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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언론 무시하는 자치단체, 왜?

수희씨 2012. 8. 20. 16:36

지난 7월 옥천엘 갔었다. 옥천군청 앞에는 골프장 반대 대책위원회의 천막이 쳐졌고, 군청 문 앞에는 장애인단체 회원들이 나와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옥천군을 대상으로 이렇게 시위가 많이 벌어진다는 것은 옥천군이 뭔가 잘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저런 이야길 들으니 옥천군수가 주민들과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는 원성이 터져 나왔다. 아니 주민들의 선거로 뽑힌 군수가 주민들과 이야길 하지 않는다니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옥천신문 독자위원회의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옥천신문이 군정에 대한 비판 기사를 실어도 옥천군청에서는 콧방귀도 뀌지 않는단다. 독자위원들은 옥천의 터줏대감 같은 분들이니 이분들의 의견이 지나치다고 보긴 어렵다. 지역신문에서 아무리 비판기사를 써도 변하는 게 없다면 이건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돼가고 있다는 걸 반증한다.

 

                         <옥천군청앞에 골프장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출처: 오마이뉴스>

신문은 지역주민들을 대신해 군정을 감시하고, 비판하고, 견제해야 할 의무가 있다. 옥천신문의 독자들과 지역주민들이 옥천신문에 기대하는 것은 옥천군정에 대한 감시이지, 옥천군정에 대한 용비어천가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비판 기사가 속된 말로 먹히지 않는다니 그 이유는 무엇일까. 옥천신문의 비판이 설득력이 부족하거나 정당하지 않아서 라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정당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반론을 하면 될 일이지 무시할 일이 아니다

기사 내용보다도 옥천신문에 대한 감정이 나빠서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옥천신문의 비판을 비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감정적으로 받는다면야 그걸 행정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군정도, 신문도 공적인 영역이다. 그리고 모두 지역주민을 위한 일이다. 옥천신문과 옥천군청과의 관계를 지역주민들이 신경 써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옥천군청은 옥천신문이 아무리 고까워도 옥천신문에 담긴 지역주민의 뜻을 먼저 헤아리고 섬겨야 할 의무가 있다.

 이런 일이 비단 옥천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게 아니다. 지역언론의 비판에 귀를 닫은 행정 사례들은 참 많다. 최근 청원군 공모사업도 그랬다. 청원군청이 4억여원을 들여 공모한 문화의 거리 조성사업과 관련해 공모과정 절차에 오류가 있었다는 점과 당선작의 표절 의혹이 제기되었다

해당사안을 취재했던 기자의 이야길 들어보면 기막힐 정도다. 절차상의 오류가 분명히 들어났는데도 공무원들은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비판기사가 쏟아지자 아예 취재에 응하지 않았단다. 취재를 위해 자료를 요청하니 정보공개를 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단다. 그나마 이렇게 끈질기게 파고드는 기자가 있어서 다행이다. 만일 기자들이 취재를 포기한다면 막대한 혈세를 쏟아 부은 공모사업이 문제가 많아도 지역주민들은 그 사실을 알 길이 없어지니 말이다.

 자치단체가 지역언론을 무시하는(?) 일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자치단체는 지역언론의 주요 정보원이자 광고주이기도 하다. 자치단체가 광고를 무기로 삼아 지역언론을 우습게 안다거나 홍보성 기사만을 강요하는 일은 주민혈세로 주민의 눈과 귀를 막는 꼴이니 끔찍한 일 아닌가. 옥천군이 꼭 그렇다는 얘긴 아니다. 옥천군이 왜 옥천신문의 비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인지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다. 옥천군은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가볍게 넘겨선 안된다

지역언론은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만들어내고, 지역주민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 자치단체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한다. 옥천신문이 제 역할을 다하는지도 지역주민들은 지켜보고 따지고 이야기해야 한다. 옥천신문 독자의 눈은 신문에도 군정에도 똑같이 활짝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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