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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씨 이야기/삶의 향기

언제나 당당한 나이고 싶다

수희씨 2013. 12. 31. 21:04

2013년 올해도 이제 꼭 하루가 남았다. 올 한해 어떤 일들이 있었나. 나는 일기를 쓰지 않는다. 다이어리에 기록도 열심히 하지 않는다. 아침부터 컴퓨터를 켜고 페북을 들여다봤다. 내가 무슨 말을 했나, 무슨 일을 했나, 무엇에 감동했나 살펴봤다. (내게 페북은 그런 공간이다. 감동받은 순간들, 누군가에게 말 걸고 싶을 때에 나를 표현하는 공간이다.) 그다지 큰일은 없었다. 나는 올 한 해도 무사하게 잘 지냈다. 내 일 년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마흔, 두렵지 않아

 나는 올해 마흔이 됐다. 마흔이 되면서 좀 성숙한 어른이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미숙했다. 거짓된 욕망에 번번이 속았으며, 후회할 줄 알면서도 탐욕스러웠다. 아닌 척 했지만 나는 잘 알고 있다. 괜찮지 않으면서 괜찮은 척 했다. 내 맘 편하고자 적당히 눈을 감고 모른 척 하기도 했다.

 사람과 사람사이 관계도 쉽지 않았다. 내게는 좋은 사람들이 참 많다. 그 사람들 속에서 내가 있어서 좋았다. 그렇지만 나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들도 있다. 짜증이 났지만, 나 때문에 문제라니 억울하기도 했지만 나는 묻지 않았다. 내가 믿어주지 않아서 그랬는지도 모를 일이니 더 이상은 그들을 탓하지 않을 생각이다. 나는 좋으면 좋다고, 싫으면 싫다고 담백하게 말할 수 있는 내가 좋다. 나는 나에게 끝까지 솔직하고 싶다.

 , 일을 하는 걸까

 나는 내 일이 좋다. 잘하고 싶고, 열심히 하려고 노력한다. 올해는 충북민언련 십 주년을 맞는 해여서 더더욱 신경을 썼다. 나는 내 삼십대를 충북민언련에서 보냈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십 년이 그렇게 흘렀다. 혼자 일하면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셔서 해 나가고 있다. 그렇지만 어렵다. 말도 안 되는 언론환경도 그렇고, 시민언론운동이 이제 무슨 의미를 갖는 건지 회의감이 들 때가 많았다. 지역언론을 이야기하는 것도 지칠 때가 있다. 날마다 새롭게, 재밌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힘들 때도 많다. 그리고 새로운 고민들이 또 다시 생겨난다. 이제 앞으로는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 것일까?!

 올 한해 내 남편도 직장생활 십 년 차였다. 그는 늘 바쁘다. 함께 행복해지기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인데 안쓰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지쳐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내 위로가 그를 편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나를 위해서, 우리 부부를 위해서 노력하는 철우씨 덕분에 잘 살아내고 있다. 올해 철우씨는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짬을 내 기타를 배우고 졸린 눈을 떠가며 연습을 하며 웃는다. 힘들어도 취미 생활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책 읽기도 게을리하지 않는 남편에게 또 배운다. 그래도 좀 건강했으면 좋겠다. 지난 11월말에 우리 부부는 여행을 다녀왔다. 지난 십 년간 일해 온 서로를 격려했다.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일해 왔는데 겨우 시간을 낼 수 있었다.

 언젠가 남편이 내게 그런 말을 해줬다. “이 세상에 시민단체 활동가를 부인으로 둔 남자는 많지 않아. 자랑스럽다. 당신은 언제나 당당해. 당신이 당당하게 일할 수 있도록 내가 도울게내 일을 응원해주는 남편이 참 고맙다.

게을렀던 글쓰기

 나는 글쓰기가 좋다. 잘 쓰고 싶다. 글쓰기가 나를 성장시키고, 상처를 보듬고, 꿈을 키운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올해는 내가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도 한 달에 한 꼭지씩 썼다. 인권연대 숨 소식지에 <수희씨와 책읽기>라는 어줍지 않은 글을 연재하고 있다. 또 다른 내 모습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그런데 올해는 전처럼 많은 글을 쓰진 못했다. 무뎌져서 그런 걸까, 오랫동안 생각하지 않아서일까. 내가 주로 쓰는 글은 단상 글이다. 세상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쓴다. 나는 언론이야기를 많이 쓴다. 내가 하는 일을 글로 쓸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비판 의식이 살아있는 좋은 글을 쓰고 싶다. 올해 나는 좀 게을렀다. 쓰려고 하지 않으니 생명력을 잃어가는 듯한 느낌이다. 상상력도 말라버린 듯 해 우울하다. 달라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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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아이를 갖고 싶어하면서도 열심히 노력하지 못한 채 또 올 한해를 보냈다. 게다가 올해는 장염에 걸려 입원을 하기도 했다. 미련하게 꼭 아파봐야 건강이 소중한 걸 알게 된다. 아무거나 막 먹고, 배고프지 않아도 먹고, 입에 단 것만 찾아다녔다. 내 몸은 점점 살이 찌고 무겁다. 입으로만 다이어트가 필요하다고 외쳤다. 왜 이렇게 적게, 소박하게 먹는 일이 내겐 힘겨운 걸까. 심리적인 허기 탓인가?! 

 좀 많이 걷고, 움직이자고 했지만 여전히 게으르기만 하다. 그나마 올해는 요가를 시작했다. 몸매가 예뻐지거나 살이 빠지거나 하진 않았지만 내 자신을 바라보라, 호흡에 신경쓰라는 말에 귀 기울이며 애쓰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조용하게 나를 바라본다. 내 맘에 드는 내모습이라서 다행이다. 

새해에도 그랬으면 좋겠다. 나를 속이지 않고, 나 다웠으면 좋겠다. 때로는 흔들릴지라도, 한없이 우울해질지라도, 불안감에 헤어나오지 못할지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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