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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씨 이야기/책읽기

‘정희진처럼’ 읽고 쓰고 싶다

수희씨 2014. 11. 25. 16:16

토요일 아침, 눈뜨자마자 찾아 읽는 글이 있다. 바로 정희진의 어떤 메모이다. 한겨레 신문 토요판 2면에 실리는 정희진의 책읽기에 대한 글이다. 어떤 날은 글이 좋아 몇 번을 읽기도 하고 오려놓기도 한다. 책읽기에 대한 글들은 수없이 많다. 널렸다. 그러나 정희진의 글은 좀 더 특별해 보인다. 왜일까. 그 이유를 알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정희진처럼 읽기>가 바로 그 책이다. 사실 누구처럼 이런 방식은 내겐 별로다. 누구나 자기 만에 방법이 있고 자기 만에 삶을 사는 것일 진데 누굴 따라한다고 자신에 삶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질 않나. 그런데 정희진의 어떤 메모를 읽다보면 정희진처럼읽고, ‘정희진처럼썼으면 하는 마음이 생겨난다.

 <정희진처럼 읽기>는 정희진의 어떤 메모를 엮어낸 책인데, 이 책 앞과 뒤에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정희진은 어떻게 책을 읽는지, 그리고 어떻게 책을 읽고 글을 쓰는지 이야기한다. 프롤로그를 폈다. 역시 정희진도 ~처럼에 딴지를 걸면서 글을 시작했다. 많은 방식 중의 하나라는 의미에서 정희진처럼 읽을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정희진은 아파서 책을 읽는단다. 그는 책을 읽으면 덜 아프기 때문에 책을 읽는다. 책을 읽으면 위로받고, 기분이 전환되고, 타인의 처지를 이해하고 나를 돌아보게 된다고 했다. 아픈 상황에서 다른 곳으로 데려가니 위로가 되고, 위로가 습관이 되어 몸에 베어 중독되니 다른 일에는 흥미기 없다고 말한다. 정희진은 자신의 일상이 외롭고 지루한 노동의 연속인데 책만이 자신을 구원해준다고 말한다. 심지어 자신에게 책읽기는 성처를 치료하는 방법이라고도 고백한다.

 그렇다면 정희진은 어떻게 책을 읽을까. 정희진은 자극적인 책만 읽는다. ‘자극적인 책은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만드는 책이란다. 특정한 사고방식에 집중하는 편협한 독자라며 아무 책이나 읽진 않는다고 말한다. 정희진은 글쓴이의 노동이 고스란히 정직한 글처럼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은 없다. 이런 책을 읽을 때 내 삶이 진전한다고 느끼고 세상이 살만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글을 정치적 입장과 문장력으로 구별하는 것이지 학문, 잡문, 예술로 구별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희진은 책을 읽는 것은 자신의 몸 전체가 책을 통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텍스트를 통과하기 전의 나와 통과한 후에 내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가장 어려운 책은 자신의 경험과 겹치면서 오래도록 쓰라린 책이며, 면역력이 생기지 않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그것이 고전이라고 말한다.

 

몸으로 읽어낸 책, 자신을 변화시킨 책읽기에 대한 글이 정희진의 글이 특별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모양이다. 그냥 읽은 게 아니기에. 정희진은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것이 큰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독후감이라고 해서 어떤 책인지 소개하고 그 책에 줄거리는 이렇다고 말하거나 책 내용을 요약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책을 읽고 책에 대해 쓰는 것은 결국 자신에 대해 쓰는 것이니 이 세상에 독후감은 어느 누구와도 비슷한 의견이 없는 글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독후감은 책을 읽기 전후 변화한 나에 대해 쓰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기가 없다면 독후감도 없다. 독서는 몸이 책을 통과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통과할 수도 있고 몸이 덜 사용될 수도 있다. 터널이나 숲속, 지옥과 천국을 통과하는 것처럼 어딘가를 거친 후에 나는 변화할 수 밖에 없다. 독후감은 그 변화 전후에 대한 자기 서사이다.” 이 대목을 읽으며 난 살짝 절망했다. 나는 제대로 내가 읽은 것에 대해 쓰고 있는 것일까, 하는 회의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늘 입버릇처럼 말했다. 책을 좋아한다고, 책읽기를 좋아한다고. 그러나 실상은 책을 쌓아두고, 사는 걸 더 좋아하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많다. 지적허영심만 채울 줄 알았지 나를 변화시켜왔나 하는 물음 앞에는 자신이 없다. 숨 이 공간에 수희씨와 책읽기라는 거창한 제목까지 붙여놓고 부족한 글을 한 달에 겨우 한번 쓰면서도 허덕였다. <정희진처럼 읽기>는 제 잘난 맛에 사는 내게 책읽기에 대한 고민을 던져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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