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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언론 이야기/<옥천신문>미디어바로알기

언론도 후보도 유권자를 속였다

수희씨 2012. 5. 30. 12:17

선거는 지역언론과 지역언론을 모니터 하는 언론운동 단체 모두에게 절호의 기회다. 평소 지역언론을 제대로 봐주지 않던 사람들도 선거 때만큼은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게다가 미디어선거시대가 아닌가. 그래서 을 들여 더 꼼꼼히 들여다보고 평가하는 것이다. 언론도 기획보도를 준비하고 특별취재반을 꾸리지 않나. 이번 4.11 총선에서 언론은 과연 제 역할을 했을까?

고백부터 해야겠다. 나는 이번 선거에서 지역언론의 역할에 대한 적지 않은 회의감을 느꼈다. 무슨 이야기인가. 청주상당 선거구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정우택 당선자 이야기다. 선거기간 동안 정우택 후보에 대해 논문표절, 금품수수, 성매매 의혹 등 다양한 의혹들이 불거졌고, 정우택 후보는 자신에게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서 흑색선전이라고 몰아붙이며 부정했다. 정우택 후보는 TV토론회나 기자회견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 당당하게 모든 게 사실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다.

                                                            <출처: 충청리뷰>

언론은 선거에 나선 후보들을 검증하는 역할을 당연히 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 어찌된 일인지 정우택 후보에게 불거진 모든 의혹에 대해서 침묵했다. 의혹 보도를 철저히 하지 않고 오히려 흑색선전으로만 보도해 정치혐오감을 조성하고, 이슈 확산을 가로막는 장치로 작용했다. 불리한 사실들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으니 결과적으로 정우택 후보에게 편파적인 보도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 선거에 나선 후보, 도지사를 지낸 후보에게 제기된 의혹 자체를 외면해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엔 그들만의 모종의 관계가 있으리라 짐작했다. 그 다음엔 지역언론이 과연 취재 의지를 갖고 있는지, 아니 취재 능력이 있는 것인지를 의심했다.

유일하게 주간지 <충청리뷰>만이 정우택 후보의 갖은 의혹을 취재하고 보도했다. 정우택 후보는 <충청리뷰>에 억대의 명예훼손 소송을 걸었고, 보도자료를 내 <충청리뷰> 보도를 인용하더라도 자신의 의혹을 보도하면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선거 이후 알게 된 사실인데 정우택 당선자는 언론만 협박한 게 아니었다. 정우택 당선자의 의혹을 제기하는 SNS 이용자들 가운데 몇몇 시민들을 고발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정우택 당선자는 자신의 의혹이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해 유권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다. 자신은 마음껏 아니라고 떠들면서 다른 사람들의 입은 묶은 셈이다.

선거 결과 정우택 후보는 국회의원이 됐고, 새누리당 최고위원까지 됐다. 선거 기간에는 논문표절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가 관행이었다며 인정했고, 금품수수에 대해서도 돈을 주었다고 표기된 장부가 조작된 거라고 주장하더니 이젠 받긴 받았으나 정치적 목적은 아니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우택 당선자에게 제기된 의혹에 철저히 침묵하던 지역언론들은 그가 중부권 대표주자로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되어 새누리당의 대선 승리를 위해 역할을 할 것이라며 호들갑을 떨며 보도했다. 논문표절을 인정했다는 사실은 또 다시 외면했다. 의혹일 뿐이라며 검증에 나서지 않던 언론들은 확인된 사실조차 보도하지 않았다

정우택 당선자는 운도 좋았다. 논문표절을 했다는 문대성 후보도, 제수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김형태 후보도 여론의 포화를 맞았지만 정우택 당선자의 의혹들은 언론에서 아예 다루지도 않았다. 설령 범죄 사실들이 다 법의 심판을 벗어난다 해도 정우택 당선자는 부도덕한 정치인이다. 유권자를 속였다. 그리고 언론은 정우택 당선자를 도왔다. 유권자들을 속이는 일에 후보나 언론이나 한통속이 돼 버린 꼴을 바라보며 선거에서의 지역언론 역할을 운운하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를 생각했다. 그러나 마냥 무기력하게 앉아 있을 수 없다. 나는 정우택 당선자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 <옥천신문> 미디어 바로알기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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