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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씨 이야기/삶의 향기

결혼 주례사를 기억하시나요?

수희씨 2010. 6. 22. 13:11
자신의 결혼 주례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까.
우리 부부에게 이렇게 멋지고, 힘이 나는 주례사를 해주신 김범춘 선생님.
그 고마움은 평생토록 잘 살아서 갚을 것이다.

언제나 서로를 믿고, 존중하고, 고마워하고, 아껴주며, 사랑하며 그렇게 살겠다고...
5년 전의 주례사를 다시 꺼내보며 생각한다.


이철우.이수희 결혼주례사

누군가를 만나서 결혼하고 함께 산다는 건 그저 같은 공간에서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시간을 보내는 식으로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결혼은 무언가 더 같아지면서 얻기도 하고 또 달라지면서 잃기도 하는 만만하지 않은 삶의 일부입니다.

우리는 한 사람에게서 느끼는 편안함을 사랑이나 인연으로 생각하고 더 많은 편안함을 위해 좀 거창하게는 사랑을 위해 결혼을 합니다. 그러나 결혼은 남녀 둘만의 것이 아니며, 바로 이 둘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서 어려움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사실 결혼은 아무 면식도 없던 서로 다른 가족 간의 새로운 인연맺기입니다. 이 인연맺기는 따뜻한 사람을 보태는 일이 되기도 하고, 차가운 사람을 하나 더 만나야 하는 부담스러운 것이 되기도 합니다. 이게 결혼의 현실입니다.

결혼으로 만들어지는 시가와 처가라는 인연은 새로운 사람으로 가득 찬 희망의 끈이자 낯선 사람으로 가득 찬 두려움의 끈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희망인지 두려움인지는 서로가 얼마나 진심으로 노력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아마 결혼처럼 뿌린 만큼 거두는 일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결혼은 희망입니다. 왜냐하면 나의 의지와 행동만 있다면 결혼은 나의 손 안에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혼생활에서 참으로 중요하고 중요한 건 둘 사이의 믿음입니다. 사랑은 두번째 가치입니다. 믿음이 없는 사랑은 쾌락을 나누는 것일 뿐 결혼한 아내와 남편의 사랑은 아닙니다. 그래서 늘 아내와 남편은, 그리고 시가와 처가는 서로에게 믿음을 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또 서로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고도 중요한 일은 언제나 혹시 내게는 잘못이 없었나 하고 분명히 돌아보면서 사는 것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실수를 하고 그 실수 때문에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스스로를 늘 돌아보는 일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바로 이 돌아보는 태도가 믿음을 낳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돌아보는 일과 서로에 대한 믿음은 별개의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두사람은 서로를 아껴야 합니다. 이 아낌은 남보다 더 잘나고 대단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많은 인연 가운데서,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바로 나의 아내, 나의 남편이 되어주었다는 사실에 대한 고마움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늘 우리가 왜 결혼했는가를 생각하십시오. 두 사람은 믿음으로 함께 잘 살아보겠다고 합친 것입니다. 어렵거나 흔들릴때, 그래 우리는 함께 잘 살아보겠다고 결혼했다는 사실을 생각하십시오. 그리고 진정으로 존중하고 고마워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이제 두사람은 전혀 새로운 삶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이 새로운 삶은 두 사람이 서로 아픈 다리 기대고 힘든 팔 맞잡고서 살아간다면 즐겁고 아름다운 것이 될 것입니다. 두사람은 이제 남은 삶의 길을 함께 가는 길동무입니다. 그 길의 중간에서도, 또 끝에서도 지금처럼, 처음처럼 환환 웃음을 띠고 서로 사랑하고 믿으면서 지내는 따뜻한 사람이기를 기대합니다. 이철우, 이수희의 결혼을 온마음으로 축하합니다. 잘사십시오.

김범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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