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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언론 이야기/충북지역언론은 지금

조주현 국장님을 떠나보내며...

수희씨 2014. 1. 15. 17:38

조주현, 옥천신문 편집국장을 지냈고 인터넷신문 소프트웨어 업체인 엔디소프트 지면편집전략국장을 맡아 일해오던 그가 지난 10일 하늘로 돌아갔다. 조주현 국장은 중증 장애인이다. 다리도 불편하고, 쓸개가 없어 속도 불편했다. 늘 당신이 살아있는 게 기적이라고 말하곤 했다. 조주현 국장님은 언제나 유쾌했다. 내게도 늘 재미나게 살라고 하셨다.

조주현 국장님과의 인연은 옥천신문 지면평가위원을 맡으면서 시작됐다. 한달에 한 번 옥천 가서 국장님을 만나고 밥도 얻어먹고 그랬다. 조주현 국장님은 늘 앞서가는 지역언론인이었다. 옥천신문 지면을, 인터넷 홈페이지 활성화 방안을 고민했다. 국장님의 이런 노력은 다른 지역언론인들에게도 퍼져나가 전국의 풀뿌리 신문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옥천신문을 떠나서도 조주현 국장님은 지역신문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조주현 국장님 모습 사진 출처: 옥천신문> 

조주현 국장님 블로그 <양철지붕과 미루나무 http://yakdol.tistory.com/> 에는 그런 흔적들이 가득하다. 조주현 국장님은 마을신문 <판암골소식>이 자리잡을 수 있게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주셨다. 내게도 많은 도움을 주셨다. 충북민언련 홈페이지에서부터 충북뉴스브리핑, 블로그까지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다. 조언만이 아니다. “나는 수희씨 팬이야하시면서 칭찬도 많이 해주셨다. 그렇게 나는 늘 조주현 국장님에게 받기만 했다.

조주현 국장님이 옥천신문을 떠나서는 자주 뵙지 못했다. 일이 있어 대전에 들를 때 연락드려 뵙는 게 다였다. 일년에 한두번이 다였다. 그렇게 한참 잊고 있었는데 지난주 수요일 조주현 국장님이 위중하시다는 얘기가 페북에 올라왔다. 전에도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얘길 들었던 터라 이번에도 다시 일어나실 거라고 믿었는데 아니었다. 마지막을 함께 지켰던 가족과 친구들은 그가 환하게 웃어주고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 나는 아프시다는 걸 너무나 늦게 안 탓에 살아 계실 때 찾아뵙지도 못하고 지난 토요일에 장례식장에 가서야 인사를 드렸다.

조주현 국장님 장례식장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전국 곳곳에 풀뿌리 신문에서 활동하시는 대표, 편집국장, 기자들이다. 모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들이 나왔다. “조주현 국장이 우리들을 이렇게 또 불러 모았네하며 그들은 예전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자주보자고 약속도 했다.

그러고보니 나도 그들과 함께 했던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지난 201010월 옥천언론문화제에서 <지역주간신문노동자가 본 지역신문의 미래>라는 작은 토론회가 열려 참여한 적이 있다. 그날 지역주간신문 기자들의 고민이 쏟아졌다. 그들은 기자가 아니라 활동가 같았다. 박봉에도 지역사회를 위해서 청춘을 바쳐왔지만 더는 힘들어서 못하겠다, 이렇게는 더 이상 살 수 없다며 신문을 만드는 일에 앞서 생존부터 고민해야 하는 서글픈 처지가 됐음을 고백했다. 기자로서의 사명감으로 현장을 버텨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때 모였던 그 기자들도 조주현 국장님 장례식장을 찾았다고 한다. 몇몇 기자들은 신문을 떠나 지역에서 다른 활동을 하며 또 다른 희망을 만들어내는 일을 하고 있다니 다행이다 싶었지만 지역신문에 열의를 갖고 있던 기자들이 더 이상 못 버티고 현장을 떠났다는 사실은 좀 서글프기도 했다.

지역신문을 위해 애쓰셨던 조주현 국장님, 그와 함께 풀뿌리 신문을 고민했던 많은 기자들, 그리고 언론학자와 지역주민들이 뒤섞여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며 나도 생각이 많아졌다. 지난 십 년 충북민언련 활동가로 살면서 지역언론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왔는데 좀 나아지고 있기는 한 건가 싶어 자괴감도 들었고, 더 이상 조주현 국장님과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현실도 아프기만 했다. 이제 남아있는 사람들이 만들어나가야 한다. 나도 지역언론을 언론답게, 건강하게 만드는 데에 힘을 보태고 싶다. 조주현 국장님이 벌써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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