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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1]지역국회의원 정책연구 안하나? 정책연구보다는 홍보행사 많이

수희씨 2012. 2. 1. 10:34
4.11 총선도 이제 두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지역언론들은 선거구별로 어떤 인물들이 나서는 지등을 보도하고 있다. 벌써부터 예비후보 등록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 결과도 보도된 바 있다. 선거에 나서는 인물 알리기 보도도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지난 18대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제대로 평가해보는 것도 유권자들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 대부분의 18대 의원들이 다음 총선에도 출마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의 공과를 제대로 따져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지역언론들은 이런 평가를 하는 데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다. 그 어떤 매체에서도 국회의원들에 대해 평가를 해주지 않고 있다. 그래서 직접 따져봤다.

첫 번째로 살펴볼 것은 바로 정치자금이다. 정당보조금, 후원회기부금, 자산 등으로 구성된 정치자금 가운데 가장 큰 수입원이 후원금이다. 정치자금 하면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지만, 정치자금은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필수적인 돈이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밝힌 정치후원금의 설명을 보면 다음과 같다. 정당원으로서 납부하는 당비 및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기탁하는 기탁금과 국회의원, 대통령선거 후보자 및 예비후보자, 대통령선거 경선후보자, 지역구국회의원선거 후보자 및 예비후보자, 당 대표 경선후보자, 지방자치단체의 장 선거후보자에 대한 정치자금의 기부를 목적으로 설립·운영되는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단체인 후원회를 통해 후원하는 후원금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 국민일보 기획특집 <정치자금 겉과 속> 홈페이지 화면

<국민일보>가 지난해 9월초부터 탐사특집 <정치자금의 겉과 속>을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제공한 2010년 국회의원 302명의 정치자금 지출 내역 전체를 △ 정책연구비 △ 인건비 △ 사무실 유지비 △ 식비 △ 교통비 △ 홍보행사비 △ 회비 △ 기타 등 8개 항목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처음으로 정치자금 내역을 분석한 것이다. 국민일보의 정치자금 기획보도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충북지역 국회의원들은 지난 2010년 얼마의 정치자금을 어떻게 썼을까. 8명의 의원들의 정치자금 총액은 12억6천6백428637원이다. 의원 1인당 평균 1억5천8백여만원을 썼다. 흔히들 정치 후원금이라면 정책개발을 위한 돈으로 쓰이겠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질 않았다. 의원들이 정치자금을 쓴 내역을 보면 정책 연구비 보다는 인건비와 사무실 유지비, 식비, 교통비, 홍보행사비 등에 쓴 돈이 훨씬 많다. 인건비와 사무실 유지비, 식비, 교통비 등은 일상적인 경비 활동이다. 의원생활에 필요한 돈을 후원금으로 감당하고 있다는 걸 알게 해준다. 인건비의 경우 윤진식 의원과 정범구 의원이 전혀 돈을 지출하지 않은 반면, 이용희 의원은 1억4천2백여만원의 인건비를 지출해 눈길을 끌었다. 이용희 의원은 대부분의 정치자금을 인건비에 쓴 것으로 나타났다.

▲ 충북지역 18대 국회의원들의 정치자금 내역

그렇다면 후원금을 내는 사람들이 쓰여질 것으로 기대하는 이른바 정책연구비는 얼마나 썼을까. 그 수치가 참 놀랍다. 정책 연구비에 충북지역 국회의원들은 전체 정치자금의 2.66%를 지출했다. 정책연구비가 전체 자금의 10%를 넘는 의원은 단 한명도 없었다. 송광호 의원이 6.8%로 제일 많이 썼으며, 그 다음이 윤진식 의원(5.6%), 노영민 의원이 4.1%, 변재일 의원 3.6% 순이었다. 이 수치로만 본다면 한나라당 의원인 송광호, 윤진식 두 의원이 2010년 한해동안 정책연구비를 제일 많이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인건비를 제일 많이 지출했던 이용희 의원은 정책연구비 부분에서는 0.6%로 꼴찌를 기록했다.

