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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씨 이야기/삶의 향기

잃어버린 지갑, 그리고 수박

수희씨 2010. 7. 18. 19:14

모처럼 주말을 맞아 남편과 함께 친정엘 다녀왔습니다.
어머니 일끝나는 시간에 맞추어 모시러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트에 들렸습니다.
맥주도 사고, 수박도 사고, 내일 아침에 해먹을 반찬 거리 몇가지를 샀습니다.

저녁 늦게 가서인지 아주 큰 수박이 세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더운 날씨에 수박 먹을 생각을 하니, 생각만해도 시원했습니다. 

장 본 것을 차에 싣고, 저는 수박을 끌어안고 차를 탔습니다. 

집에 들어와 장본 것을 풀어놓았는데, 남편이 " 내지갑 갖고 있지?" 하는 겁니다. 
"어, 분명히 들고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차에 흘렸나 싶어 얼른 차로 뛰어가봤습니다. 
아무리 뒤져도 지갑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시 마트 주차장으로 가 봤는데 거기에도 없었습니다. 

남편은 주머니 없는 바지를 입고 있었기에 저에게 지갑을 맡겼던 것이었는데,
제가 수박에만 정신이 팔려서 지갑을 흘린 것을 미처 몰랐던 것입니다. 

장을 보고 물건 값을 치르는데 친정어머니와 남편이 서로 내겠다고 해서, 남편 카드로 계산을 하고, 어머니는 저에게 다시 5만원을 주셔서 그돈도 지갑에 일단 넣어두었는데 (내일 집에 가기 전에 다시 용돈으로 드릴 생각이었습니다) 그 돈도 잃어버린 것입니다. 

지갑을 잃어 버려 본 사람들은 알 것입니다. 돈 보다도 더 소중한 무엇을 잃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귀찮은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한밤중에 카드사에 전화를 걸어서 분실신고도 해야했습니다. 

남편의 지갑에는 소중한 사진 몇장이 들어있었습니다.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번거로움 보다 한장 밖에 없는 사진을 잃어버린 것이 못내 아쉬운 듯 보였습니다. 

저는 미안하다 말하며, 제 지갑을 보면서 " 아유 잃어버릴려면 이걸 잃어버려야 하는데....이거 10년도 훨씬 넘은 낡은 지갑인데" 라고 말했습니다. 무척이나 바꾸고 싶었던 지갑은 너무도 멀쩡해서, 잘 잊어버리지도 않아서 여태 쓰고 있습니다. 아마 떨어져서 찢어지거나 잃어버리지 않는 이상 계속 쓰게 될 것입니다.

장모님 앞이라 화도 못내고 땀만 뻘뻘 흘리는 그이의 모습에 정말 미안했습니다. 
다시 찾기를 포기하고, 신고를 마치고, 마음을 가라앉힌 후,
결국 맥주 한잔 마시며 웃었지만 수박은 그리 달지 않았습니다.

저는 도대체 무엇에 정신이 홀렸던 것일까요? 수박이 먹고 싶어서 그랬을까요? 

오늘 남편을 위해 새지갑을 샀고, 그 안에 용돈을 넣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당분간은 해달라는 거 다 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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