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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라는 언론‘기업’ 본문

지역언론 이야기/충북지역언론은 지금

<동양일보>라는 언론‘기업’

수희씨 2012. 5. 9. 16:38

나는 동양일보를 정기구독하고 있다. 애독자라고는 할 수 없다. 별로 좋아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양일보를 구독하는 이유는 일종의 의무감이라고 해야 하나? 암튼 나는 동양일보 독자다. 독자이긴 하지만 기사를 제대로 보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워낙 다른 신문을 많이 보기도 하지만, 그다지 내게 도움이 되는 기사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다. 그러나 시민언론운동단체의 활동가로서 보는 동양일보는 좀 그럴 때가 많다.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무기명 기사가 너무 많다는 거다. 다른 언론사의 기사를 베낀 듯한 기사인데, 뉴스 통신사 이름을 넣는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으니 도무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두 번째는 동양일보의 이른바 ‘논조’ 때문에 빚어지는 편향적 기사들로 인한 여러 문제들이다. 나는 동양일보가 보수를 지향하던, 수구를 지향하던 그게 큰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동양일보가 나름 정한 가치일 테니 그 가치에 충실하다고 해서 뭐라고 할 필요는 없다. 기사에서 편향성을 드러낼 수는 있다. 그러나 사실을 왜곡하거나 물타기 하면서 특정 세력이나 집단을 폄하하거나 편드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는 동양일보사의 정체성에 관한 부분이다. 분명히 동양일보를 발행하는 신문사인데 동양일보사가 아니고 (주)씨엔엠 이었다가 최근에 다시 (주) 동양미디어로 바뀌었다. 동양일보사는 지난 2005년 파산했다. 씨엔엠이 동양일보 제호를 인수해 신문을 발행했다. 회사 이름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동양일보의 회장은 조철호씨다. 동양일보사가 파산하면서 빚은 갚을 필요가 없어졌다. 그러나조철호 회장은 신문사 회장 역할은 그대로 하고 권위를 누리고 있다. 참 이상하지 않은가. 이런 식으로 기업을 운영한다면 절대 망하는 회사는 없을 것이다. 여기까지가 내가 생각하는 동양일보의 문제였다. 그런데 어제 충격적인 제보를 받았다.


▲ 동양일보 홈페이지에 있는 회사 소개 화면 캡쳐
지난 5월8일 동양일보 2면에는 <충북교육청 -비정규직 노조 교섭권자 놓고 ‘갈등>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비노조 비정규직인 취재원을 인용해 비정규직 노조의 주장이 무리하다는 식의 기사였다. 기사만을 본다면 비정규직 노조가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는 것처럼 비춰진다. 제3자야 잘 모르는 일이라 해도 당사자들로서는 화도 날 터. 게다가 해당 기사를 쓴 기자는 그동안 교육청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기사를 많이 써왔던 기자다. (사실 이건 동양일보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역언론 기자들이 교육청입장만을 대변하고 있다는 지적은 여러 차례 해왔다) 그동안 여러차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이 기사를 발화점으로 터져나왔던 모양이다. 기사 내용을 보고 화가 난 비정규직 노동자가 동양일보에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 이런 기사를 쓸 수 있느냐는 항의에 전화를 받은 동양일보 직원은 “마개 빠진 년”, “ 찢어진 입이라고…” , “너 몇 살이야”, “어느 학교야”, “ 민노 진보당의 쓰레기”라는 표현을 써가며 욕을 했다. 녹음 파일을 들으면서 이 믿기지 않는 현실을 확인해야 했다. 전화를 건 노동자는 여성이었다. 왜 반말하냐고 따지는 독자에게 해당 직원은 끝까지 폭언을 했다.

어떻게 항의하는 독자에게 욕을 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동양일보는 언론이기도 하고 기업이기도 하다. 기업의 관점에서 보자면 고객에게 쌍욕을 퍼부은 것이다.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설령 독자가 (고객이) 쌍욕을 하더라도 참아야 하는 게 신문사의(기업의) 입장 아닌가.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이 사태를 두 귀로 똑똑히 들으면서 어쩌면 동양일보는 내가 생각해왔던 것 보다 훨씬 더 질 낮은 신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내 돈을 내고 보는 신문에 실린 기사에 항의를 하니 욕을 얻어먹는다? 내가 직접 당한 일은 아니지만 당하지 말란 법도 없어 보인다. 살면서 저런 욕을 들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무섭다. 이렇게 욕을 먹어가며 신문을 봐 줄 이유가 있을까?! 나는 오늘 동양일보를 끊기로 했다.

이글의 제목은 <시사IN>243호에 실린 고종석의 칼럼 <<시사IN> 이라는 언론기업’> 제목을 차용했다. 고종석은 <시사IN>에 글을 쓸 수 있어 자랑이었다며, 독자로서 남겠다는 기대를 밝혔다. 나는 <동양일보> 독자로서 부끄럽다는 말을 하고 싶어 이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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