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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씨 이야기/책읽기

두려움없이 생각하고, 솔직하게, 정확하게 써라!

수희씨 2011. 6. 28. 10:00
2011년 6월27일,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김진숙 부산민주노총 지도위원이 35m 85호크레인에 올라간지 173일째 되는 날이었다. 이날 오후 갑자기 노조원들이 파업을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터져나왔다. 그러나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노조지부장의 단독결정이었으며, 공권력 투입에 맞서 한진중공업 노조원들은 서로의 몸을 밧줄로 묶어 크레인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결국 강제퇴거명령에 의해, 용역들에 의해 노조원들은 끌려 나왔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전하는 언론이 없다

그런데 이 사실을 제대로 전하는 언론이 없다. 방송 3사 뉴스를 보니 조합원들이 파업 철회와 업무 복귀를 결정했고, 일부 노조원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떻게 이렇게 사실을 제대로 전하지 않는 것일까. 기자들은 현장을 제대로 취재한 것일까. 트위터에 쏟아지는 많은 시민들의 목소리와 언론 보도 내용은 달랐다. 오늘 다시한번 대한민국 언론이 절망스러웠다. 아, 이대로 정말 괜찮은가 싶을 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언론은 바로 우리 삶의 현장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는 역할,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조지오웰이 쓴 책  <나는 왜 쓰는가>가 떠올랐다. 

<1984>, <동물농장>으로 잘 알려진 소설가 조지오웰은 소설가 이전에 저널리스트였다. 아니 가장 뛰어난 에세이스트였다. 조지오웰은 현장 그대로를 생생하게 묘사하는 데 탁월함을 보였다. 그는 말했다. 어떤 글도 정치적인 목적이 없을 수 있다고 말이다. 


조지오웰은 왜 쓰는가 

조지오웰은 <나는 왜 쓰는가>라는 산문에서 글을 쓰는 네가지 동기를 밝힌다. 첫째는 순전한 이기심으로 똑똑해보이고 싶고,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고 싶은 욕구에서 이며, 둘째는 미학적 열정, 즉 자신이 체감한 바를 나누고자 하는 욕구, 외부세계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셋째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진실을 알아내고 그것을 후세를 위해 보존해두려는 욕구이며, 넷째는 정치적 목적으로 세상을 특정방향으로 밀고 가려는 어떤 사회를 지향하며 분투해야 하는지에 대한 남들의 색을 바꾸려는 욕구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이 네가지 욕구 중에서 조지오웰에게 중요한 것은 정치적 목적으로 보인다. 그는 실제 자신의 작업들을 돌이켜보면서 "내가 맥없는 책을 쓰고, 현란한 구절이나 의미 없는 문장이나 장식적인 형용사나 허튼소리에 현혹되었을 때는 어김없이 정치적 목적이 결여되어 있던 때"라고 밝혔다. 그리고 조지오웰은 정치적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정확하게 쓰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모든 글은 정치적이다

조지오웰은 <정치와 영어>라는 에세이에서는 글로 표현되는 영어에는 나쁜 습관이 너무 많다며, 이런 습관 을 피해야 생각을 명료하게 할 수 있고, 생각을 명료하게 한다는 것은 정치개혁에 필요한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비유가 상투적이고 정확성이 떨어지는 글이 영어산문의 특징이며, 정치적인 글일수록 더욱 그렇다며 이를 경계했다.  오늘날의 산문은 구체성이 결여되었다며 자신은 글을 쓸때 정확하게, 문장을 좀 더 짧게 쓸 수는 없는가를 고민한다고 밝혔다. 조지오웰은 언어가 생각을 타락시킬 수도 있다며 명료한 언어를 고집했다.

조지오웰은 언론자유에 대해서도 글을 남겼다. " 언론 자유는 바람직한게 무엇인지 또는 거짓말을 해도 되는지에 관한 논쟁"이라며,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지금 일어나는 일들을 충실하게 보도할 권리, 관찰자의 한계안에서 최대한 충실하게 보도할 권리라고 했다. 그래서 조지오웰은 정직한 르뽀만이 유일하게 중요한 문학 장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알릴 자유, 강요에 의해 사실과 감정을 꾸며내지 않을 자유가 지적인 자유라며 언론자유도 다르지 않다고 했다. 

조지오웰은 솔직하고 힘있는 글을 쓰려면 두려움 없이 생각해야 하며, 두려움 없이 생각하게 되면 정치적인 통념을 따를 수가 없다고 밝혔다. 강요된 통념이 있으면 어디서든 좋은 글은 나오지 않는다.

조지오웰을 읽어야 하는 이유 

조지오웰이 글을 쓰는 이유를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모든 언론인, 그리고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 바로 이런게 아닐까 싶었다.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바를 꾸며내지 않고, 정확하게 쓰고, 또 그 글이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게끔 하는 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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