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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는 어느 신문사주의 출판기념회

수희씨 2013. 9. 13. 16:05

오늘 <충청리뷰>에 실린 기사를 보니 동양일보 조철호 회장 출판기념회가 대성황이었단다. 지역 주요기관장과 예술인 등 700여명이 참석했단다. 며칠 전 제보를 받았다. 동양일보가 일면에 조철호 회장의 시집 출판 기념회를 한다고 공고를 냈단다. 신문을 찾아보니 일면 상단 우측에 떡하니 알림장이 실렸다. 그리고 작은 글씨로 화분과 화환은 받지 않는다고 쓰여 있었다.

내 상식으로는 도무지 신문사주가 시집을 냈다고 출판기념회를 신문 일면에 알린다는 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아, 글쎄 어떻게 신문 일면에 그런 알림을 낼 수 있는거죠? 라고 물었다. 내 말을 들은 사람들 대부분이 신문이 자기 꺼라고 생각하니까 그렇지 라고 답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그 출판 기념회에 700명이 모였단다. 지역에서 이름 날리는 이들은 아마 다 갔을 것이다. 조철호 회장이 시집을 냈다는 데 안갈 수 있었을까. 그런데 그 700명이 빈손으로 갔을리 만무하다. 시집을 산다고 가정해도 1만원씩만 잡아도 700만원이다. 그런데 겨우 1만원만 냈을까? 경조사 축의금을 생각할 때 5만원씩 했다면 35백만원이다. 내 생각엔 5만원씩 봉투를 한 사람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많이 넣은 사람들도 많았으리라

실제 들은 이야기도 있다. 내가 아는 분에 아는 분은 고민하다가 20만원 봉투를 하셨다고 한다. 선출직 단체장들이야 선거법상 개인 돈을 못 낸다 하더라도 그 수는 그렇게 많지 않았을 테니 전체 수익을 생각한다면 꽤 짭잘했을(?) 것이다

조철호 회장이 이번에 낸 시집은 충북문화재단에서 예산을 지원받은 것이라 한다. 뭐 이런 남는 장사가 있나. 예산 받아 시집내고, 출판기념회로 한 몫 챙기고. 조철호 회장은 충북예총 회장까지 하고 있다. 그러니 충북문화재단에서 예산 지원 받는 과정에 어느 정도 힘(?)도 작용했으리라는 뻔한 상상을 할 수 있다.

내가 더 배알이 뒤틀리는 것은 시인들이 조철호 회장을 향해 바친 헌사다. 신경림 시인과 오탁번 시인이 한마디씩 했다. 신경림 시인은 조철호 시인을 보면서 유능하고 잘난 사람도 좋은 시를 쓸 수 있다는 걸 알았다했다 그러고, 오탁번 시인은 조시인이 얼마나 덕을 쌓고 살았는지 짐작이 간다고 했단다. 나는 이제 이 두 시인의 시를 읽을 생각이 없다. 저마다 사정이야 있겠지만 그런 자리에 참석하고, 헌사까지 바치는 두 시인이 못마땅하기 때문이다.

조철호 회장이 시인으로서 훌륭할 수도 있다. 그의 작품을 읽어보지도 않은 채 이러쿵 저러쿵 말한다는 게 잘못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시인 조철호와 동양일보 조철호 회장은 구분했어야 한다. 신문사주로서 (법적으로는 아니라는데 왜 회장 직함은 쓰는 걸까?!) 지켜야 할 도리라는 게 있지 않나. 시인 조철호가 시집 출판 기념회를 한다면 그 많은 기관장들이 그 자리에 갔을까. 조철호 시인 뒤에 동양일보를 보고 간 것이 아닌가. 이쯤되면 동양일보가 양아치 짓을 한 것이나 다름없질 않나.

지역신문들이 더러 연감을 만들어 팔기도 하고, 책자를 만들어 떠넘기기도 하고, 콘서트 등 행사를 개최해 표를 팔기도 한다. 신문 경영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일들이라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신문사주가 시집냈다고 알리고 출판기념회를 열어 돈을 받는 것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언론을 어떻게 봐야 하는 것인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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