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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노니는 여름밤 산책길 본문

수희씨 이야기/삶의 향기

반딧불이 노니는 여름밤 산책길

수희씨 2010. 6. 24. 10:09

반딧불이를 보신 적이 있으세요?

어릴 때 시골에서 자랐으니 분명 보긴 봤을 겁니다. 그런데 제 기억 속에는 반딧불이가 남아있지 않습니다. 언젠가 한 영화 속에서 소년이 소녀에게 반딧불이를 건네는 장면만이 기억에 떠오릅니다.

전 옥천신문 대표이자, 충북민언련 대표였던 오한흥 이장님은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을 만나면 옥천으로 오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옥천자랑도 빼놓지 않고 하십니다. 오대표님의 입담에 옥천은 더욱 특별해보이기도 합니다. 언제부턴가 오대표님께서는 반딧불이 얘기도 종종했습니다. 무주에 비할게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동네 반딧불이가 얼마나 많은데 하면서 말입니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반딧불도 있구나 하면서 지나쳤습니다.

지난해 6월, 마침 옥천신문사 지면평가가 있는 날이어서 옥천엘 갔습니다.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오대표님을 만났습니다. 간만에 반갑게 마주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짧은 만남 끝에 오대표님이 선뜻 제안을 했습니다. 옥천 온 김에 반딧불이를 보고가라 하십니다. 저는 일초도 생각하지 않고 “ 저 혼자 무슨 재미로요, 나중에 올게요” 하고 형식적으로 답변했습니다. 그랬더니 오대표님은 “ 반딧불이가 기다려줄 줄 아느냐, 반딧불이 구애하는 거 우리가 훔쳐보는 건데…” 하십니다. 마음이 동했습니다. 아무 준비 없이 찾아왔지만, 오늘이 기회라면 놓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저의 남편도 흔쾌히 옥천으로 오겠다합니다.

저녁을 먹고 어스름 밤이 찾아왔습니다. 해가 길어졌지만, 시골의 밤은 도시의 밤과 달리 어둡기만 합니다. 반딧불이 구애를 훔쳐보기 위해서 우리 부부 외에도 반딧불 연구회 박사 두 분도 동행했습니다. 오대표님과 가이드를 맡은 마을 청년 우태씨 그리고 우리가 함께 길을 나섰습니다.

밤 10시쯤 되어서 안터마을 강가로 만들어진 길을 따라 한참을 걸었습니다. 없는 길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오대표님의 어린시절 외갓집 추억과 함께 담배 한 개피와 물 한모금으로 잠시 쉬어갑니다. 생각보다 어둡지도 않고, 길도 험하지 않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간다는 설레임도 컸습니다. 강에 어른거리는 산 그림자가 길게 느리워집니다. 배한척도 사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강가로 난 길을 지나 이제 산길로 들어섭니다. 조금 걷다보니 눈 앞에서 반짝이며 날아가는 것이 있었습니다. 오대표님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하십니다. 이 녀석이 항상 여기서 마중을 나온다는 것입니다. 조금 더 걸으니 정말 사방에서 반딧불이가 반짝입니다.

우와, 탄성이 절로 납니다. 저는 정말 반딧불이가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것인지 처음 알았습니다. 암컷은 날아다니지 않고 수컷들이 날아다닌다고 합니다. 반딧불이 불빛도 수컷이 더 반짝거립니다. 걸음을 멈추고 산을 바라보니 숲 속 여기저기서 반짝입니다. 크리스마스 트리 혹은 나이트 같다고 사람들이 비유한다고 합니다. 그보다 더 멋진 말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사랑스럽고 예쁜데 말입니다. 숲속 길을 걷는데 산책에 나선 마을 주민 부부도 만났습니다. 정취 있는 산책길을 누리는 그들의 행복한 모습에 또 한 번 웃음이 납니다.

반딧불이가 사랑하는 밤에 연인이 손을 맞잡고 걷는다면 더 할 나위 없을 것입니다. 반딧불이를 연구하는 분들은 반딧불이 보전에 대해서도 한참을 얘기했지만, 저는 그저 이렇게 밤길을 걷고 반짝이는 반딧불이를 보고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여서 행복했습니다.

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날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합니다. 옥천 안터마을 반딧불이 축제가 지난 주 금요일에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떠들썩한 축제가 아니라 동네 사람들과 함께 소소한 정을 나누고, 시골의 정취를 담뿍 느낄 수 있는 소박한 축제입니다. 아무런 불빛도 없이 어둑어둑한 길에 수없이 반짝이는 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옥천으로 떠나보시길 바랍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여름밤 숲속 길을 걷는 기회를 꼭 경험해보시길 바랍니다. 한여름밤의 꿈 같은 색다른 풍경이 당신을 기다릴 겁니다.

                옥천 안터마을에는 고인돌도 있습니다. 선사문화가 남아있습니다. 사진 출처: <옥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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