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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민언련, 그리고../우암동 일기

시간이 그냥 흐르진 않았어!

수희씨 2012. 9. 18. 10:51

“조선일보 없는 저 세상으로 어머님이 떠나셨습니다” 라는 글을 페이스북에서 봤다. 오한흥 전 충북민언련 대표님 어머님 부고 소식을 이렇게 접했다. 페이스북에만 올려 놓고 따로 연락도 하지 않으셨다. 역시 오대표님이다. 서둘러 대표님과 운영위원님들에게 부고 소식을 알렸다. 갑작스런 연락에 김윤모 대표님과 이은규 운영위원님과 나 이렇게 셋이 문상을 갔다. 임명수 대표님은 다른 약속이 있다며 부의금만 전하셨다. 전화로 부탁해도 될 일을 직접 찾아와 부탁했고, 함께 가지 못함을 안타까워하셨다. 역시 임명수 대표님이시다. 언제나 따뜻하시다.

태풍 산바 때문에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오후 4시 넘어 옥천으로 향했다. 아주 오래간만에 김윤모 대표님과 이은규 운영위원님과 내가 함께 이야기꽃을 피었다. “야~ 벌써 9년이 지났구나!” 처음 민언련을 만들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 나는 “지난 시간은 한마디로 감동이예요.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요” 라고 말했다. 나의 감동이란 표현에 두 분이 크게 웃었다. “그렇지, 감동이지....처음에 우리가 어땠니….”

   <지난 2010년 후원행사가 끝나고 찍은 기념사진. 모두 행복해보이는 이사진이 정말 좋다. >

웃음이 터졌다. 갑자기 ‘쿵’ 소리가 들린다. 비 때문에 만들어진 물웅덩이 탓이다. “어, 타이어 터진 거 아녜요?” “ 괜찮을거야” 그렇게 계속 달렸다. 이은규 선배는 “난 육남매의 아버지예요!”라며 안전이 중요하다고 하자 김윤모 대표는 “난 직원이 육십명이 넘는다구” 하며 웃었다. 다시 이은규 선배는 “우리 수희에게는 민언련 회원 150명이 있잖아요. 우린 절대 다치면 안된다구요!” 라고 말했다. 나는 “ 정말 잘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여태 별 일 없이...이렇게 좋은 분들과 함께 하고 있잖아요. 정말 고마운 일이예요” 라고 말했다. 다시 웃음이 터졌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지난 9년은 충북민언련이 아니 내가 커온 시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두 분과는 미운 정 고운 정을 쌓아온 시간이다. 이분들 처음부터 내가 마음에 들진 않았을게다. 그래도 언제나 잘하라고 응원하고 이끌어줬다. 사실 두 분이 없었다면 민언련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10년전 정의평화위원회 사무국장으로 일했던 이은규 선배는 지역에도 시민언론운동이 필요하다며 민언련을 만들어야한다고 신부님들을 설득해 ‘자금’을 모으고 산파 역할을 했다. 김윤모 대표는 언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이은규가 하라는 일은 해야겠기에 민언련을 지키는 운영위원을 맡았다고 늘 말해왔다.

민언련 이야기, 사는 이야기로 웃으며 이야기 하다 보니 어느 새 옥천이다. 옥천 IC에서 톨게이트 비용을 내려고 차문을 내리니 심하게 탄내가 난다. 정말 타이어가 터졌다. 펑크 난 타이어로 청주서 옥천까지 한 시간여를 달려온 것이다. 근처 카센타로 가 타이어를 바꿨다. 기사 아저씨는 날이 맑았으면 불이 났을 거라고, 여기까지 달려온 게 믿기지 않는 상태라고 말했다. 운명이니 어쩌니 하면서 이야길 하며 왔는데 우리의 운은 나름 괜찮았나보다. 다행이다.

타이어를 바꿔 끼우고 오한흥 대표님 어머님 빈소엘 갔다. 조문을 하고 저녁을 먹었다. 오대표님은 올 사람들은 다 알아서 왔다며 반가워하셨다. 우리 어머님이 큰 일하고 가신다며 보고 싶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자리가 됐다며 웃었다. 그러고 보니 오한흥 대표님과 인연을 맺은 유명인사들이 많이 오셨다.

오대표님 덕분에 알게 된 정운현 선생님, 정지환 기자, 양수철 전 서산신문 대표 등과 인사를 했다. 오랜만이라 그분들은 잘 기억도 못 하겠지만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또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과도 간만에 인사를 나눴다. 오대표님 빈소에는 김두관 전 경남지사도 왔다. 옥천에 계신 정종철, 조만희, 김성장 선생님도 뵙고, 백정현, 황민호 전 옥천신문 기자들과도 잠시 이야길 나눴다.

다시 청주로 돌아오는 길. 상가집에서 얻어마신 술로, 이야기로 따뜻했다. "오늘 참 좋았다." 김윤모 대표님이 말했다. 다 같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충북민언련의 지난 9년을 이야기하며 찾아간 옥천에서 지나간 시간을 채워준 좋은 분들을 다시 만났다. 이런 힘으로 여기까지 왔나보다 싶었다. 짧은 시간 여행을 한 것처럼 많은 일들이 영화 필름처럼 지나갔다. 조만간 다시 옥천엘 가야겠다. 오대표님 움막에 불을 때기 시작했단다. 뜨끈한 방위에서 못다 한 이야길 해야겠다. 아니 앞으로를 이야기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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