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수희씨닷컴

현수막, 인기투표를 벗어나지 못하는 지방정치 본문

충북 이슈 & 뉴스

현수막, 인기투표를 벗어나지 못하는 지방정치

수희씨 2014. 3. 25. 20:32

요즘 출퇴근길에 저절로 선거 현수막에 눈길이 간다. 참 목 좋은 길목에 있는 건물마다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이 큼직하게 얼굴을 내밀고 있다. 매일같이 보니 저절로 이름도 알게 된다. 난 선거 현수막을 볼 때마다 불편하다. 아니, 이제 돈 없으면 선거도 못나오겠구나 싶어서다. 저렇게 목 좋은 곳은 새누리당이 다 점령했으니(?) 나머지 후보들은 어쩌나 싶다.

공약 한 줄 채 내세우지 않은 그 현수막에 의존해 지방 선거를 치르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아직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시작하지 않았으니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지방의회에 별 관심 없이 사는 우리 이웃들을 생각할 때 그렇다. 잘 모르는 상태에서 그나마 찍으려면 이름을 아는 사람, 혹은 인사를 나눈 사람 정도 되지 않을까.

                                                               <사진 출처: 오마이뉴스 > 

지난달부터 언론사들마다 여론조사 결과를 많이 보도하고 있다. 언론에서 주로 보도하는 여론조사는 충북도지사와 통합청주시장 후보 지지도 조사다. 나는 왜 돈들이고 품 들이는 여론조사를 지금 꼭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새누리당 후보들이 결정되면 그 때 해도 늦지 않은 거 아닌가? 누구 좋으라고 이렇게 하는 걸까?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 공천해라 뭐 이런 건가? 아무튼 기초공천제 폐지를 약속했던 새누리당은 욕도 한번 먹지 않고 잘 나가고 있다. 지역언론은 새누리당 공천 갈등부터 지지도 조사까지 참 알뜰하게 챙기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도 그렇다. 오로지 누가 앞서나가고 있느냐만 관심을 두는 여론조사, 그게 정말 사람들의 관심사일까. 게다가 요즘 SNS를 들여다보면 지지자나 선거캠프 관계자들이 여론조사 결과를 여기저기 퍼 나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론조사 결과가 좀 유리하게 나왔다고 퍼 나르는 그들의 행보가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 지지율이 높게 나온 것에 대해 기쁨과 자신감 혹은 과시, 기선제압일 수는 있겠고, 나름 이해할 수 있지만 불편하다. 겨우 그걸 자랑하고 싶은 걸까?!

엊그제 KBS가 한 여론조사를 보면서도 아쉬웠다. 그 수많은 교육감 후보들이 고만고만하게 지지율을 나눠가졌다. 무응답 비율이 50%를 넘는 여론조사 결과였다. 그나마 좀 지지율이 나온 김병우 후보가 SNS에 지지율과 순위 보다는 적극 지지층의 열성이 중요하다는 글을 남겼다. 틀린 얘긴 아니다. 그렇지만 난 아쉬웠다.

이 여론조사에는 충북도민들이 생각하는 가장 큰 교육 문제는 무엇이냐라는 질문이 있었다. 사교육이 문제라고 많은 도민들이 꼽았다. 그렇다면 교육감 예비후보들은 사교육 문제에 대해서 어떤 소신을 가지고 있는지 도민들과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던지는 게 차라리 낫지 않았을까. 누군지도 모르는 교육감 후보들 지지율보다 교육 문제가 무엇인지를 이야기 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나. 언론도 그렇다. 여론조사 결과만 딱 던져놓고 아무 이야기가 없다.

나는 우리 지역 이야기도 아닌데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김상곤이 내놓은 무상버스 이야기에 자꾸 끌린다. 실현가능한 공약이냐 아니냐를 따지기에 앞서 삶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의제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우린 왜 지역주민들의 삶의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리는 핵심적인 의제들을 이야기하지 않는 것일까. 언제까지 인기도 조사에 지나지 않는 조사 결과나 현수막을 앞세우는 수준 낮은 정치를 지켜봐야 하는 것일까. 이대로 6월4일까지 이렇게 가려나? 좀 나아지는 게 있을까?  의문만 가득하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