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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씨 이야기/삶의 향기

누가 잘못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연극으로 본 안티고네

수희씨 2013. 6. 24. 18:30

 어두운 무대에 사람들이 저마다 몸을 움직인다. 온몸의 떨림이 객석까지 전달된다. 그러더니 어느새 시체 하나가 위에서부터 데굴데굴 굴러 떨어진다. <안티고네>는 그렇게 시작했다. 첫 장면부터 강렬했다.

 오이디푸스의 두 아들 폴로니케스와 에테오클레스가 통치권을 두고 싸우다 서로의 심장에 비수를 꽂아 넣은 채로 죽는다. 테베의 새로운 통치자 크레온은 반역자인 폴리니케스 시신을 흙에 묻지 말라고 그대로 들판에 버려둬 짐승들이 뜯어먹도록 하게 두라고 명령한다. 죽어서도 편히 쉴 수 없게끔 형벌을 내린 것이다. 안티고네는 오빠인 폴로니케스를 묻어주려고 한다. 크레온의 명령을 거부하고 묻어주자고 한다. 안티고네 여동생 이스메네는 크레온 명을 거부하면 큰 화를 입을 거라며 안티고네를 말리지만, 안티고네는 법을 지키는 것보다 오빠를 묻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출처: 연합뉴스>

안티고네와 크레온은 대립한다. 크레온은 자신의 명을 거부하는 안티고네를 어둠의 동굴에 가두고 시민들에게도 법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자신이 옳다고 항변한다. 시민들은 법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혈육을 묻어주려고 하는 안티고네에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인다. 안티고네는 죽음에도 자신의 의지를 꺾지 않겠다며 오히려 죽음도 기꺼이 받아들이겠노라고 말한다. 테레시아스의 예언을 들은 크레온은 안티고네를 구하러 가지만 안티고네는 결국 죽는다. 안티고네 약혼자 하이몬은 아버지 크레온에게 당신이 안티고네를 죽게 했다며 분노하며 끝내 자결한다. 법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며 당당했던 크레온은 자신의 혈육까지 잃는 비극 앞에서 쌍날의 칼로 심장을 도려내듯이 아프다고 말한다.

 그리스 소포클레스의 비극 <안티고네>2500년전 작품이다. 그럼에도 <안티고네>는 너무나 현대적이다. 무엇이 정의이고, 인간이 만들어 놓은 법이 얼마나 허술한 장치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법을 우선시하면서 자행되는 또 다른 폭력 앞에 굴종할 수밖에 없는 힘없는 사람들과 죽음 앞에서도 당당한 안티고네를 통해서 인간의 존재를 생각하게 한다.

 연극 <안티고네>는 너무나 강렬했다. 벅찬 감동을 느꼈다. 온 몸으로 떨림을 표현하는 배우들, 등장만으로도 강렬했던 테레시아스 역할의 배우 박정자, 크레온 역을 맡은 그 유명한 배우 신구, 안티고네를 죽어서도 살아있게 만든 연기를 보여준 김호정까지 모두 연기가 훌륭했다. 연극이 끝난 후 배우들 무대인사에는 박수가 끊이질 않았다. 배우들 얼굴에서도 벅찬 감동이 느껴졌다. 

정말 간만에 본 연극인데.....인상적이었다 이야기가 가진 힘이랄까, 고전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해 줬다. 그냥 재미나 감동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생각해볼만 문제들을 던져주기에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걸 배운 연극  <안티고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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