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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언론 이야기/충북지역언론은 지금

지역언론을 참 우습게 아는 어느 국회의원 후보 이야기

수희씨 2012. 3. 28. 18:25

도지사를 지냈다. 그리고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정권심판론도 거세지만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지역언론에서도 빅매치니, 정치1번지니 하면서 관심을 가져준다. 그야말로 모든 상황이 나쁘지 않다. 아니 그 반대다.

그러던 어느날, 인터넷상에 의혹들이 떠올랐다. 도지사시절 한 민간단체 회원들과 주말이면 제주도에 가서 골프를치고, 술을 마시고, 놀았다고 한다. 한 식당 여주인과는 불륜관계라는 소문도 제기됐다. 불륜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없지만 유난히 그 식당에서 많이 결재한 사실들이 확인됐다. 결재를 하면서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는 의혹까지 더해졌다. 이게 다가 아니다. 정치자금을 받았다, 공천과정에서 자기사람 심기를 했다는 의혹까지.......4가지 의혹들이 구체적인 날짜와 금액, 상황 묘사 등이 곁들여진 글이다. 뭔가 있기는 한 모양이다. 이게 다 새빨간 거짓말이라면 창작 솜씨가 놀랍지 않은가.

 

               < 의혹에 대해서 보도하지 않은 언론은 흑색선전으로 선거전이 혼탁해진다고 보도했다>

때가 때이니 만큼 소문은 빨랐다. 일부 언론이 보도에 나섰다. 보도가 나가자마자 그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런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이 확실하다며 자신에게는 증거가 있노라며 그들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언론은 그가 눈물의 기자회견을 해 그들을 고발했다는 사실만을 보도했다. 그리고 이번 악재가 선거에 어떻게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이상한 일이다. 이렇게 쎈(?) 내부고발 아니 폭로의 사실 여부에 대해 주목한 게 아니라 그가 지목한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었다. 여기서부터 눈치 챘어야 했다. 처음부터 사건의 본질을 밝히는 데 언론이 관심 없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지난 일주일 계속해서 기자회견들이 이어졌다. 또 언론은 이를 중계보도하면서 선거판이 흑색선전으로 혼탁해졌다고 보도했다. 진실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던 많은 사람들은 졸지에 선거판을 흐린 주범들이 되어버렸다. 언론은 재빠르게 흑색선전으로 몰았다. 얼마나 하기 쉬운 이야기인가. 비방이 난무하는 선거판, 유권자들 짜증나니 이제 그만하라는 거다.

성추문이니 성상납이니 이런 얘기가 설사 사실이 아니라하더라도 소문만으로도 우리는 그가 왜 지사시설에 어떻게 했길래 이런 소문을 듣고 있냐고 책임을 물어야 했다. 그는 일개 개인이 아니니까 말이다. 그런데 블로그에 이 같은 글을 올린이가 누구냐가 중요하다는 쪽으로 자꾸 방향이 틀어졌다. 이건 그가 원하는 바이고, 그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왜 아무도 취재를 하지 않는 것일까 궁금해 하던 차에 <충청리뷰>가 일부 의혹들의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도한 내용을 봤다. 반가웠다. 그래도 다른 언론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충청리뷰>는 다시 후속 보도를 통해 그가 의혹 속에 등장한 단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충청리뷰>를 대상으로 억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다. 그만 입 다물라는 경고다. 조금만 불리하다는 비판이면 무조건 명예훼손이니, 허위사실 유포니 하면서 소송부터 걸고 보는 세태가 어제 오늘일은 아니지만 국회의원 후보자가 이런 식으로 언론에 을 행사하려고 하는 게 영 마뜩찮다.

생각해보니 도지사 시절에도 그는 참 불통의 단체장이었다. 그 어떤 비판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오선준 도립예술단 지휘자 선정 문제였다. 언론이 아무리 문제제기를 해도 대꾸도 안했다. 당시에도 침묵하는 언론들이 참 많았다. 지역언론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나는 번번이 이런 사건을 접할 때마다 참담하다. 도대체 왜 언론은 제대로 취재를 안하는 것일까? 능력이 없어서인가? 아니면 밝혀봐야 아무 소용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일까? 너무 무기력한 모습 아닌가. KBSMBC가 파업중이어서 그런 거 아니냐는 의견에도 선뜻 동의하기 쉽지 않다.

이번에도 사건의 진실 따위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 언론! 이건 누구 책임일까? 무능력한 언론인들을 탓해야 하는 것일까, 무관심한 지역주민들을 탓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 별 문제도 아닌데 문제라고 말하는 나 자신을 탓해야 하는 것일까. 있는 사실 그대로만 보도해달라는 요구가 그렇게 무리한 것인가, 아니 이게 정말 뉴스가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만일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제 그만 펜과 마이크를 놓으라고 권하고 싶다.

성상납을 받았는지,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받았는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그는 참 언론을 우습게 아는 단체장이었고,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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