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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 없는 니들이 의정비 인상을?’

수희씨 2011. 10. 13. 10:09

의정비 인상 뻔뻔하다고?

충북일보는 1면 머리기사 <청주시의회의 ‘뻔뻔한 요구’>에서 청주시의회가 시 재정난을 질타하는 한편으로 의정비 인상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충북일보는 의정비를 오려달라는 시의회의 요구에 ‘금쪽같은 세금만 낭비되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억대 재산을 보유하고 있거나 개인사업을 하는 의원이 많고, 의정활동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시정질문도 7건 밖에 하지 않았다며 본연 역할을 뒤로 한 채 의정비 인상에만 똘똘 뭉쳤다고 비난했다. 충북일보는 청주시의원들이 시민여론에는 눈과 귀를 꾹 닫은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 충북일보 10월13일치 1면

의정활동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의정비를 올리려고 한다는 명분을 제시하긴 했지만, 이 기사는 꽤나 감정적이고 억지논리로 가득 차 있다. 청주시 재정난과 의정비 인상을 의도적으로 연결시켜 기사를 작성한 것부터 따져보자. 민선5기가 들어서면서 전임시장이 예산을 너무 부풀려 잡았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시의회가 조사단까지 꾸려서 원인진단에 나섰다. 당시에 첫째, 청주시가 2010년 본예산을 편성하면서 세입부서인 세정과에서 잉여금을 560억원으로 잡았으나 예산편성부서인 기획예산과에서 770억원으로 증액했다는 점, 둘째 세입 결손 사실을 방치했다는 점, 셋째 이자수입을 부풀렸다는 점등이 문제로 드러났다. 청주시는 재정난을 이유로 예산을 대폭 줄였다. 그런데 막상 결산을 해보니 예,결산 차이가 크지 않았던 것이다. 이를 두고 충북일보는 재정난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결과만을 놓고 재정난 실체가 없었다고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질 않는다. 청주시 예산 운용의 문제를 더 따져봤어야 했다. 제다로 예산 계획을 세우고, 계획성 있게 집행했는지를 먼저 주목했어야 했다.

재산 많아서 안된다?

청주시의원들이 재산이 많고, 개인사업을 하고 있으면서 의정비를 올려달라는 건 말이 안된다는 논리도 그렇다. 자신이 가진 재산이 많다고 회사에서 월급을 덜 받아도 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의회 활동은 봉사 활동이 아니다. 오히려 의회 활동을 하면서 개인사업 등을 못하게 하는 제도적 개선이 더 필요하다. 의회 활동을 보다 전문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끔 해줘야 한다. 봉사활동식으로만 접근하니 의원들도 책임 있게, 전문성 있게 활동을 못하는 건 아닐까.

의정활동을 제대로 했는지 여부는 철저히 가려야 한다. 이들이 의정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의정비 인상만을 바란다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충북일보가 의회 활동이 부족하다는 근거로 제시한 시정질문 7회가 과연 타당한 것인가. 이 외에 더 근거를 제시했어야 설득력 있는 주장이 될 수 있다. 청주시의회를 두둔하자는 게 아니다. 제대로 따져보고 비판해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감정적 표현 공정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기사 곳곳에 쓰인 감정적 표현들은 기사의 공정성을 방해한다. 기사 제목에서부터 ‘뻔뻔하다’ 라고 표현하고 있다. 뻔뻔하다라는 표현에는 청주시의회를 비난하고자 하는 의도가 드러난다. 또 ‘시의회의 황소고집이다, 금쪽같은 세금이다, 의정비 인상에만 똘똘 뭉친다’ 라는 표현에서는 시의회가 오로지 의정비 인상만을 위해 앞뒤 가리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 할 수도 있다. 쉽게 감정을 드러내는 기사보다는 객관적 근거 제시로 그들의 요구가 터무니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더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의정비 인상을 곱게 바라 볼 주민들은 사실 별로 없다. 의회가 뭘 하고 있는지가 구체적으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언론은 ‘자격 없는 니들이 의정비 인상을?’ 이런 태도를 벗어나서 의정비 인상을 왜 요구하는지, 타당한지를 따져보는 게 낫다. 평소 의정 활동을 세심하게 평가하는 기사를 생산하는 것도 일차적 의무다. 평소 의회활동 보도를 보면서 시민들이 의정비 인상이 타당하다, 그렇지 않다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하질 않나. 시정질문 7건이 왜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서도 독자들을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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