각한다. 나는 학생운동권은 아니었지만 학교신문사 기자로 활동하면서 철학에세이, 공산당 선언 등의 사회과학 서적을 아주 조금 그래도 읽었다. 학교 신문사 책장에 있던 실천문학 소설들도 꽤 읽었다. 딱딱한 철학 서적은 읽어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소설을 더 쉽게 생각해서 그랬던 모양이다. 학교신문을 만들면서 ‘세상’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 학내문제도 그렇고, 불합리한 사회 구조도 못마땅했다. 내가 기사를 써서 학교가, 세상이 바뀐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난 자부심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