▲ 의원별 정책연구비와 홍보행사비 비교

정책연구비에 인색하게 돈을 쓴 의원들이 가장 돈을 많이 쓴 내역은 바로 홍보행사비다. 얼굴알리기용 행사에 돈을 쓴 것인데 변재일 의원이 39.9%로 제일 돈을 많이 지출했으며, 그 다음이 홍재형 38%, 오제세 25.1% 순으로 나타났다. 홍보행사비는 민주통합당 의원들의 지출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연구비를 많이 쓴 송광호, 윤진식 의원은 홍보행사비는 전체 자금의 각각 11.7%, 14.4%를 지출했다. 그래도 정책연구비 비율보다 훨씬 큰 폭이다. 가장 적은 홍보행사비를 쓴 의원은 노영민 의원이었다. 정책연구비용과 홍보행사비용만을 놓고 볼 때 많게는 21배나 차이가 나기도 했다.

비용만을 놓고 본다면 우리 지역 의원들이 정책개발에 힘을 쏟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국회의원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입법 활동이다. 입법활동을 하기 위한 정책연구를 게을리했다는 것 자체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2010년 한해의 결과만을 놓고 속단할 수는 없지만, 국회의원들이 정치자금을 얼마나 어떻게 쓰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좋은 자료이다. 실제 이 자료를 보면 국회의원들이 정책 개발 보다는 지역구 관리에 더 힘을 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교통비, 홍보행사비, 식비, 사무실 유지비 규모가 이를 말해준다.

▲ 지역국회의원들의 사용 내역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국회의원이 모을 수 있는 후원금은 연간 1억5천만원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실상 공식적인 정치자금은 후원금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 정치자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규정이 명확치 않고, 처벌 조항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정치자금법 2조 3항에서 ‘정치자금은 정치활동을 위해서만 써야 하고, 사적인 경비나 부정한 용도로 지출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 것이 전부라고 한다. 사적인 경비의 구체적인 사례로 개인적인 빚을 갚거나 가계 생활비, 동호인회비, 계모임, 취미활동, 여가 비용만을 적시해 오히려 그 밖의 사항들에 대해서는 의원들마다 제각각 해석하기도 해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가 보도한 내용 가운데 사적인 용도로 쓴 사례에 송광호 의원의 사례가 있었다. 송광호 의원이 후원금으로 순금배지를 만들어 단 것과 껌을 구입한 사실이 화제가 됐다. 보통 도금으로 된 배지를 후원금으로 제작비용 58만4천원을 충당해 만들었고, 껌값으로 16만6500원을 썼다고 한다.

국민일보는 인건비와 관련해 이용희 의원의 사례를 지적하기도 했다. 국회에서 보수가 나오는 국회 보좌진과 달리 지역구 상근 인력은 의원 대다수가 정치자금으로 급여와 상여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자유선진당 이용희 의원은 4명의 직원에게 매월 900만원의 ‘인건비’를 지급하는 등 급여와 ‘명절 보너스’만으로 1억4000만원이 넘는 정치자금을 지출했다고 보도했다.
▲ 의원별 정치자금 사용 내역

정치자금과 관련한 보도를 보면 대부분이 불법 정치자금 문제나, 정치후원금을 누가 가장 많이 모금했는지 등이 주요하게 다뤄진다. 국민일보가 보도한 정치자금의 겉과 속은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보여줬다. 국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의원들의 정치자금 사용 내역을 상세히 공개하고 있다. 지역의 유권자들이 선거 전에 이 자료를 꼭 살펴보고 평가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정치 후원금을 내달라는 홍보를 많이 한다. 자발적인 기부가 우리 정치를 깨끗하게 만들고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후원금을 내달라고 요구하기 전에 우선 정치후원금이 어떻게 쓰여지는지도 투명하게 공개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그에 앞서 정치자금 사용 규정조항부터 명확히 만들 필요도 있다. 의원들이 개인적 용도로 쓰지 못하게끔 하고, 정치자금이 정치발전을 위해 쓰여져야 후원금을 내는 국민들도 늘어날 것이다.

국민일보가 보도한 정치자금의 겉과 속을 통해 충북지역 의원들의 정치자금 사용내역을 간단하게나마 살펴봤다. 자, 유권자인 당신은 의원들이 돈을 어떻게 쓰는지에 대해 관심이 있었는가? 자신이 속한 지역구의 의원이 제대로 의정활동을 했는지에 대한 판단에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우리 지역 국회의원들이 정책연구개발에 게을리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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