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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이야기

갑갑한 지방정치 어떻게 바꿀까요?

수희씨 2013. 9. 10. 15:42

지방정치 20년이라지만 여전히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시의회 의원이 누구인지, 그들이 어떤 정책을 결정하는지 잘 모른다. 게다가 제대로 견제와 감시도 이뤄지지 않는 모양새다. 잇따라 비위가 터지는 걸 보면 말이다. 또 다시 선거는 다가오고 있다. 내년 선거에서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벌써부터 선거에 누가 나설 준비를 한다는 소리는 간혹 들려오지만 지역주민들을 위해, 지역을 위해 어떤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지는 도통 알 길이 없다.


지난 4월에 우리 지역에 처음으로 지방자치리더양성아카데미가 만들어졌다. 지방정치에 관심 있는 분들을 모아 관련 강좌를 듣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95일 다시 두 번째 지방자치리더양성아카데미가 열렸다. 이번에는 1기 때보다 더 빵빵한 강사들이 나선다. 95일 첫 강연은 서원대 정상호 교수가 맡았다.

정상호 교수는 지방정치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이론적인 설명과 함께 생활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상호 교수는 우리나라 지방정치의 문제점으로 특정계층이 권력을 독점할 수 있는 계층편향성, 영호남 지역에서 나타나는 지역패권정당체계, 중앙에의 종속 등을 들었다. 그러면서 풀뿌리 생활정치가 지방정치의 비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확하게 생활정치가 무엇인지는 만들어내지 못했고, 일반 지역주민들에게도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정상호 교수는 정치상황에 맞는 지방정치 모델을 설명해줬다. 미국식 모델인 비당파적 개인주의 모델은 효율성이나 성과를 강조하고 기업가형 행정형 리더십을 보인다. 이 모델에서는 시민들을 서비스를 받아야 할 고객이나 소비자로 간주한다

유럽식 모델은 정당정치 모델로 대의민주주의 가치를 추구하고, 정당의 역할을 강조한다. 이 모델은 민주적 리더십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는 동원모델로 제도화된 정당정치를 넘어선 주권자의 직접 참여 민주주의를 지향 하는 것으로 시민주도 거버넌스 형태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지역 지방자치는 어떤 모델일까. 정상호 교수는 우리나라 지방정치는 정당정치 모델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세 모델이 어느 정도 뒤섞여 있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는 정당 공천제를 바탕으로 정당정치를 하고 있지만 지방정치에서는 정당의 역할보다는 지방정부가 행정에 더 방점을 찍는 것 같다. 게다가 자치단체장은 마치 CEO처럼 더 많은 성과를 내는 데에만 치중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에선 거버넌스를 하겠다고 각종 협의회를 만들어 정책을 논의하고 결정하기도 한다. 모델은 그럴싸하지만 실제 지방자치에서 드러나는 모습들은 문제가 많아 보인다. 정상호 교수는 한국의 지방정치는 일종의 강시장제 의회로 시장에게 많은 권한이 주어지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정상호 교수는 정당정치가 중요하다며 최근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 우려를 나타냈다. 그나마 정당공천제라도 있어서 신진세력이나 여성들이 진입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는데 정당공천제도를 폐지하게 되면 현직 단체장들이나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인사들에게만 유리한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교수는 더 나아가 정당의 책임도 강조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충주시장 보궐선거를 할 경우에 드는 선거비용을 공천을 잘못한 책임을 물어 정당이 지불하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줄세우고 공천만 해놓고 책임지지 않는 정치, 또 소속 단체장과 의원이라고 잘못을 해도 제대로 비판도 안하고 감싸기만 하는 정치가 얼마나 지방정치를 낙후시켰는지 그동안 많이 봐 온 것이 사실 아닌가.

지방정치를 제대로 바꾸려면 생활정치가 필요하다는 게 정상효 교수의 주장이다. 생활정치를 정의하자면 참여와 자치를 실천하는 주민이 주체인 정치, 공공성을 확장하는 시민의 정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개선시키는 공간의 정치라고 한다. 어렵다. 지방자치 20년이 지나도록 생활정치를 해보지 못해서일까

흔히 풀뿌리 생활정치라고 하면 일본에서 들여 온 주민조례 제정 운동이나 정보공개운동, 마을만들기 등의 모델을 생각하기 마련이라며, 정상호 교수는 새로운 생활정치 모델을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경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교수는 최근 지역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 마을 기업과 같은 흐름을 정책에 연계시키는 방법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상호 교수의 강연을 들으면서 가장 흥미를 끌었던 지적은 바로 경제문제다. 아무도(?) 지역 경제와 관련한 뚜렷한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자치단체장들이 기껏 내세우는 게 일자리 창출과 기업유치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실제보다 허상에 더 가까울 때가 많다

충북도가 내세웠던 경제자유구역 문제만 해도 그렇다. 경제자유구역 문제를 제대로 검증하지도 않은 채 엄청난 치적인양 내세웠던 것이 사실이다. 지역경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정책들은 나오지 않은 채 규모가 큰 개발사업에만 치중하면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우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 경제에 대해서 이제 지방정치도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렇다면 지역주민들도 지방정치에 더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먹고 사는 문제와 복지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무상급식, 무상보육이 선거의 중요 이슈로 떠오르는 것을 봐도 그렇다. 이렇게 생활과 관련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지역주민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지역에서도 이런 이슈들을 어떻게 만들어내고 확장시켜 볼 수 있을까. 정말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최근 청주시의 공직비위가 잇따라 터지는 걸 보면서 우리는 여러 가지를 목격했다. 지역주민들에게 사안을 제대로 설명하지도 않고 공식사과도 하지 않는 무책임한 청주시장의 태도, 소속 단체장을 감싸는 지역정당의 한계, 견제와 감시를 포기한 무기력한 시의회, 시민들을 속이면서 제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공무원들

정말 이대로는 희망이 없질 않나. 게다가 정당공천제까지 없어진다면 별의별 놈들이 다 나서질 않겠나. 정말 지방정치를 바꾸려면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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